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 人터뷰 ①

버려진 것들은 새롭게
모아진 마음은 따뜻하게

인천광역시부녀회

낡은 옷가지에는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수해의 현장에는 가장 먼저 달려간다.
인천시부녀회를 움직이는 힘은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어우러져 빚어낸 뜨거운 ‘단합’이다.


글. 장희주 사진. 전경민

버려진 폐의류에 새 숨결을

인천시새마을회관에 들어서자 이른 아침부터 열정으로 가득 찬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작업장에는 인천시부녀회 회원들이 모여 분주히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천 위로 가위질하는 ‘사각’ 소리, 재봉틀을 밟는 경쾌한 리듬, 그리고 강사를 향해 쏟아지는 끊임없는 질문까지. 부녀회원들의 손끝과 발끝은 쉼 없이 바쁘게 움직였고, 그 안에는 버려진 옷가지와 폐현수막에 새 숨결을 불어넣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현장은 지난 6월부터 이어져 온 ‘의류재활용 리폼 교육 사업’의 공간이다. 버려질 뻔한 옷가지가 회원들의 손끝을 거쳐 새로운 옷과 가방, 생활소품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작업대 위에는 헌 청바지에서 잘라낸 알록달록한 조각천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그 옆에는 아기자기한 완성품들이 정성스럽게 줄지어 놓여 있었다. 무엇보다 이 사업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고 의류를 고치는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환경오염과 자원순환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오늘, 부녀회원들은 누구보다 앞장서 지역사회에 오래도록 남은 친환경 생활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옷깃에 새 숨결을 불어넣듯, 그 과정은 삶에도 작은 변화를 더해간다.
실천의 출발점은 바로 ‘버려진 자원’이다. 가방이나 의류의 소재가 되는 폐의류는 주민들의 기증이나 부녀회가 주관하는 헌옷수거 캠페인을 통해 모아진다. 폐현수막은 동 행정복지센터의 협조나 각종 행사가 끝난 뒤 회수한 것을 활용한다. 이렇게 모인 의류와 현수막은 세척과 재단을 거쳐 디자인과 패턴 작업을 통해 새로운 제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낡은 옷감은 모자, 파우치, 에코백으로, 폐현수막은 장바구니 같은 실용적인 생활용품으로 변신한다.


리폼을 위한 재단 작업

함께 배우고, 함께 나누는 마음

의류재활용 리폼 교육 사업이 더욱 뜻깊은 것은 이 활동이 부녀회만의 일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함께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함께 배우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버려질 줄 알았던 물건이 ‘쓰임 있는 제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을 주민과 회원들이 직접 경험한다. 그 시간을 통해 모두가 자연스럽게 자원순환의 가치를 마음 깊이 느끼게 된 것이다.
황금덕 부녀회장은 처음엔 실 하나 제대로 끼우지 못했던 회원들이 이제는 능숙하게 가방, 앞치마, 지갑 등을 완성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더없이 뿌듯하다고 전했다.
“지금은 다들 실도 꿸 줄 알고 밑실도 감을 줄 알아요. 웬만한 건 강사님이 알려주시면 척척 해내죠. 저는 손녀 앞치마를 직접 만들어줬는데, 손녀가 요리할 때마다 ‘이거 할머니가 만든 거야’ 하고 자랑하는 걸 볼 때가 정말 뿌듯해요.”
리폼 교육은 개인의 배움에서 그치지 않는다. 완성된 작품은 다시 주민들에게 돌아가며, 나눔의 가치를 이어간다.
“경로당이나 단체에 전달하기도 하고, 연수구 ‘한방마을’처럼 외국인이 모여 있는 곳에도 나눠드렸어요. 회원들이 만든 작품 중 속바지는 잠잘 때 입는 편한 바지로 리폼해 만족도가 높았고, 손지갑 같은 작은 소품도 정말 좋아해 주셨죠.”
이러한 나눔은 전시회로도 확장됐다. 인천시부녀회는 완성된 작품들을 통해 자원순환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매년 작품 전시회를 열고 있다. 단순히 결과물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료였던 폐의류와 폐현수막의 ‘변신 전후’를 비교할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제작 과정과 참여자들의 소감을 소개하는 코너도 마련해 방문객들이 업사이클링의 의미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2024년 재활용 리폼 작품 전시회

함께이기에 가능한 일

인천시부녀회의 가장 큰 자랑은 단연 ‘단합력’이다. 구·군과 동 단위까지 촘촘히 연결된 조직력 덕분에, 필요하다면 하루 만에도 수십 명이 모여 봉사 현장에 투입된다. 복지·환경·재난 등 다양한 현안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지역의 ‘현장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 여름, 충남 예산군에 큰 비가 내려 수해가 발생했을 때도 그 힘은 여실히 드러났다. 휴가철임에도 인천시부녀회 회원들은 새벽 4시 반에 모여 예산군으로 향했고, 도착하자마자 신속히 복구 활동에 나섰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지원을 넘어 주민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공동체 의식을 키워가는 부녀회의 저력을 보여준 사례다.

의류 재활용 리폼 교육장 모습

“말하지 않아도 새마을가족들이 스스로 찾아와 줄 때 가장 큰 자부심을 느껴요. 가끔은 인원이 너무 많아 걱정될 때도 있지만, 그만큼 관심 가져주시는 게 감사하죠. 백령도에서는 배를 타고 전날부터 나와 기다리시는 분도 계세요. 네 시간 넘게 걸리는 길인데도, 빠지지 않으려 일찍 나오시는 거죠. 그 열정 덕분에 언제나 힘이 납니다.”
단합력을 원동력 삼아 부녀회는 사랑의 김장·계절김치 나누기, 삼계탕 나누기, 밑반찬 나눔, 생신상 차려드리기 등 취약계층을 직접 찾아가 돌보는 공동체 나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 하천 정화, 폐현수막 재활용, 장바구니 보급, 나무 심기 등 탄소중립 실천에도 앞장선다. 수해 복구, 폭염 대비 쿨스카프 배포, 폭설 제설 봉사처럼 위기 상황에서는 든든한 안전망 역할까지 해내며 지역사회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올해로 의류 리폼 사업은 마무리되지만, 걸음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 황금덕 부녀회장은 회원들과 함께 이루고 싶은 계획을 이렇게 전했다.
“앞으로 인천시부녀회는 환경·복지·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한 사업을 더 넓혀가려고 해요. 특히 내년에는 ‘주거약자 환경개선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에요. 홀몸 어르신, 한부모가정, 청년 1인가구 등 열악한 환경에 놓인 분들의 집을 직접 개선해 드리고 싶어요. 단순히 물품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생활환경을 개선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스스로 살아갈 힘을 키우실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이 단합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바로 서로를 믿고 마음을 모으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힘이다. 인천시부녀회는 그 힘을 바탕으로 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고, 앞으로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 함께하기에 가능한 일, 그리고 그 열정이 있기에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인천시부녀회의 발걸음은 더욱 힘차게 이어질 것이다.

폐의류를 활용해 만든 에코백, 가방, 앞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