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새마을
속으로

글. 박선우
사진. 홍승진



오래된 공동체의 힘을 다시 깨우다

피지의 ‘솔레솔레바키’와 새마을운동이 만난 순간


피지에는 오래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서로돕는 ‘솔레솔레바키’라는 문화가 이어져 왔다. 한국에서 새마을운동을 만난 두 사람에게 ‘근면·자조·협동’의 정신은 그리 낯설지 않았다. 함께 힘을 모아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솔레솔레바키와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약 2주간의 초청연수를 마치고, 한국에서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피지에서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자기소개와 함께 이번 새마을 초청연수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소개해 주세요.
라투 이소아 투부나 | 저는 피지 타일레부주 마타이노코 마을의 원로로, 주민들이 안전하고 조화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마을을 살피고 주요 계획과 의사결정에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중소·영세기업과 여성, 청년, 지역공동체를 대상으로 창업교육과 금융교육, 경영 컨설팅 등을 하고 있습니다. 마타이노코 마을이 새마을운동 시범마을로 선정되면서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공동체를 활성화할 방법을 배우기 위해 이번 초청연수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켈레라 코토이수바 | 피지 중앙정부에서 선임 경제전문가로서 농촌개발 정책과 연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새마을운동 협력사업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연수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았습니다. 한국의 농촌개발 경험을 직접 살피고, 피지의 농촌 현장과 정책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했습니다.



현재 피지 농촌이 가장 시급하게 마주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라투 이소아 투부나 | 우리 마을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물이 농경지에 들어와 주민들의 먹거리에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농산물 판매로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의 소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죠. 비가 많이 내릴 때 생활하수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않아 위생 문제도 생깁니다.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우리 마을 주민들이 일상에서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켈레라 코토이수바 | 국가 전체로 보면 해안지역은 해수면 상승과 염수 침입의 영향을, 저지대와 강 주변 지역은 홍수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습니다. 특히 염수 침입은 토양의 생산성을 장기간 떨어뜨려 농업 기반 자체를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큰 문제입니다.



이번 연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라투 이소아 투부나 | 새마을운동의 핵심정신인 ‘근면·자조·협동’입니다. 실제로 주민들의 행동과 공동체의 모습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을 한국의 사례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지도자와 주민이 같은 목표로 힘을 모으면 마을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켈레라 코토이수바 | 농업기술 관련 기관에서 농민들이 필요한 농기계를 빌려 사용하는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피지에서는 농기계를 개별 농민에게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에서 장비를 공동으로 관리하고 함께 이용한다면 제한된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연수를 통해 새마을운동을 새롭게 이해하게 된 부분이 있나요?
라투 이소아 투부나 | 주민이 마을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새롭게 느꼈습니다. 함께 문제를 이야기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해야 주인의식과 책임감도 생깁니다. 피지 일부 농촌에서는 중요한 결정이 지도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주민의 의견을 듣고, 문제를 찾는 것부터 해결책을 마련하는 과정까지 함께하고 싶습니다.



피지의 ‘솔레솔레바키’와 새마을운동은 어떤 점에서 닮아있나요?
켈레라 코토이수바 | 솔레솔레바키는 오래전부터 피지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서로 돕는 전통 문화입니다. 출산이나 장례, 결혼식이 있으면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으고 농사를 지을 때도 서로 돕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화가 과거보다 조금씩 약해지고 있습니다. 새마을운동을 통해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지에 돌아가 가장 먼저 실천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라투 이소아 투부나 | 먼저 주민들에게 새마을운동의 정신과 한국에서 배운 내용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이전부터 마을에서는 쓰레기 관리와 배수시설 정비, 마을회관 확장, 주민자원센터 등을 논의해 왔습니다. 이번 연수를 통해 생활하수 관리도 중요한 과제로 추가했습니다. 귀국하면 주민 회의를 열어 앞으로 추진할 사업과 일정, 필요한 재원을 하나씩 논의할 계획입니다.
켈레라 코토이수바 | 정부 차원에서는 각 지역 담당자들과 실행 계획을 점검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마을이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지원금을 전달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며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지속되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새마을운동이 피지에서 지속적으로 확산되려면 무엇이 중요할까요?
켈레라 코토이수바 | 새마을운동을 꾸준히 배울 수 있는 교육체계가 필요합니다. 시범마을의 경험을 공유해 한 마을의 변화가 또 다른 마을로 이어져야 합니다. 새마을운동은 피지에 새로운 문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솔레솔레바키의 정신을 오늘의 현실에 맞게 되살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근면과 자조, 협동의 가치를 더한다면 피지 농촌도 주민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