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을 통해 희망을 나누는
우리들의 이야기
빌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라고 말했다.
방이동 주민들에게 조롱박작은도서관은 어떤 존재일까?
추측건대, 잠시 쉬다 가는 쉼터이자 지식을 채워주는 곳, 서로를 이어주는 관계의 시작이자
소통의 도구일 것이다.
서울 송파구 방이1동 주민센터 2층에 있는 방이1동 ‘조롱박작은도서관?은 ‘2023 대통령기 제43회 국민독서경진대회?에서 새마을작은도서관운영부문 최우수상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전국에 내로라하는 도서관들이 참여한 가운데 얻은 성과라 더욱 의미 있는 수상이었다.
“2022년에는 송파구에서 주최한 대회에서 종합평가 최우수상을, 2023년 11월 새마을문고중앙회 서울특별시지부에서 주최한 대회에서 문고운영부분 최우수상을 받았어요. 이번에 대통령기 독서경진대회에서 작은도서관이 최우수상을 받은 것은 30여 년 만의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수상 이후 이용자를 비롯해 그간 도서관을 후원해주신 분들, 주민센터 관계자 등 많은 분이 축하해주셔서 그제야 실감이 났어요.” 조롱박작은도서관을 맡고 있는 김영희 회장이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 도서관 회원은 21명, 이들의 평균 나이는 고작 39세다. 엄마를 따라왔던 아이들이 이젠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엄마와 함께 봉사한다. 평균 나이가 젊다 보니 행사를 기획할 때도 뻔하지 않은 트렌디함으로 주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매사에 적극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독서경진대회는 물론, 전통 민화 그리기, 독서회, 각종 스터디, 역사 탐방, 피서지 문고,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허브조아 프로그램 등 이곳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만 해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인데 남다른 추진력과 단합력을 보유한 덕분에 아이디어 회의부터 업무 분담, 자료 조사와 기획안 작성, 심지어 포스터 제작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탄탄한 조직력과 열정, 그리고 화합으로 다져진 조롱박작은도서관, 그러니 이번 경진대회에서의 수상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도서관의 시작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트 지하와 방이1동 주민센터 지하, 1층 주민센터 구석 한켠을 지나 지금의 자리에 자리를 잡은 건 지난 2000년의 일이다.
“컴퓨터가 보급되기 전에는 모든 과정을 수기로 했어요. 컴퓨터가 보급된 이후 모든 책을 등록하고 라벨 작업을 하는 데만 꼬박 두 달이 걸렸어요. 독수리타법이었던 제 손이 작업 이후엔 키보드 위를 날아다닐 정도였죠. 곳곳에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어요. 봉사를 시작한 지 벌써 27년인데, 책을 가까이하니 정서적으로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함께 하는 이들이 좋아 세월 가는 줄 몰랐던 것 같아요.” 1997년부터 도서관과 함께 한 가장 오래된 회원인 권엄전 씨가 도서관과 함께한 지난날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전했다.
지금의 도서관 이름은 2003년 방이1동 특화사업의 일환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조롱박’에서 이름을 따왔다. 매년 봄이면 지역주민들이 모여 조롱박쉼터에 조롱박 씨앗을 심고, 쉼터를 휘감은 덩굴 사이로 주렁주렁 매달린 박이 영그는 가을이면 한데 모여 ‘조롱박축제’를 연다. 마을에 축제가 열리면 도서관 회원들도 덩달아 바쁘다. 마을 축제 이야기가 나오자, 몇 해 전까지 도서관 회원으로 각종 봉사에 참여했던 민화 강사 이미란 씨가 이야기를 꺼냈다.
“마을의 명물이 조롱박이잖아요? 그래서 마을 축제 때 조롱박에 전통 민화를 그리는 체험을 진행했어요. 지난해에는 축제를 비롯해 9회 정도 진행했는데, 도서관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가 많았다고 해요. 물감 조절이 쉽지 않은 아이들은 색연필로, 어른들은 민화 전용 물감으로 나이에 따라 재료도 달리했죠. 다소 생소하거나 어려울 수 있는 전통문화를 거부감 없이 전할 수 있었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도서관 문화를 만드는 데도 도움 됐다 하니, 개인적으로 너무 뿌듯했어요.”
각종 프로그램이 있을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도서관은 주민들의 좋은 벗이 되어 준다. 조롱박작은도서관은 아이들에겐 학원을 오갈 때 잠시 쉬어가는 쉼터이길, 어르신들에게는 심심할 틈 없는 벗이 되길, 조용하고 엄숙한 도서관보다는 자유롭고 편안한 곳이길 희망한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조용할 때 조롱박도서관 회원들은 아이들이 그린 독후활동으로 조용히 나 홀로 전시회를 개최했다. 그렇게 시작한 전시는 이제 참여 학교가 4개교에 달하고, 참여 학생 수는 500여 명에 이른다. 그 수가 송파구에서 진행하는 독서경진대회 참가자를 넘어섰다. 독서경진대회에 제출할 아이들의 그림과 글을 선정하는 일이 만만치 않지만, 늘 즐거운 고민의 연속이다. 조롱박축제, 한성백제축제, 피서지문고 등 각종 행사가 있을 때면 다른 도서관이 대체할 수 없는 각종 프로그램 때문에 몇 날 며칠 자리를 지켜야 할 때도 있지만 주민들과 웃고 소통하며 오히려 좋은 기운을 얻는다는 그들. 다재다능한 재능과 열정으로 끝없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회원들에게 올해의 이루고자 하는 바를 묻자 모두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자기개발이라 답한다.
“가끔 저희에게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책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강하잖아요. 그래서 올해는 북큐레이션 활동을 해보고 싶은데, 그러려면 저희가 더 많이 공부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회원분들이 독서문화지도사를 비롯해 다양한 자격증 취득에 열을 올리고 있어요. 이미 벌여놓은 프로그램들이 많아 외부에서의 활동을 늘리는 것엔 무리가 있을 것 같고, 올해는 내실을 다지는 해가 되었으면 해요.”
김영희 회장의 말처럼 회원들 모두 독서문화지도사, 사회복지사, 보육교사자격증 등 끝없는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엔 그간 도서관을 가득 채우고 있던 3만여 권의 도서 중 파손의 정도가 심하거나 수년간 대여가 없던 책, 너무 오래된 책 등 2만 1천여 권의 책을 몇 달에 걸쳐 폐기했다. 올해 순차적으로 책을 채울 예정인데 아무 책이나 채울 수 없기 때문에 회원들이 덩달아 바쁠 예정이다. 그간 이용자들이 신청한 희망 도서와 전문 기관 추천 도서, 베스트셀러 및 신간 도서 목록을 체크하고 살펴봐야 한다. 게다가 방학을 앞둔 시기에는 영유아와 초중고생을 위한 도서 비중을 늘리고, 탄소중립을 주제로 한 독서경진대회나 역사 또는 민화 등 독서를 매개로 한 프로그램 진행을 앞둘 때는 관련 도서 비용을 높이는 등 연령대와 난이도, 시기도 고려해야 한다. 각자의 직업도 있는데, 가정도 돌보며 강도 높은 봉사까지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마도 회원들의 열정과 애정이 뒤받쳐주기 때문이 아닐까.
책은 인생의 험준한 바다를 항해하는데 다른 이들이 마련해 준 나침반이고 망원경이라 했다. 오늘도 책과 함께하며 배움을 놓지 않는 조롱박작은도서관 회원들. 분초를 다투며 더 나은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이들 덕분에 방이1동은 오늘도 더 넓은 지식의 세계로 순항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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