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여행
바다에 스며드는 하루
낭만의 또 다른 이름 ‘여수’
푸른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해상케이블카에 몸을 싣고, 여수의 풍경을 눈에 담는다.
오동도의 동백숲을 지나 자산공원과 동산공원 언덕길을 걷고, 돌산대교 야경과 무슬목해변의 고요한 파도까지 마주하다 보면, 여수라는 도시가 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바다와 바람, 빛과 길이 함께하는 여수의 하루, 지금 그 여운 속으로 걸어가 본다.
글. 김성희
여수 여행의 첫 장소로 동양 최초의 해상케이블카인 여수 해상케이블카를 추천한다. 자산공원과 돌산공원을 잇는 약 1.5km의 구간을 바다 위로 가로지르며, 여수 앞바다의 풍경을 가장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발아래 펼쳐지는 에메랄드빛 바다, 멀리 이어지는 돌산대교, 오밀조밀한 항구와 유람선들 그리고 저 멀리 실루엣만 보이는 섬까지 한눈에 담기 어려운 여수의 전경을 가장 압도적인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특히 유리 바닥으로 설계된 ‘크리스털 캐빈’에 오르면 진짜 하늘을 나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이색적이다. 아래로 보이는 바닷물과 케이블카 그림자, 지나가는 배의 움직임까지 그대로 보이면서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케이블카는 해가 저무는 시간에 특히 매력적이다. 서서히 붉게 물드는 여수의 하늘 아래 야경으로 빛나는 도시의 불빛과 바다의 어스름이 어우러지며 완전히 새로운 장면이 펼쳐진다.
한 도시의 자연과 구조, 매력을 가장 높은 시점에서 연결해 주는 케이블카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선 여수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오동도는 섬의 생김새가 오동나무 잎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그 안에 담긴 풍경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동백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선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뭇잎 사이로 바다 내음이 스며들고, 곳곳에 놓인 전망대와 용굴, 등대는 오동도의 매력을 하나씩 발견하게 만드는 풍경 포인트다. 오동도는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마치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는 듯한 섬이다.
여수항에서 오동도 입구까지는 시원하게 뻗은 방파제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바다를 보며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오동도와 연결되는 언덕길에는 자산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자산 공원은 여수 시내와 항구, 바다, 돌산대교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뷰 포인트로 유명하다. 오동도에서 산책을 마치고 다시 자산공원으로 올라서면, 조금 전까지 걷던 오동도와 여수 앞바다가 멀리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곳에는 여수 해상케이블카 탑승장도 함께 있어 도보와 공중을 넘나드는 여수 여행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여수 밤바다를 가장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는 장소를 꼽으라면 단연 돌산공원과 돌산대교다. 해가 저물기 시작할 무렵, 천천히 언덕을 오르면 돌산공원의 정점에서 여수 시내와 바다가 서서히 붉게 물드는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케이블카가 종착하는 이곳은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운 공간이다.
돌산공원은 야경을 품은 공원이다. 낮에는 여수항을 중심으로 펼쳐진 항구 도시의 구조가 한눈에 들어오고, 밤에는 불빛이 하나둘 켜지며 도시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돌산대교. 섬과 육지를 잇는 이 다리는 여수의 상징과도 같고, 밤이면 다채로운 색의 조명이 다리를 따라 흐르듯 켜지며 바다 위에 빛의 물결을 만든다. 이 장면은 돌산공원 전망대에서 가장 또렷하게 보인다.
돌산대교 아래쪽 해변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도 여수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밤바다를 따라 불빛이 흔들리고, 케이블카가 머리 위를 지나며 바다 위에 작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바람은 선선하고, 주변은 차분하다. 잠시 걷기만 해도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북적이는 관광지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찾고 있다면 무슬목해변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수 율촌면에 위치한 이 해변은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적고 조용한 공간이다.
무슬목해변은 자갈과 모래가 함께 섞인 백사장으로 이뤄져 있다. 넓지 않은 해변이라 걷기에 부담이 없고, 적당한 고요함이 주변을 감싼다. 해수욕장이 아닌 만큼 편의시설은 없지만, 그 점이 오히려 이곳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조용히 걷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바다를 바라보고, 바람을 느끼며 머물기 좋은 장소다.
볼거리 많은 여행지와 다르게 무슬목은 다소 심심할 수도 있지만, 하루쯤은 소란스러운 여행지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필요하다. 작은 돗자리와 도시락, 혹은 책 한 권이면 이곳에서의 하루는 충분히 알차다. 해 질 무렵에는 붉은 노을이 바다를 물들이며 차분한 정서를 더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