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공감
새마을운동의 지구촌화
의미와 제언
우리는 지금 거대한 전환의 한복판에 서 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혁신이 일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가 하면, 기후 위기와 국제 분쟁은 세계 질서를 흔들고 있다.
변화와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이 시대에, 한국이 세계와 나눌 수 있는 고유한 해법이 있다. 그것이 바로 새마을운동이다.
현대화의 원동력이자 공동체 개발의 성공 사례로서, 새마을운동은 오늘날에도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대안적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글. 박종대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오늘날 우리는 한편으로는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최첨단 과학기술의 시대에 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를 겪고 있다. 이처럼 국제 질서가 불확실하고 불안정할수록, 국제적 영향에 민감한 우리나라로서는 보다 세계적인 안목을 갖고 대응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점은, 한국을 둘러싼 국제적 흐름 속에서 고무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한류’의 세계적 확산이다.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한류의 상승세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섰다. 한류란 한국이 가진 문화·예술적 매력뿐만 아니라, 한강의 기적이라 불린 역동적 경제 발전과 독창적 개발 경험까지 포괄한다.
특히 새마을운동은 개도국들에게 점점 더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새마을운동중앙회가 주관하는 국제 협력체 ‘새마을운동글로벌리그(SGL)’에는 이미 45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신규 가입을 희망하는 개도국이 꾸준히 늘고 있다.
1970년대 한국 농촌개발운동으로 시작된 새마을운동이 지금 국제적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농촌 개발은 개도국에게 절실하면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점. 둘째, 새마을운동이 그 난제를 풀어낸 보기 드문 성공 사례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케이팝의 경우처럼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새마을운동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새마을운동이 국제사회에서 호응을 얻는 배경에는 보편적 개발 원리가 자리한다. 이는 단순히 과거 한국의 사례로서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개도국 농촌개발에 실질적으로 적용 가능한 방식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이 주도한 통합적 농촌개발(IRD) 프로그램을 비롯해 여러 국제 농촌개발 정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중단된 것과 달리, 새마을운동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낳았다.
무엇보다도 새마을운동은 농촌 주민을 외부 지원의 수혜자가 아니라, ‘근면·자조·협동’ 정신을 실천하는 주체로 세웠다는 점에서 근본적 차별성을 지닌다. 의식 개혁을 중심에 두고, 경쟁의 원리를 접목해 전국적으로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낸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러한 실천적이고 지속가능한 접근법이야말로 개도국 현실에 부합하는 강점이다.
이제 우리가 성찰해야 할 부분은, 정작 한국 사회가 새마을운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혹시 새마을운동을 시대에 뒤떨어진 과거의 유물 정도로 치부하고 있지는 않은가. 유산의 가치는 보존 태도에 달려 있다. 역사적 유물도 그것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잘 보존하느냐에 따라 현재적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다. 최근 2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창덕궁에서 느낀점은
우리가 그것을 소중히 아끼고 잘 보존해 왔기에 오늘날 더욱 빛나는 유산이 되었다는 것이다.
새마을운동기록물은 이미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는 기록 보존에만 있지 않다. 지구촌 새마을운동을 활성화해 여전히 저발전 상태에 머물러 있는 수많은 개도국이 그 결실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적 관심 제고와 더불어 구체적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새마을운동의 성공 비결 가운데 하나는 인적 자본을 핵심 수단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그것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는 점이다. 오늘날 개도국에 절실한 것은 ‘전인적 인간개발’이다. 이는 단순한 학교 교육을 넘어 근로 윤리, 의식 개혁, 공동체 정신, 시민 의식, 리더십 함양을 모두 포괄한다. 새마을운동은 이 네 가지 요소를 아우르는 귀중한 경험이자 자산이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개발의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