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을 통해 희망을 나누는
우리들의 이야기
52년 역사의 새마을운동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대한민국만이 가진 어마어마한 사회적 자산이다.
특히 국가주의 전통이 강하고 시민사회 기반이 약한 우리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고 중요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다.
이 국민적 자산을 어떻게 발전시켜 갈 것인가, 어떻게 시대정신에 맞게,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에 맞게 진화시켜갈 것인가?
21세기 대전환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이 시대는 왜 그리고 어떤 새마을운동을 필요로 하는가?
오늘날 국내외 많은 사람들이 새마을운동을 세기적인 대사건이었다고 말한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한국식 발전 모델을 학습하고 있다. 실제로 새마을운동은 1970년대 단 10년 만에 한국 농촌의 생활환경을 급속히 변화시켰다.
새마을운동의 성공 요인으로 중앙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와 추진력, 지원 방법을 빼고 얘기할 수 없다. 그러나 당시 빈곤에서 벗어나고자하는 주민의 열망이 없었다면, 열성적인 마을지도자와 부녀지도자가 없었다면, 사명감을 가진 공무원들의 촘촘한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새마을운동은 결코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새마을운동의 핵심은 이러한 주민과 지도자들의 자발성, 참여, 자조다. 새마을운동이 권위주의 정부로부터 국민운동으로 점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정신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고, 또 단명하지 않았다. 새마을운동의 현대적 의미를 계승하여 살아있는 국민운동으로 진화하려면, 시대변화를 정확히 읽어내고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학습과 숙의 과정이 중요하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어떻게, 얼마나 달라진 것일까? 새마을운동이 향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미래 비전은 과연 어떤 것일까?대한민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훌쩍 넘어섰고(2019년 32,754 달러, 33위), 2019년 GDP규모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한국의 무역규모는 OECD국가들 중 6위. 2010년 한국의 ODA예산은 4조 원을 넘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의 한국이 우리가 원하는 선진국의 모습일까? 2018년 3월 한국은 인구 5,000만 이상, 일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7번째 선진국(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한국)이 되었는데, 이를 접한 일반시민들의 87%는 ‘화가 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소득 3만 달러라는 숫자는 국민적 자부심보다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을 유발했다. 성장의 과실은 고소득층에 집중되고, 소득감소의 고통은 취약계층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AI혁명과 기후변화, 장수혁명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복합적인 위기를 만들어낸다. 심각한 부의 집중과 양극화, 공해와 기후 재앙의 중층적 위기를 앓고 있는 인류사회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습격을 받았다. 비대면과 비접촉이라는 바이러스의 명령은 디지털 전환을 급격히 앞당겼고, 이 디지털 전환은 온라인 쇼핑과 포장판매의 급증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플라스틱과 쓰레기의 대량배출도 급증했다. 다른 한편, 극소수의 디지털 귀족과 프리캐리어트의 초격차 및 양극화를 심화시켰고, 취약했던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와 돌봄의 사각지대를 확대시켰다.
그러나 위기 속에 희망과 변화의 씨앗이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누구도 혼자서는 살 수 없고,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두를 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해 주었다.
한국의 젊은 연구자 모임인 2050 Lab은 2020년 9월 ‘코로나0년, 초회복의 시작’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이들에게 초회복은 우리 사회가 질적 변화를 동반하면서 다시 성장하는 모습을 말하며, 활동 전략의 전환을 통해 손상 이전 단계보다 더 높은 단계로 회복하는 것을 말한다. 초회복을 위한 큰 그림에는 반드시 국가와 시장의 역할뿐만 아니라 시민 부문의 역할이 중요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정신은 시공을 초월한 가치이다. 각자가 스스로의 자리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하고 부지런히 일하고, 참여하며, 이웃과 함께 협력하는 것은 좋은 세상, 좋은 시민의 기본이다. 다만 근면, 자조, 협동이 목표로 하는 ‘잘 산다’는 것의 의미가 달라진 것뿐이다. 정신적으로, 질적으로, 함께 잘 사는 것이 중요해졌다. 오늘날의 근면은 장시간의 육체노동이 아닌 기계/AI와 함께하는 사람의 노동,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밸)이 있는 노동에 관한 것이고, 자조는 예나 지금이나 주민들의 책임감과 자발성, 참여를 의미하지만, 오늘의 주민은 적은 수의 자녀를 두고, 훨씬 더 수명이 길어졌다. 협동 역시 마을단위의 소득증대를 위한 협동보다는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과 지구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협동으로 읽혀야만 한다.
이렇게 21세기로 확장된 잘 살기 운동의 중심에 새마을운동이 있다. 새마을운동은 초회복을 위한 미래 비전을 공유하면서 신뢰와 연대, 네트워크와 협력의 사회적 자본을 생산하는 거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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