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을 통해 희망을 나누는
우리들의 이야기
‘공동체’의 참된 의미를 실현하는 마을이 있다.
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이 함께하는 마을.
무엇보다 함께하는 순간이야말로 더욱 가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마을.
전남 장흥군 해맑은 수동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혼자일 때보다 여럿이 함께일 때 어려운 일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는 것이 쉽고 편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향하는 목표가 크고 먼 곳이라면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해맑은 수동마을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의 의미를 되살려 마을의 미래를 위해 모두가 하나가 되어 힘을 합치고 있다.
공동체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강해정 부녀회장은 ‘마을 공동체’라는 이름에 걸맞은 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 마음이 부녀회에서 시작해 청년회를 거쳐 마침내 마을 전체로 확장되면서 마을은 ‘해맑은’이라는 이름처럼 해맑게 변화해 나가기 시작했다.
“마을 행사가 아니면 이웃끼리 만나는 일이 좀처럼 없었어요.
그래서 공동체 사업을 하게 되면 얼굴 볼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생각했죠. 처음에는 부녀회끼리 모여서 앞치마를 만들었어요.
만들다 보니 마을 어르신들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어르신들과 함께 스카프를 만들었어요. 천연염색을 해서 만들었는데 어르신들이 무척 좋아하셨어요. 이후 어르신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모색했죠.”
만들기에서 시작된 공동체 사업은 마을 환경 개선으로 이어졌다. 마을에 제일 필요로 했던 건 마을 입구에 자리한 까맣고 커다란 돌이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종종 사람들에게서 돌이 ‘무섭다’라는 이야기를 들어왔기 때문이다.
“돌이 위치한 입구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일이 필요했어요.
남자들의 일손이 있어야 했고, 청년회에 도움을 요청했죠. 청년회는 농기계를 사용해 주변을 정리하고 부녀회에서는 풀을 뽑으면서 마을 입구를 정비해 나갔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부녀회, 청년회에서 마을노인정까지 한마음 한뜻이 되었고 다 같이 마을 입구를 정비하는 데 성심성의를 쏟았죠. 잔디와 꽃도 심고 나니 정말 예쁜 미니 정원이 만들어졌어요.”
이 과정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해내기도 했다. 수동마을 지도를 만들면서 마을의 역사를 찾은 것이다.
“마을 지도를 제작하면서, 역사도 같이 보여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마을 역사를 너무 모르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어르신들 한 분 한 분을 찾아가서 마을의 역사를 들었죠. 역사가 굉장히 오래된 마을이더라고요. 몰랐던 사실인데 수동마을이 원래는 숯을 만들던 동네였대요. 그렇게 귀동냥을 통해 소중한 우리 마을의 역사를 알게 됐고 마을의 정체성을 찾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부녀회, 청년회뿐만 아니라 어르신들까지 모두 하나의 공동체가 됐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공동체 사업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나, 마을 행사가 개최될 때면 마을이 온통 들썩이기 일쑤다. 그렇게 해맑은 수동마을은 공동체의 의미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공동체 사업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며 단결력을 높이고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활동명도 만들었다. ‘만나자, 배우자, 해보자’가 그것이다. 단어 그대로의 뜻이 담겼다. 일단 ‘만나서’ 의논하고, 만났으면 무엇이라도 ‘배우고’, 마을을 위해서 무엇이든 ‘실천하자’는 의미다.
“만나지 않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으니까, 일단 만나자는 의미이고요.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 나가려면 마을 주민들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평소에 해보지 않았던 배움을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았죠. 비누·액자·다육식물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해 드렸어요. 일주일에 두 번은 건강 체조도 진행하고 있어요. 다들 활기도 넘치고 무척 좋아해 주셨죠. 그리고 이제는 마을을 위해 무언가를 함께 실천해 보자 한 거죠. 그래서 마을 지도·농약 폐기물 수거장 만들기, 안길 청소하기 등을 마을 주민들이 모두 참여해서 실천했어요.”
처음부터 마을 주민을 동원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강해정 부녀회장의 역할이 컸다. 마을 주민에게 일일이 부탁하고 전화를 돌렸다. 시작은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보이기 시작했다. 실천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는 마을의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이 모여서일까. 2023년에는 ‘전국 우수 마을공동체 경진대회’에서 해맑은 수동마을이 대상과 최우수상을 동시에 받았다.
“마을 전체가 하나로 뭉쳐 이뤄낸 성과가 정말 많아요. 부녀회를 비롯한 청년회 총무들이 주춧돌이 되어 도움을 준 덕분이 크다고 생각해요. 이미란 마을부녀회 총무와 재무업무를 맡아준 이분옥 회원의 도움이 컸어요. 그래서 이렇게 큰 상도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수상식에는 어르신들과 함께 참석했었는데 수상 내용을 듣고 모두가 기뻐서 눈물을 흘리셨어요. 정말로 뿌듯한 순간이었죠. 특히 영농폐기물 수거함을 만든 일이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어요. 기존에는 농약병이 그냥 밭에 버려지던 상황이었는데 수거함을 도입한 후로 분리수거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어요. 무척 잘했다고 칭찬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윤미희 사무국장님이 아이디어를 주셔서 마을에서 직접 제작했죠. 나중에는 농약병을 가져온 만큼 부녀회와 청년회 회비를 감면해 주는 등의 혜택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대상과 최우수상 수상을 디딤돌 삼아 해맑은 수동마을은 계속해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마을 전체가 머리를 모아 의기투합하기 때문일까. 앞으로 기대되는 활동도 많다. 문화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영화 보는 날’을 만들고, 영화를 보며 함께 부침개와 같은 간식도 만들어 먹을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배움의 혜택도 채워나갈 예정이다. 폐식용유를 활용한 비누 만들기와 수동마을의 주된 농산물인 마늘을 활용한 식품 만들기가 그것이다. 해맑은 수동마을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함께 실천해 나갈 방법을 찾는다. 이 모든 활동과 노력은 역시나 ‘함께’라는 원동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의 다음 행보는 어떤 모습일까. 마을 이름처럼 모두가 분명 해맑을 것임에는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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