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새마을 ②
글. 장희주
사진. 홍승진

교실에서 싹틔우는 새마을의 내일
작은 씨앗에서 더 너른 숲으로
충남 천안시새마을회·천안서여자중학교 청소년새마을동아리 ‘청새동’
지역의 오늘을 살피며 오랜 시간 주민 곁을 지켜온 천안시새마을회가 새마을의 내일을 향한 새로운 씨앗을 심고 있다. 그 씨앗의 주인공은 천안서여자중학교 학생들과 함께하는 청소년새마을동아리 ‘청새동’이다. 새마을운동의 의미를 배우고 직접 만든 정성을 이웃과 나누며, 일상 속 작은 실천을 하나씩 쌓아가는 아이들. 세대를 건너 이어져 온 새마을정신은 그렇게 천안의 한 교실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싹트며 다음 50년을 향해 자라나고 있다.
오늘의 지역을 돌보고 내일의 새마을을 준비하다
충남 천안은 도시와 농촌의 매력이 공존하는 대표적인 도농복합도시다. 70만 대도시의 활기 속에서도 31개 읍면동 가운데 12개 읍면 지역은 여전히 농촌의 풍경과 삶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천안시새마을회의 발걸음 역시 이러한 지역적 특성에 맞춰 도시와 농촌을 두루 아우르며, 지역의 다양한 삶과 필요를 살피는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일상 속 실천과 환경정화, 자원 재활용은 물론 휴경지 경작, 하천 가꾸기, 김장과 밑반찬 나눔까지 활동의 폭도 넓다. 재난·재해가 발생하면 복구 현장에 힘을 보태고 이웃 돌봄에도 꾸준히 나선다.
지역의 필요를 세심하게 들여다본 생활밀착형 사업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농촌 지역 어르신을 위한 ‘실버카 안전등달기’다. 농촌에서는 보행보조기인 실버카(전동차)에 의지해 이동하는 어르신들을 흔히 볼 수 있지만, 해가 지면 이들이 운전자의 눈에 잘 띄지 않아 교통사고 위험이 커진다. 이에 천안시 새마을회는 실버카에 LED 조명등을 부착하는 사업을 기획해
10개 읍면동에서 시범적으로 추진했다. 이와 함께 지난 7월에는 ‘교통안전지킴이 봉사단’을 발족해 지역의 교통안전을 위한 활동을 지속해갈 토대도 마련했다.
천안의 오늘을 지켜온 천안시새마을회는 새마을운동의 ‘다음세대’로 시선을 넓히고 있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새마을운동의 가치를 앞으로도 이어가기 위해서는 청소년·청년 세대와 접점을 넓히고 다양한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이에 천안시새마을회 송경석 지회장은 그 가능성을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활동에서 찾고 있다.
“새마을운동은 50년 넘게 대한민국의 발전과 함께해 왔습니다. 이제는 그 가치를 다음 세대와 어떻게 나누고 이어갈 것인지 생각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특히 ‘새마을운동의 다음 50년을 누가 이어갈 것인가’라는 질문이 중요합니다. 저는 그 답을 청소년과 청년 세대에서 찾았습니다.”
그 답을 구체적인 실천으로 옮긴 것이 바로 천안서여자중학교 청소년새마을동아리 ‘청새동’이다. 전국 새마을회 가운데 학교를 기반으로 청소년새마을동아리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교실에서 새롭게 배우는 새마을
청새동은 천안시청소년재단과의 만남을 계기로 첫발을 내디뎠다. 청소년이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천안시새마을회는 학교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소년 봉사동아리에 주목했고 천안시청소년재단을 통해 천안서여자중학교와 인연을 맺었다.
학교 역시 그 취지에 깊이 공감했다. 천안서여자중학교 김수동 교장은 “새마을운동에는 바른 인성과 환경 보호, 이웃과의 나눔 같은 가치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학생들이 교실 밖으로 나와 이를 직접 실천하고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 자체가 소중한 교육적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라며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청새동은 새마을운동의 의미를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했다. 중학생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는 새마을운동을 보다 친숙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허찬 협의회장이 첫 교육에서 “새마을운동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라고 묻자 녹색 깃발, 옛날 농촌, 할아버지·할머니 세대와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에 천안시새마을회는 새마을의 의미부터 근면·자조·협동이라는
새마을정신까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냈다. 새마을의 ‘새’는 새로움과 변화를, ‘마을’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뜻한다고 설명하고 새마을정신에도 청소년의 언어를 입혔다.
“‘근면’은 포기하지 않는 힘, ‘자조’는 내가 먼저 행동하는 것, ‘협동’은 함께해서 더 큰 변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니 아이들도 자신의 일상과 연결해 자연스럽게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활동 범위도 더욱 넓혔다. 거창한 구호나 대규모 봉사만이 아니라 친구와 부모님에게 손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일, 자신이 머무는 학교를 직접 깨끗하게 가꾸는 일처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도 새마을운동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아이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새마을운동을 경험하고, 일상 속에서 그 의미를 이어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것이다.
학생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참신한 시도도 이어졌다.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청새동만의 주제곡을 제작하며 아이들의 반짝이는 걸음을 응원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았다. ‘새로운 꿈 가슴에 안고 우리 함께 손을 잡아요. 작은 실천 하나하나 더 나은 세상을 바꾸는 시작이죠’라는 노랫말처럼 함께 내딛는 작은 발걸음이 더 큰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이들과 함께 이어가는 초록빛 동행
이러한 마음은 아이들의 일상 속 실천으로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청새동은 발대식 이후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첫 활동으로 새마을부녀회원들과 함께 파김치를 담가 이웃에게 나눴고, 지난 8월에는 두 번째 활동으로 깻잎김치 만들기에 나섰다.
깻잎김치 만들기가 진행되던 날, 천안서여자중학교 실습실은 학생들과 부녀회원들이 한데 모여 깻잎김치를 담그는 손길로 북적였다. 무엇보다 이날 만든 깻잎김치는 이웃에게 전하기 위한 음식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학생들은 다섯 명씩 조를 이뤄 각자 맡은 분량의 깻잎김치를 만들었다. 조마다 부녀회원이 함께해 양념장을 만드는 법부터 깻잎 사이사이에 양념을 고르게 바르는 방법까지 꼼꼼히 알려줬다.
여기저기서 학생들의 호기심 어린 질문도 이어졌다. “깻잎김치에도 고추장이 들어가나요?” “깻잎은 한 장씩 양념을 발라야 해요?” 양념장을 만들 때는 다 함께 맛을 보며 간을 맞췄다. “짜요!” “달아요!” 하며 장난스럽게 맛을 평가하면서도 손끝으로는 정성껏 반찬을 완성해갔다. 살아온 세대는 다르지만 앞치마를 두르고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 깻잎김치를 만드는 순간만큼은 한 가지 일을 함께 완성해가는 동료가 됐다.
임헌선 부녀회장은 “음식 자체보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것을 이웃과 나누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만든 작은 정성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구나’ 하는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활동의 의미를 전했다.
새마을부녀회와 함께한 반찬 나누기는 청새동이 이어갈 다양한 활동 가운데 하나다. 천안시새마을회는 앞으로 천안서여자중학교 청새동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새마을운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활동의 폭을 넓혀갈 계획이다. 새마을지도자들과 함께하는 봉사와 탄소중립 활동, 세대 공감 프로그램은 물론 디지털 콘텐츠 제작 등을 통해 서로 배우고 경험을 나누는 기회도 늘려갈 예정이다. 나아가 이러한 활동을 다른 학교로도 확산해 청소년새마을동아리의 지역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청새동이라는 작은 씨앗이 새마을이라는 토양 위에 이제 막 심겼다. 그 안에서 새마을운동의 가치를 배우고 작은 실천을 하나씩 쌓아가는 아이들이 언젠가 지역의 문제 앞에서 먼저 움직이고 함께 해답을 찾아가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면, 오늘 심은 작은 씨앗도 새마을운동의 미래를 키워갈 든든한 나무로 자라날 것이다. 그렇게 자란 나무들이 하나둘 모여 세대와 세대를 잇고, 새마을의 다음 50년을 푸르게 채워갈 더 너른 숲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충남 천안시새마을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