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지난 새마을의 날 기념식을 멋지게 꾸며주신 두 작가님을 모셨는데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임지범 • 안녕하세요. 유화 작품과 라이브 드로잉, 벽화를 그리고 있는 임지범입니다. 저는 비 오는 날 바닥에 고인 빗물에 비친 빛의 풍경을 주로 표현하고 있는데요. ‘추상’과 ‘극사실’ 두 가지 시점이 동시에 담긴 것이 특징이죠. 최근에는 벽화와 라이브 드로잉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히며 새마을운동중앙회를 비롯해 공군, 국가보훈부, 경산시,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등 다양한 기관과도 협업하고 있습니다.
김무진 • 캘리그래피로 활동하고 있는 김무진입니다. 제 작품이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길이길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캘리그래피 퍼포먼스와 개인 작품 전시회를 열며, 마음을 담은 글씨를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과 행복을 전하고자 합니다. 또 한국글씨예술멘토링협회(KCMA)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한글이 하나의 문화와 예술로 정착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죠.
Q. 180만 명의 새마을가족들이 두 분이 보여주신 새마을의날 기념 라이브 드로잉과 캘리그래피 퍼포먼스를 감명 깊게 봤습니다. 작품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임지범 • 라이브 드로잉을 통해 새마을운동의 발자취를 한 그림에 담아내는 영상을 촬영했어요. 영상의 길이는 5분도 채 안되지만, 실제로는 12시간에 걸쳐 그렸어요. 컷 수로는 60컷 정도 되는 그림이라 체력적으로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작업이었죠. 새마을운동의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모두 담아내야 했기에 직접 자료를 찾아보면서 꼼꼼히 준비했어요.
김무진 • 저는 지난해 전라남도청에서 열린 전라남도새마을회 ‘새마을운동 54주년 기념식’ 무대에 직접 올라 ‘새마을지도자가 만들어가는 전남 행복시대! 새마을운동은 대한민국의 희망!’이라는 대형 문구를 쓰는 캘리그래피 퍼포먼스를 보여드렸어요. 이 문구가 가진 힘을 어떻게 해야 역동적으로 표현할지를 중점적으로 고민했죠. 새마을운동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희망’이잖아요. 그래서 이 문장을 강조하고자 가장 마지막에 큰 글씨로 쓰면서 퍼포먼스를 선보였죠.
Q. 정말 멋진 작품들을 보여주셨는데요. 두 분이 작가가 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임지범 •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단순히 그림이 좋아서 시작했어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가장 즐거웠거든요. 유치원 시절부터 학원에 다니며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서양화를 전공하면서 작가가 됐습니다. 저에게 그림은 나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기도 해요. 과정에서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그것 또한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했죠.
김무진 • 저는 처음 다큐멘터리 PD로 일을 시작했어요. 예고편을 제작하던 중, 어느 순간부터 제목과 자막에 쓰이는 글꼴(글씨체)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어떤 글씨체를 쓰느냐에 따라 영상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전달력이 달라졌기 때문이죠. 그러다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직접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캘리그래피와 현대 서예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캘리그래피 퍼포먼스는 관객과 호흡한다는 점에서 행위예술에 더 가깝습니다. 음악에 맞춰 글을 쓰고 다양한 의미를 담아내는 과정이 가장 큰 매력이죠.
Q. ‘새마을의 날’ 기념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또 작품을 준비하면서 새마을운동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이 있을까요?
임지범 • 새마을운동 55주년 기념 라이브 드로잉 준비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어요. 작업을 준비하면서 새마을운동에 대해 알아갈수록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에는 국가 발전을 위해 힘써왔고, 지금은 탄소중립과 건강한 공동체 등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더라고요. 저도 일회용품 덜 쓰기, 분리배출 잘하기처럼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부터 실천하고 있습니다.
김무진 • 저 역시 퍼포먼스를 준비하면서 새마을운동에 대한 개념과 역사를 더 찾아봤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임지범 작가님 말씀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큰 노력을 이어 왔더라고요. 무엇보다 학생부터 청년, 중장년까지 정말 다양한 세대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Q. 작품을 준비하는 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작품을 준비하실 때 어떤 것에 가장 집중하시나요?
임지범 • 많은 컷의 그림을 정해진 면적 안에 담아내야 하다 보니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 부분이 지나치게 크거나 작게 들어가지 않아야 하죠. 그래서 시안 단계에서부터 아주 꼼꼼하게 작업을 준비합니다. 시안이 확정되고 본격적으로 드로잉을 시작하면 완성된 모습을 떠올리며 그 하나에 집중해 몰입하죠. 체력 소모가 큰 작업이기도 해서 컨디션 관리 또한 필수입니다.
김무진 • 캘리그래피 퍼포먼스는 현장에서 관객과 호흡하며 완성되는 공연이다 보니 관객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잘 쓴 글씨와 멋진 그림은 기본이고, 그것을 제한된 시간에 완성해야 하죠. 공연 시간이 길면 마음 편하게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겠지만, 관객들은 지루하게 느낄 수 있잖아요. 완성도와 관객의 반응 모두를 충족하는 지점을 잘 찾아야 합니다.
Q. 작품과 공연의 특성상 한 번의 실수가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혹시 실수했던 경험이나 위기 상황을 재치 있게 넘겼던 경험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임지범 • 다행히 저는 실제로 관객 앞에서 작품을 그리는 게 아니라서 김무진 작가님보다는 긴장감이 덜하지만, 라이브 드로잉처럼 오랜 시간에 많은 양의 그림을 그릴 때는 체력적인 한계로 실수가 발생하기도 하죠. 작은 실수라면 순간의 기지를 발휘해 다른 그림을 이어 그리기도 하는데, 큰 실수라면 멈추어 충분히 정비한 뒤 다시 작업을 시작합니다.
김무진 • 캘리그래피 퍼포먼스는 관객에게 잘 보이도록 위해 90도로 세워진 천에 큰 붓으로 글씨를 쓰다 보니 먹물이 흐르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흐른 것은 자연스러움을 더하지만 가끔은 지나친 경우가 있어요. 예전에 경험했던 아찔한 실수 하나가 떠오르는데요. 한번은 먹물이 아주 중요한 글자 위로 흐르는 게 보이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그걸 손으로 막았어요. 다행히 현장 아나운서의 재치 있는 진행 덕분에 위기를 잘 넘겼지만, 다시 생각하면 식은땀 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먹물의 양을 조절하는 데도 꽤 신경 쓰고 있습니다(웃음). 새마을의 날 기념식 때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요.
Q. 앞으로 어떤 활동을 이어가실지 계획이 궁금합니다.
임지범 • 바빠서 잠시 쉬고 있었던 개인전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제가 바라본 세상의 색다른 모습과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으로 찾아뵐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라이브 드로잉과 벽화 작업도 꾸준히 이어갈 계획입니다.
김무진 • 앞으로도 계속 캘리그래피 퍼포먼스를 통해서 우리 한글의 멋과 힘을 알리고 싶어요. 저는 우리 한글이 지닌 힘을 믿거든요. 단순히 말을 기록하고 의사소통의 수단으로만 사용하는 한글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이자 예술로 한글을 바라보고 그 아름다움을 이어가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새벽종〉 독자들과 새마을가족들에게 응원의 한 말씀도 부탁드립니다.
임지범 • 새마을운동을 이어온 한 분, 한 분이 계셨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능력과 힘이 모여서 새마을운동은 끊임없이 발전해 왔고, 이제는 세계로도 뻗어나가고 있잖아요. 앞으로도 멋진 모습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김무진 • 제가 현장에서 느꼈던 새마을가족들의 의지와 열정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그 뜨거운 마음과 새마을정신이 이 시대를 더 빛나게 할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더 좋은 세상을 향한 희망과 새마을정신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