새마을운동을 통해 희망을 나누는
우리들의 이야기
골목 끝에 숨은 세류1동 행정복지센터, 그 지하 1층에 세류1동 새마을문고가 자리를 잡고 있다. 행정복지센터 건물을 왼쪽으로 돌아 지하로 내려가자 책마을 별천지, 새마을문고가 등장한다. ‘책먹는아이들’이라는 간판을 달고서 오밀조밀,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게 꾸며진 북카페에서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려온다.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쏟아진다. 하굣길을 오가며 책도 읽고, 상담 선생님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맞벌이 부모님이 퇴근하고 오실 때까지 방과후 수업도 듣는다는 아이들. 그 곁에서 20여 년 꾸준히 아이들의 곁을 지켜 온 세류1동 새마을문고 경기 수원시지부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새마을작은도서관’이라는 별칭으로 운영되고 있는 새마을문고 수원시지부는 42개의 동 문고와 4개의 단위 문고, 총 46개소로 이루어져있다. 각 동에 하나씩 배치된 새마을문고는 14시에서 17시까지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상황에 맞춰 11시에서 16시까지 운영하기도 한다. 특히 방학에는 대부분 오전에 개방, 10시부터 학생과 주민들이 방문하여 책을 읽을 수 있어 주민들의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보유 도서도 54만여 권이 훌쩍 넘고 이용자도 11만여 명이 넘는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도서관사업소와 별다른 업무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새마을문고는 새마을육성지원법에 따라 시 예산 편성으로 도서구입비와 문고 운영비를 지원받아 운영된다. 그래서일까? 내부 봉사자들도 문고를 이용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들이 대다수다. 주민으로부터 마을의 변화가 시작되는 풀뿌리 지역사회개발운동, 즉 새마을운동의 철학이 제대로 결실을 맺고 있는 현장인 것이다.
“저도 20여 년 전 새마을문고에서 첫 봉사를 시작했어요. 우리 아이들이 유치원생일 때부터였죠.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것이 좋았고 학교를 마치고 새마을문고를 찾는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게 좋았어요.” 봉사자로 새마을문고와 첫 인연을 맺었던 안은숙씨는 지금 새마을문고 경기 수원시지부 회장이 되었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죠. 처음에는 책만 빌려주던 형태에서 지금은 북카페 형태로 변형하여 책도 보고, 차도 마시고, 토론과 간단한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 읽어주기, 동화 구연, 온라인 책 수업, 독서 토론회, 텃밭 가꾸기, 봉숭아 물들이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구요. 2018년에는 저희 수원시지부에서 독서경진대회 최우수상도 나왔어요. 앞으로는 운영부분에서도 최우수상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답니다.”
새마을문고 경기 수원시지부가 대표적인 성과로 꼽는 것은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가는 문학기행과 꿈나무 독서캠프다. 문학기행은 예산 지원을 통해 무료로 제공되는 이벤트로 아이들이 방문한 곳은 황순원 소나기마을, 김유정 문학관, 장영실 과학관, 해군제2대함대 천안함, 국립한글박물관 등 다양하다. 신청을 통해 참여한 인원은 200여 명에 이르고 이들은 문학기행을 통해 견문을 넓히는 기회를 가졌다. 해마다 초등학교 4학년 40여 명을 뽑아 2박 3일 진행하는 꿈나무 독서캠프도 유의미하다. 독서캠프는 매년 8월 관내 어린이들이 올바른 독서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행사로 독서논술특강, 독후활동, 협동활동, 새마을운동 소개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공동체활동을 통해 협동심과 사회성을 기르는 건전한 캠프활동으로 시민들의 호응도가 높다. 특히 독서캠프는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데, 그 이유는 2박3일 동안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배제한 체험활동을 진행하여 디지털 기기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코로나로 인해 2년여 간 이 행사들을 추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거리 두기가 완화된 이번 여름부터는 문학기행과 독서캠프가 꼭 열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성과는 온라인 통합망을 구축한 것이다. 이를 통해 공문 발송과 업무연락, 공지사항 전달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문고의 도서 현황을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온라인에 접속하면 이용자가 도서 현황과 신규 도서 현황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고 책 제목을 입력하면 관내 어느 문고에 원하는 책이 있는지도 쉽게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관내 46개소 새마을문고에 책 소독기가 한 대씩 비치되어 있어 코로나 시대 위생문제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일인 것 같아요. 요즘에는 맞벌이 부부들이 많잖아요. 저희 문고를 찾아오는 아이들은 방과후 보육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있어요. 책도 읽어주고 놀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요. 때론 간식도 먹을 수 있구요.” 안은숙 회장의 말이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 새마을운동이 모두 함께 잘 살자는 취지의 운동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새마을문고 사업이야 말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새마을운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일반 도서관과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일반 도서관에 가보시면 전문 직원들이나 공무원들이 앉아있는 경우가 많아요. 새마을문고 경기 수원시지부는 다릅니다. 책을 빌리러 왔다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엄마들이 봉사자가 되죠. 또 저 같은 사람은 오래 오래 봉사하다 보니 새마을문고의 회장도 되구요. 다만 요즘에는 봉사자 모집이 어려워진다는 걱정이 좀 있습니다. 차기 회장 지원자가 있는 문고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부 지역 문고는 회장이 없어서 폐관되는 경우도 있어요. 지도자 확보가 어려워지면 문제가 되니까 회장 임기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요. 현실과 지역 상황에 맞게 말이죠. 이렇게 좋은 새마을문고가 회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사라지면 안되겠죠?”
안은숙 회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이 책을 한 권씩 들고 와 읽어달라고 성화다. 아이들이 들고 온 책은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의 <여름이 온다>이다. 예쁜 그림 톤 때문인지 책장을 넘기는 손이 경쾌하다. ‘책먹는 아이들’이라는 간판을 단 새마을문고 경기 수원시지부 북카페의 여름은 그렇게 오고 있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같은 맥락으로 바라보니 새마을문고야 말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새마을운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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