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새마을하다
글. 장희주
사진. 전경민
초록빛 새마을에 싱그러운 청춘을 더해
다시 그려가는 내 고향 영주
경북 영주시청년새마을연대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새마을운동의 가치 위에, 지금 경북 영주의 청년들이 젊은 시선과 활력을 보태며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이 펼치는 새마을운동은 사뭇 색다르다. 기존의 봉사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이 품은 진짜 문제에 귀 기울이며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해답을 찾아 전에 없던 새마을을 빚어가고 있다. 2024년 7월 첫걸음을 내디딘 뒤 영주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는 ‘영주시청년새마을연대’. 이들이 시작한 변화는 지역의 일상과 맞닿은 곳에서 작지만 구체적인 실천으로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역을 움직이는 청년 연대의 힘
영주시청년새마을연대의 출범은 새마을정신을 청년 세대만의 방식으로 이어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됐다. 낡은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는 벽화 그리기를 비롯해 환경정화, 흙공 던지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마을에 온기를 더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찾아가는 행복버스’는 청년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활동이다. 김근모 회장이 농장을 운영하며 사용하던 자신의 버스를 봉사활동에 기꺼이 내놓으면서 시작된 이 사업은 별도의 운영비 없이 영주 구석구석의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간다. 청년 회원들은 행복버스를 타고 경로당 등을 방문해 족욕과 마사지 봉사를 펼치며 이동이 쉽지
않은 어르신들에게 먼저 다가가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누고 있다.
이처럼 행복버스를 타고 지역 곳곳을 누비며 주민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마주한 경험은, 청년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지역의 더 넓은 문제로 이끌었다. 눈앞의 필요를 채우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를 직접 들여다보고 해법까지 찾아보고 싶다는 고민이 싹튼 것이다.
이러한 고민은 2026년 6월 ‘영주시 청년 로컬 리빙랩(Living Lab) 프로젝트’ 선포를 계기로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나아가 이러한 의지를 구체적인 활동으로 연결하기 위해 조직을 문화예술교육분과, 돌봄복지분과, 사회적경제분과 등 3개 분과로 체계화했다.
문화예술교육분과는 지역의 문화적 공백을 메울 콘텐츠를 기획하고, 돌봄복지분과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 맞춤형 온기를 전한다. 사회적경제분과는 지역 자원을 활용해 청년 창업과 일자리로 이어질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한다.
김근모 회장이 이처럼 분과 체계를 마련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건 ‘지속가능성’이었어요. 활동이 한 번의 행사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를 이어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역할을 나누고 각자에게 명확한 책임을 부여했죠. 회장이 바뀌더라도 분과를 중심으로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영주의 ‘사과’에서 시작한 첫 번째 실험
분과별로 지역의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청년들이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일자리’와 ‘지역경제’였다. 청년들은 그 가능성을 영주의 ‘과수’에서 찾았다. “영주는 우수한 과일이 많이 생산되는 곳이지만 정작 지역을 대표할 만한 공동 과수 브랜드는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또 개별 농가가 각자 출하하는 구조이다 보니 정성껏 키운 과일도 경매 가격에 따라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요.”
지역 특산물에 공동브랜드와 새로운 판로를 더하고 유통과 판매 과정에 직접 참여해 일자리와 수익까지 연결하는 사회적경제 모델을 구상한 것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사회적경제기업 ‘㈜청년이 그린 영주’를 설립했다. 정하나 부회장은 “법인명에는 청년들의 손으로 영주의 내일을 직접 ‘그린다’는 의미와 새마을을 상징하는 녹색의 ‘그린(Green)’이 함께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첫 사업 품목으로는 영주의 대표 과일인 ‘사과’를 택했다. 그렇게 과수 공동브랜드 ‘프루츠 미(Fruits Me)’를 만들고, 과일 박스의 일러스트와 패키지 디자인에도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해 브랜드를 완성해가고 있다. 지역 농산물에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더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판로를 넓히기 위한 준비도 착실히 진행 중이다. 영주 전통시장에 오프라인 판매 거점을 마련하는 한편, 전국 어디서나 영주의 과일을 만날 수 있도록 온라인 스토어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전통시장에 거점을 마련한 데에는 유동인구 감소로 침체된 시장에 소비자들의 발길을 다시 이끌어 활력을 더하려는 뜻도 담겼다.
영주의 사과에서 출발한 실험은 앞으로 채소와 한우 등 다양한 농특산물은 물론, 부석사와 소수서원 등 영주의 문화·관광자원으로도 확장해갈 계획이다.
세대를 잇고, 새마을의 다음을 열다
영주의 자원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일만큼 이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에도 영주시청년새마을연대는 진심이다. 특히 지역의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여러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위해 (사)세로토닌문화와 ‘새마을 문화예술 놀이터’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역 아동·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과 재능나눔 활동에 나섰다. (사)세로토닌문화는 난타 교육에 활용할 모둠북 15개를 기증하며 프로그램 운영에 힘을 보탰다.
그 첫걸음으로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 지역 아동·청소년 약 15명을 대상으로 하는 ‘세로토닌 두드림 교실’이 문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기증받은 모둠북을 두드리며 난타를 배우고 함께 호흡을 맞추며 음악을 만들어가는 특별한 경험을 쌓고 있다. 장재인 문화예술분과장은 “영주시는 아동친화도시이지만 정작 아이들이 일상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문화와 예술을 접할 기회나 공간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고민에서 이 프로그램이 출발했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아이들은 매주 월요일 오후 7시면 영주시새마을회에 모여 두 시간씩 난타를 배우고 있다. 평소에는 ‘시끄러우니 두드리지 마’라는 말을 듣기 쉬운 아이들이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모둠북을 힘껏 두드리며 마음껏 소리를 낼 수 있다. 강사의 구령에 맞춰 “하나, 둘, 셋!” 신나게 북을 두드리고 혹여 박자를 놓치면 곁눈질로 옆 친구의 동작을 따라 하며 다시 호흡을 맞춘다. 이 수업의 운영을 돕는 안승은 총무는 아이들이 “두 시간 동안 서서 북을 두드려야 해 다리가 아플 만큼 힘들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난타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고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이처럼 열정을 다해 합을 맞추는 데에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지역 축제나 복지시설 무대에 올라 직접 공연을 선보일 그날을 향해 아이들의 북소리는 오늘도 힘차게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영주시청년새마을연대는 새마을이라는 단단한 이름 아래 지역이 품은 문제와 가능성을 청년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며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과거의 정신을 오늘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이를 영주 전역으로 확산하기 위해 19개 읍면동을 누비며 새마을지도자협의회와 부녀회 등 선배 세대와도 손을 맞잡고 있다.
앞선 세대의 지혜와 경험에 청년들의 감각과 실행력이 더해질 때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청년들의 손으로 정성껏 채운 과일 상자가 영주를 넘어 더 많은 이들에게 닿기를, 아이들의 해맑은 북소리가 언젠가 무대 위에서 벅찬 울림으로 피어나기를, 그리고 오늘 내디딘 작은 발걸음이 다음 세대를 위한 이정표가 되기를. 영주시청년새마을연대는 그렇게 가장 젊고 싱그러운 방식으로 영주의 내일을 힘차게 그려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