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종

새마을운동을 통해 희망을 나누는
우리들의 이야기

2022 May/June

category
새마을 사람들Ⅰ

함께 가꾸는 광양
함께 나누는 마음

전라남도 광양시새마을부녀회

묵직한 이불을 들고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는 세 사람. 숨이 가빠질 때 쯤 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언덕마루의 아담한 집에 다다랐다.
마당에 나와 앉아계시던 백금자 할머니께서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일주일 만에 찾아온 광양시새마을부녀회원들을 반기신다.
“엄니 잘 지내셨어?” 부녀회원들은 깨끗이 빨아온 이불을 방에 놔드리고는 편찮으신 곳은 없는지, 도와드릴 일은 없는지 살뜰히 살핀다.
“할매들한테 잘 해줘서 정말 고마워. 내가 10년 더 살려고. 자네들도 늙지 말게.”
혼자 지내는 어르신들에게 광양시새마을부녀회원들의 관심과 정성은 감동이고 살아갈 희망이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위해 무언가를 줄 수 있다는 것에 광양시새마을부녀회원들은 보람 이상의 감동을 느낀다.

write. 성혜경   photo. 김병구

광양 사랑에 진심, 다채로운 사업들

광양을 아끼는 사람들, 광양이 더 살기 좋은 지역이 되길 바라는 사람들. 광양 사랑에 진심인 광양시새마을부녀회는 늘 에너지가 넘친다. 광양시새마을부녀회는 현재 12개 읍면동 329개 리통에서 469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사랑의 밑반찬 나누기· 저소득층 조손가정 동절기 부식 지원·다문화가정 친정집 선물 보내기 및 생필품 지원·공동육아나눔터 학습보조 및 음식 나눔·장난감도서관 세척 봉사·새마을부녀안심이 순찰·휴경지 경작·농촌봉사활동 등을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다. 뭐든 해보자고 결정하면 너나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회원들. 그 덕분에 ‘2021년 새마을부녀회중앙연합회 종합평가’에서 시군구 최우수상 수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새마을메주공장은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09년 9월 446.28㎡ 규모로 건립된 공간입니다. 광양시 관내 농가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콩으로 저희가 직접 메주를 생산하고 있죠. 판매 수익금으로 지역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도 하고요, 젊은 층이나 다문화 가정에 우리나라의 전통을 알리는 데도 도움이 되고있어요.”
생명·공동체운동의 일환으로 조성한 새마을메주공장은 메주 생산은 물론 매달 사랑의 밑반찬 나누기와 겨울철 김장 나누기, 다문화 가정 및 주부 대상 전통장 담그기 교육 장소로 활용되고 있으며 지역 일자리 창출 역할까지 하고 있다.
특히 사랑의 밑반찬 나누기는 12개 읍면동마다 각 2세대를 부녀회장들이 직접 선정해 손수 만든 반찬을 전달하고 어르신들의 안부를 살피는 사업으로 복지사각지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홀몸 어르신들에게 온정을 전하고 있다.
성범죄 예방 및 안전한 마을 만들기를 위해 2013년 광양경찰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운영 중인 새마을부녀안심이 순찰대 역시 광양시새마을부녀회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새마을부녀안심이 순찰대는 지구대 경찰관, 지역 자율방범대원들과 함께 야간 공원 순찰은 물론 여자화장실 몰래카메라 점검 등을 실시해 안전한 광양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2013년 국유재산 토지 대부를 통해 광양시 성황동 일원에 콩을 경작하기 시작, 2016년부터는 고구마를 재배해 얻은 수익금으로 연말 소외계층에게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다.

새마을운동, 생활 속의 배움

“올해도 이미 밭을 다 갈아놨어요. 다음 주에는 두둑을 만들어야 하고요. 봄이 되니 더 바쁘지만 너무 재미있어요.”
새마을운동 활동이 쉽지만은 않지만 늘 설레고 즐겁다는 황호순 부녀회장. 나눔에 중독된 그에게 부녀회장으로서의 책임은 부담보다는 감사로 다가온다.
“물질적인 도움보다 저희로 인해 따뜻함을 느끼실 때 보람이 커요. 도시락을 배달해드리러 가면 음식도 음식이지만 외로운 분들이 저희들의 말 한 마디에 큰 위로를 받으시더라고요. 저희가 장애인 시설에도 많이 가는데요. 시각장애인들 야외 활동에 동행해서 눈과 발이 되어 드리기도 하고요. 고맙다고 저희 손을 잡아주시고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도 계신데, 안타까운 마음이 크고 건강한 몸으로 재능기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에요.”
다른 무엇보다 ‘함께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하는 황호순 부녀회장. 정부와 공공기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을 찾고 그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주며 광양이 모든 시민들에게 행복한 보금자리가 되도록 가꿔나가는 광양시새마을부녀회원들이다.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 입구에 ‘생활이 곧 교육이다’라는 글귀가 걸려있는데, 그 말이 참 공감되더라고요. 저에게는 새마을부녀회 활동이 곧 생활이고 인생을 배워나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모든 사업이 항상 순조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사는 지역, 내가 속한 공동체를 위한 일이기에 함께 해쳐나가는 광양시새마을부녀회원들. 그들의 긍정적인 생각이 광양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연대와 협력의 힘으로 만들어갈 희망

“고마운 분들이 너무나 많은데요. 특히 2019년 저희 부녀회와 인연을 맺은 광양제철소 이진수 소장님과 암연부분 박종일 부소장님, 릴레이 나눔의 밥상 봉사동아리 회원분들 그리고 최경옥 전라남도 새마을부녀회장님께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느 사업 하나도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연대와협력이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새마을운동을 통해 체득할 수 있었던 나날이었다.
“과도한 소비생활로 생활쓰레기가 갈수록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새마을부녀회가 중심이 되어 시민의식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그리고 생명·평화·공동체 속에서 생명의 가치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소통하는 공간이 되도록 새마을운동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우수상이라는 성과의 뿌듯함과 함께 부담도 적지 않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회원들 그리고 이웃들과 힘을 모아 하나씩 이뤄나갈 것을 기대하는 황호순 부녀회장.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즐겁게, 행복하게 봉사하자며 활짝 웃었다. 광양시새마을부녀회원들이 함께하는 곳마다 봄처럼 화사하고 밝은 에너지가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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