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새마을 ①
글. 장희주
사진. 김병구

섬과 육지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또 하나의 집 ‘옹진군민의 집’
인천 옹진군새마을회
서해의 푸른 파도가 끝없이 부서지는 인천 옹진군. 백령도와 대청도, 연평도부터 덕적도와 영흥도까지, 옹진군은 유인도 25개와 무인도 75개가 점점이 흩어져 있는 섬 지역이다. ‘아름다운 섬의 고장’이라는 이름처럼 섬들은 찬란하고 아름답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일상에는 육지에서는 쉽게 헤아리기 어려운 불편도 따른다. 개인적인 용무나 병원 진료를 위해 육지에 나왔다가 배편을 놓치거나 기상악화로 여객선이 결항되면 당장 하룻밤 머물 곳부터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옹진군민의 집’은 이러한 섬 주민들의 오랜 불편을 덜기 위해 마련된 보금자리다. 인천 옹진군새마을회가 운영을 맡은 이곳은 군민에게는 육지에서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든든한 쉼터로, 지역에는 따뜻한 나눔을 이어가는 새로운 구심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옹진군민을 위해 365일 불 밝히는 집
옹진군민들에게 육지 나들이는 결코 단순한 외출이 아니다. 육지로 나오려면 반드시 배편을 살펴야 하고 돌아가는 배 시간까지 염두에 두고 하루 일정을 짜야 한다. 하지만 변덕스러운 날씨탓에 여객선이 결항되거나 아슬아슬하게 배를 놓치기라도 하면 꼼짝없이 육지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그때마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숙박이었다. 관광객이 몰리는 성수기나 주말이면 인천항 여객터미널 인근에서 빈 객실을 찾기 어려웠고 예상치 못한 숙박비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무엇보다 고령의 어르신들에게는 갑작스럽게 묵을 곳을 찾아야 하는 일 자체가 큰 어려움이다. 지인이나 친척 집에 신세를 지거나 빈방을 찾아 이곳저곳 헤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군민들의 이러한 불편을 덜기 위해 마련된 곳이 바로 옹진군민의 집이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인근의 기존 호텔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군민 전용 숙박복지시설로 조성했고, 옹진군새마을회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총 28개의 객실을 갖춘 이곳은 365일 불을 밝히며 군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덕분에 예상치 못하게 육지에 발이 묶이는 날에도 묵을 곳을 찾아 헤매지 않고 편안하게 머물며 다음 배편을 기다릴 수 있게 됐다.
군민의 편안한 쉼을 위해 구석구석 살피는 손길
옹진군새마을회는 각 면의 새마을지도자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군민 가까이에서 활동해 온 조직이다. 섬에서 살아가는 군민들이 어떤 불편을 겪는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군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공간을 직접 가꾸고자 운영기관 공모에 기꺼이 뛰어들었고, 2025년 옹진군민의 집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그러한 진심은 옹진군민의 집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누구나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온돌방과 침대방을 고루 갖춘것은 물론, 육지에 나온 군민들이 식재료를 구입해 섬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 생활 특성을 고려해 냉장·냉동 보관 공간도 따로 마련했다. 뱃길에 오르기 전까지 농수산물과 식료품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한 작은 배려에는 섬에서 살아가는 군민들의 일상을 깊이 헤아린 마음이 담겨 있다.
군민을 향한 배려는 공간을 구성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방을 내어주는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군민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머물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살피는 꼼꼼한 관리가 뒤따른다.
28개 객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관리 체계도 촘촘히 갖췄다. 객실 청소와 야간 시설 관리, 주말 운영 등 업무를 세분화해 역할을 나누고, 이용객이 퇴실하면 객실을 구석구석 청소한 뒤 비품과 시설의 이상 여부를 확인해 다음 이용객을 맞는다. 야간에도 관리 인력을 배치해 긴급 상황이나 이용객의 불편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객실관리일지와 청소일지, 야간근무일지 등 업무별 기록 체계도 마련해 관리 상황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점검한다. 이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곳까지 살피는 손길이 쌓이면서 옹진군민의 집은 군민들에게 언제 찾아도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든든한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옹진군청 이소민 주무관은 이렇게 말한다. “옹진군새마을회에서는 늘 ‘어떻게 하면 군민들이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세요. 철저한 위생 관리와 함께 필요한 곳에는 안내판을 더하고 작은 부분까지 이용자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군민들도 더욱 안심하고 편안하게 이용하는 것 같아요.”
옹진군민의 집이 생긴 뒤 군민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는 무엇보다 ‘육지에서도 머물 곳이 있다’는 안도감이다. 육지에 볼일을 보러 나올 때마다 배편과 숙박 걱정을 함께 해야 했던 김용진 이장 역시 그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섬에 사는 주민들은 육지에 일을 보러 나오려면 대부분 배를 이용해야 합니다. 만약 일을 보고 당일 배를 타지 못하면 섬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요. 그러면 여객터미널 근처에서 숙소를 잡고 다음 날 들어가야 하는데, 예전에는 방을 구하지 못해 하루에 숙소를 두세 번씩 옮겨 다닌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전화 한 통으로 예약해 두면 편하게 머물렀다가 다음 날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으니 훨씬 마음이 놓이죠.”
그렇게 옹진군민의 집은 잠시 잠만 자고 떠나는 숙박시설을 넘어, 섬 주민들이 육지에서도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또 하나의 집’이 되어가고 있다.
머무는 쉼터에서 나눔의 공간으로
어느덧 옹진군민의 집이 문을 연 지 10개월. 이곳은 이제 주민들의 일상 가까이에서 든든한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인 운영수익은 옹진군새마을회의 든든한 자립 기반이 되었고, 새마을회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결실을 지역사회와 나누고 있다.
덕적면에서는 주민 약 1,900세대를 대상으로 떡국떡 나눔을 진행했고, 백령면에서는 어버이날을 맞아 16개 리의 8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떡을 전달했다. 대청도에서 복무하는 국군장병 약 370명을 위한 ‘수고했고! 힘내라 청춘!’ 응원 프로젝트도 펼쳤다. 바다 건너 섬에서 묵묵히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청춘들에게 치킨과 떡, 수박화채 등을 전하며 따뜻한 응원의 마음을 보탰다.
이러한 나눔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옹진군새마을회는 앞으로도 옹진군민의 집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선순환의 폭을 넓혀갈 계획이다. 이용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예약과 객실 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다듬고, 꼼꼼한 시설 점검과 직원 교육을 통해 군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쾌적한 공간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운영수익을 활용한 지역사회 환원 사업 역시 각 섬의 특성과 주민들의 필요를 세심하게 살피며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군민의 숙박복지를 높이는 일이 옹진군새마을회의 자립 기반이 되고, 그 결실이 다시 이웃을 위한 나눔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더욱 단단히 다져가는 것이다.
‘수익은 지역으로, 혜택은 군민에게’ 옹진군새마을회가 옹진군민의 집을 통해 만들어가고 싶은 방향은 이 한마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섬과 육지를 오가는 군민들의 불편을 덜고, 그곳에서 피어난 결실을 다시 지역사회와 나누는 일. 그렇게 옹진군민의 집은 잠시 머물다 가는 숙박시설을 넘어 지역과 군민을 잇고, 나눔을 이어가는 공간으로 그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옹진군새마을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