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새마을 톡
“청년이 전한 생신 선물, 마음까지 따뜻해진 날”
충북 청정괴산청년새마을연대
봄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던 지난 4월 23일, 충북 괴산군 칠성면 두창2리 경로당에 따뜻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청정괴산청년새마을연대가 마련한 ‘생신 축하드려孝, 경행(敬行)새마을운동’ 생신잔치 덕분이다.
푸짐한 생신상과 회원들이 손수 고른 정성스런 선물, 족욕과 네일 서비스까지. 어르신들에게는 익숙하지 않던 다채로운 경험이 선물처럼 다가왔다.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이 웃음 속에 스며들며, 따뜻한 하루가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았다.
글. 윤민지 사진. 김상준
Q. 안녕하세요, 청정괴산청년새마을연대를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청정괴산청년새마을연대 2대 회장을 맡고 있는 정승환입니다. 저희 연대는 2023년에 설립된, 괴산군의 젊은 힘이 모인 공동체입니다. 지역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이어가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따뜻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현재 17명의 회원이 함께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인원을 채우는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봉사에 마음을 쏟을 수 있는 분들로
신중히 구성한 팀입니다. 회원들의 배경도 참 다채롭습니다. 농업에 종사하는 분도 있고, 간호사, 직장인 등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같은 마음으로 함께합니다. 연대는 녹색새마을, 건강새마을, 문화새마을 등 세 분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어요. 저희는 분기마다 전체 회의를 열어 활동 방향을 정하고, 매달 활동을 점검합니다.
최근에는 충청북도와 괴산군에서 주최하는 공모 사업에도 참여하며, 지역과의 연결 고리를 더욱 넓혀가고 있어요.
Q. 오늘 진행하신 ‘생신 축하드려孝(효), 경행(敬行)새마을운동’이 무척 따뜻하고 인상 깊었습니다. 이 행사를 마련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을까요?
괴산군은 현재 인구가 약 3만 6,000명 정도인데, 그중 65세 이상 어르신이 42%에 달해요. 많은 어르신들이 자녀들이 타지로 떠난 뒤 홀로 지내시거나, 마을 분들과 소소하게 일상을 함께하며 살아가고 계시죠. 이런 현실 속에서, 저희 청정괴산청년새마을연대는 충북청년새마을연합회, 충청북도새마을회, 괴산군새마을회와 함께 ‘경행 새마을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고마움을 행동으로 실천하자’는
경행(敬行)의 정신 아래, 마을 어르신들의 생신을 기념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는 충청북도새마을회의 ‘행복나눔 1% 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고, 칠성면 두천마을 어르신 다섯 분을 위한 작은 생신 잔치를 열어드렸습니다. 단순히 선물만 드리는 게 아니라 다정한 말동무가 되어 드리고 싶은 마음이 모여 탄생한 자리였죠.
Q. 생신상 차려드리기부터 미용 봉사, 네일아트, 족욕 마사지까지. 청정괴산청년새마을연대가 준비한 프로그램이 정말 다채로웠는데요. 오늘 하루 중 가장 마음에 깊이 남은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을까요?
많은 장면들이 기억에 남지만, 특히 족욕 봉사를 하던 중 한 어르신께서 해주신 말씀이 마음에 크게 울림을 줬습니다. “우리 아들도, 남편도 이런 거 안 해줬는데…” 하시며 발을 담그고 계셨거든요. 그 말씀을 듣고 저도 순간 멈칫했어요. ‘나는 과연 우리 엄마, 아빠, 할머니의 발을 정성껏 씻겨드린 적이 있었나?’ 하고요. 그 순간, 단순한 봉사 이상의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발을 씻어드리고, 따뜻한 물로 피로를 덜어드리는 그 시간속에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 담겨 있었거든요. 그래서 오늘 집에 돌아가면 꼭 어머니의 발을 한 번 씻겨드려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겉으로 보이는 봉사의 모습보다는, 진심이 담긴 마음의 교류가 훨씬 더 소중하다는 걸 새삼 느꼈던 순간이었죠.
Q. 청정괴산청년새마을연대는 오늘 행사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가장 가슴 벅찼던 성과와 최근 중점적으로 진행한 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저희가 가장 애정을 갖고 진행한 사업 중 하나는 바로 영농부산물 파쇄지원단 활동이에요. 농촌에서는 흔히 소각하던 부산물을 갈아 친환경 거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사업이죠. 단순히 농가를 도운 것을 넘어, 화재를 예방하고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어르신들께서 많은 요청을 주셔서, 겨울철 영하 16도에 이르는 혹한 속에서도 팀을 나눠 농가 곳곳을 찾았어요.
2025년에는 괴산군으로부터 영농부산물 파쇄지원단 사업 예산으로 1억 500만 원을, 충청북도에서는 청년 도정 참여단 사업으로 400만 원을 수주하게 되었어요. 자체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되면서 사업도 더욱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었고요. 또한 <6시 내 고향>을 비롯한 TV 방송 출연과 지역 축제 참여를 통해 청정괴산청년새마을연대를 널리 알리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어요.
저희 회원들은 생활공감정책 참여단, 축제위원회, 청년발전위원회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이제는 “괴산군의 새마을운동” 하면 누구나 청정괴산청년새마을연대를 떠올릴 만큼, 지역사회의 든든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했다고 자부합니다.
Q. 청정괴산청년새마을연대는 젊은 청년층과의 협업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중원대학교 새마을동아리와 함께 MZ새마을운동을 추진 중이라고요. 젊고 활기찬 새마을운동이 기대되는데요, 대학새마을동아리와 함께 하고 있는 활동들도 소개해 주세요.
지난해부터 중원대학교 새마을동아리와 함께 ‘MZ새마을운동’을 시작했어요. ‘괴산빨간맛페스티벌’ 기간에는 대학생들과 함께 부스를 운영하면서, MZ세대에게 새마을운동을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알렸습니다. 또 중원대 축제에서는 탄소중립 실천의 일환으로 재활용품 분리수거 캠페인을 함께 진행했어요. 일회성이 아닌,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통해 새마을운동의 의미를 전하려고 했습니다.
청정괴산청년새마을연대와 대학 새마을동아리는 단순한 협력이 아니라, 마치 한 팀처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이 젊은 에너지가 괴산군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게 정말 뿌듯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괴산군청년연합회 회장을 함께 맡고 있어서, 중원대학교 총학생회, 새마을동아리 학생들과 다양한 청년 활동도 함께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중원대 간호학과에서는 무려 4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새마을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고 있고요.
Q. ‘한부모 가정 대상 쌀 기부’, ‘릴레이 기부’ 등 회원분들이 자발적으로 펼치는 다양한 봉사활동도 인상 깊습니다.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읍면사무소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부모 가정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곳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작지만 따뜻한 마음을 담아 20kg 쌀 10포대를 준비해 직접 가정마다 전달했어요. 그때의 마음이 참 오래 남습니다. 앞으로도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릴레이 기부를 계속 이어가자고 뜻을 모았고요.
괴산군은 11개 읍면으로 나뉘어 있다 보니, 각 지역에서 경로잔치나 행사가 열릴 때 회원들이 직접 휴지 한 상자라도 사서 진심을 담아 스스로 참여해요. 그리고 이번 봄, 경북과 경남 지역에 대형산불이 났을 때,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회비를 모아 100만 원을 마련했고, 괴산군 새마을단체장님들과 함께 지난 4월 18일에 안동시에 총 500만 원을 전달했습니다.
(앞줄 왼쪽부터) 두창2리 경로당 어르신 김옥련(72), 민옥순(78), 김종순(92), 최오순(79), 유정화(72)
Q. 청정괴산청년새마을연대는 모든 회원이 봉사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다는 점이 참 인상적입니다. 생업이나 육아 등으로 바쁜 와중에도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새마을운동에 참여하게 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청정괴산청년새마을연대를 처음 만들 때,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이 아니라, 봉사에 진심인 분들,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분들과 함께하고 싶었어요. 저희는 ‘봉사’라는 공통된 마음이 있어야 서로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기본적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 이유죠. 회원들 모두가 참 따뜻하고 소중한 존재들이에요.
Q. 정승환 회장님께서는 새마을운동을 통해 배우자도 만나셨다고 들었습니다. 평생의 짝을 만나게 된 특별한 인연이네요. 부부가 함께 새마을운동을 하며 느끼는 좋은 점도 궁금합니다.
새마을운동은 저에게 운명처럼 찾아왔어요. 아내는 예전부터 누나, 동생으로 알고 지냈던 사이였는데, 청정괴산청년새마을연대에서 함께 활동하며 마음이 가까워졌고, 결국 지난 3월에 결혼까지 하게 됐어요. 사실 아내가 저의 외부 활동에 대해 조금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보여지는 모습보다 내실을 다지는 게 더 중요하다는 조언도 많이 해줍니다. 아내는 16년 차 간호사인데,
특이하게도 저희 연대에는 간호사 출신 회원들이 꽤 많아요. 간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타인을 돌보는 일에 익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봉사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새마을운동과도 잘 맞는 것 같아요.
Q. 청정괴산청년새마을연대가 앞으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현재 괴산군새마을회와 함께 청년새마을연대 지원 조례 제정을 준비 중이에요. 지난 2월, 충청북도에서 청년새마을연합회 지원 조례가 제정된 만큼, 괴산군에서도 조례가 활성화된다면 청년 새마을운동이 더욱 체계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는 청년들의 패기와 열정을 믿어요. 진심을 담아 꾸준히 활동해나간다면, 분명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앞으로 괴산군에서 열리는 축제나 행사 등 다양한 자리에서, 청정괴산청년새마을연대가 중심이 되어 봉사하고 참여하며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어넣을 계획이에요. 저희의 작은 실천들이 모여, 괴산군을 더 따뜻하고 건강한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지역과 함께 숨쉬며 성장해가는 단체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