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기술
글. 편집실

추석 밥상 위 마음을 여는 안부의 기술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정겨운 음식 냄새와 웃음소리로 가득한 밥상도 때로는 오가는 말 몇 마디 때문에 서먹해지곤 한다. 반가운 마음에 던진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부담이나 상처가 되기도 하는 법. 이번 명절에는 다정한 안부로 서로의 마음을 따뜻하게 두드려보는 건 어떨까. 대화의 물꼬를 터줄 ‘안부 체크리스트’와 함께 편안한 명절 대화를 만드는 세 가지 기술을 소개한다.

사적인 질문은 SKIP, 안부는 가볍고 편안하게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묻고 싶은 말도 늘어난다. “요즘 일은 어때?”, “결혼 계획은?”, “취업 준비는 잘돼 가?” 한 두 마디 건네다 보면 어느새 안부가 ‘질문 타임’이 되기도 한다. 결혼이나 출산, 취업, 연봉 같은 사적인 이야기는 묻는 이에게는 가벼운 궁금증이어도 듣는 이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정치나 사회 현안처럼 의견이 갈리는 화제도 명절 밥상에서는 잠시 내려두자. 대신 드라마, 음식, 여행, 취미처럼 누구나 편하게 꺼낼 수 있는 주제로 대화를 시작해보자. 특히 전에 나눈 이야기를 기억해 건네는 한마디는 ‘당신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는 다정한 관심이 된다. 궁금한 것을 모두 묻지 않아도 반가운 마음은 충분히 전할 수 있다. 이제는 가벼운 안부로 말문을 열고, 상대가 꺼내는 이야기에 천천히 귀 기울여보자. 뜻밖에 더 길고 따뜻한 대화가 이어질지도 모른다.
해결사 모드는 잠시 OFF, 듣기 모드는 ON
누군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괜스레 해결사가 되고 싶어진다. “내가 그 나이 때는 말이야”, “그럴 땐 이렇게 하면 돼” 하며 경험담과 조언이 줄줄이 따라오기 쉽다. 물론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건넨 말이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위로보다 잔소리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 “네가 아직 몰라서 그래”, “요즘 젊은 사람들은…”처럼 내 기준으로 단정하는 순간 대화는 금세 멈춰버린다. 이럴 때 필요한건 해답보다 맞장구다. “그랬구나”, “속상했겠다” 하고 끝까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꼭 알맞은 말을 보태야 좋은 대화가 되는 건 아니다. 때로는 고개 한 번 끄덕이는 일이 어떤 조언보다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이번 명절에는 조언할 타이밍보다 들어줄 타이밍을 먼저 살펴보자.
대화가 아슬아슬할 땐, 화제도 U-턴!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하니?”, “집은 언제 살 거야?” 명절이면 종종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날아든다.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바로 정색하면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그렇다고 억지로 답하자니 마음이 불편하다. 그럴 땐 대화에도 ‘유턴’이 필요하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이 잡채 정말 맛있네요. 직접 하셨어요?”처럼 한마디 가볍게 받고 자연스럽게 다른 화제로 넘어가면 된다. 꼭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다. “아직 천천히 생각 중이에요”, “정해지면 제일 먼저 말씀드릴게요”처럼 짧게 답하고 웃으며 말머리를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반대로 내가 질문하는 쪽이라면 상대의 표정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대답이 짧아지거나 웃음으로 얼버무린다면 그쯤에서 멈춰주는 여유를 가져보자. 끝까지 답을 얻어내기보다 서로가 편안한 선을 지켜주는 것. 명절 밥상에서는 말 잘하는 기술보다 분위기를 잘 읽는 센스가 더 빛날 때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