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종

새마을운동을 통해 희망을 나누는
우리들의 이야기

2023 11·12 제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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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 사람들Ⅰ

1% 기부로
따뜻한 기적을 전하다

충북 진천군새마을회

된장, 간장, 고추장, 그리고 김치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다.
그래서 예로부터 1년을 풍요롭게 보내기 위해 장 담그는 날과 김장하는 날이 정해져 있을 정도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각종 장과 김치는 누군가에게는 귀한 선물이 되기도 한다.
지난 11월 9일 ‘장독대 채움 프로젝트, 고추장 담그기’ 활동을 통해 이웃 간의 정을 나눈 충북 진천군새마을회를 만났다.

글. 이소연   사진. 이민희

함께 하면 즐거운 진천군새마을회

진천군새마을회는 남재호 회장을 비롯해 김진주 협의회장, 이정심 부녀회장, 김일권 직장·공장협의회장 그리고 권순영 문고회장과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11월 9일 회원들은 지역 내 홀몸 어르신 댁에 전달하기 위한 ‘장독대 프로젝트, 고추장 담그기’ 활동을 진행했다. 밤사이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였지만 행사에 모인 새마을회원들은 따뜻한 차를 나누며 안부를 건넸다. 봉사 현장이라기보다 친목 행사처럼 느껴질 정도로 회원들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회원들 간의 끈끈한 연대 중심에는 남재호 회장의 열정이 있었다.
“제가 처음 새마을회에 들어왔을 때만 하더라도 조금 가라앉아 있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이왕 하는 거 즐겁게 봉사하면 좋겠다 싶어 일을 벌였죠. 사비를 들여 ‘새마을지도자 한마음대회’를 열었어요. 지도자들 간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결속력을 다지려고 한 것이죠. 한마음대회 이후에 새마을지도자들의 사기가 진작되고 회원들의 참여가 많아져, 자연스레 새마을회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진천군새마을회가 올 한 해 진행한 사업만 해도 손에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는 영농폐기물 수거 활동을 집중적으로 실시해 주변 환경을 정리했다. 또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젤 아이스팩을 이용한 천연방향제 만들기, 나무 심기 운동, 다시 입을 수 있는 옷 모으기 같은 사업도 진행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 내 교육프로그램으로 초등학생 효 편지쓰기 운동과 교통안전 사고 예방 캠페인도 벌였다. 직장·공장협의회에서는 안전한 마을과 직장 만들기로 소화기 전달 사업을, 문고에서는 학생들의 독서 생활 증진을 위한 독서 골든벨 사업을 추진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정말 많은 일을 했네요”라며 김진주 협의회장이 뿌듯한 듯 한마디 더했다.

장독대마다 채워지는 사랑

이날 진행한 ‘장독대 프로젝트, 고추장 담그기’ 행사는 고령으로 고추장을 직접 담가 먹을 수 없는 홀몸 어르신들께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비록 고추장 한 통이지만 소외 이웃에게 고추장을 전하면서 그간의 안부,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넨다. 그러니 전하는 것은 고추장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랑과 관심도 함께다.
이날 고추장은 숙성 없이도 바로 먹을 수 있는 고추장으로, 이정심 부녀회장의 연구 끝에 완성된 특별 레시피다. 먼저 엿기름 대신 청국장 가루를 기본 재료로 한다. 여기에 청국장 냄새를 잡기 위해 마늘을 다져 넣는데, 이때 마늘은 살짝 쪄서 아린 맛을 없애는 것이 포인트다. 찐 마늘은 다져서 소주에 담가 하룻밤 숙성시켜 준비한다. 소주에 있는 알코올 성분이 방부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청국장 가루와 고춧가루, 조청, 그리고 미리 숙성시켜 놓은 다진 마늘과 액젓을 넣는다. 보통 고추장을 만들 때 간은 소금으로 하는데, 숙성 없이 바로 먹는 고추장을 만들 때는 액젓으로 간을 하게 되면 감칠맛이 풍부해진다고 한다. 진천군새마을회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제 고추장이 이렇게 탄생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담그면 숙성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렇게 담그면 당장 오늘 저녁부터 먹을 수 있어요. 향긋한 마늘 향도 나고 액젓의 감칠맛도 풍부해서 요리할 때 다른 양념을 더 할 것도 없이 그 자체로 맛있는 양념 고추장이 되죠.”
말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 살피며 재료들이 잘 섞이게 열심히 저어달라고 진두지휘하는 부녀회장 모습이 유명 셰프 못지않은 포스를 자아낸다.
이날 고추장 담그기 사업은 전액 후원으로 진행됐는데, ‘1% 기부로 따뜻한 기적을’이라는 행사의 슬로건과도 그 취지가 맞닿았다.
남재호 회장은 “후원은 그저 마음이죠. 아주 작고 사소한 보탬이라도 마음이 담겼다면 그 어떤 것보다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담은 고추장은 저희 모두의 마음을 담아서 7개 읍면 160여 세대의 홀몸 어르신들께 나누어 드릴 예정이에요. 각 읍면 회장님들께서 직접 방문하셔서 마음도 함께 전해드릴 겁니다”라고 전했다. 고추장을 나누어 드릴 생각에 환하게 웃는 회원들의 모습이 마치 착한 일을 함께하고 칭찬받아 신난 아이들처럼 보였다.

진천군새마을회의 활동은 2024년도에도 계속된다!

그간 활동 중 기억나는 일이 무엇인지 물어보자, 모두 하나같이 좋았다며 셀 수도 없이 많다고 답한다. 그중 올해 군의 보조를 받아 시행하게 된 국제협력사업을 첫 번째로 꼽았다.
남재호 회장은 “19년도, 22년에는 자비로 부담해서 국제협력사업을 진행했는데 올해부터는 군의 보조를 받게 되었어요. 4개 단체 회장님께서 발 벗고 나서 주셔서 군과 의회로부터 꾸준히 사업비를 지원받게 되어 정말 뿌듯합니다”라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진천군협의회는 지난 21년도 충청북도협의회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받았으며, 21, 22년 전국 지회 평가에서는 진천군부녀회가 우수상을 받는 쾌거도 이뤘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고는 올해 처음 피서지문고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등 각 조직별로 적극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자랑이 이어졌다.
올 한 해의 마무리와 내년도 계획에 대해 묻자 11월 30일 캄보디아에 국제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대형 정수기를 설치하고, 12월8일 ‘진천군새마을지도자 한마음대회’를 끝으로 올해를 마무리 한다고 한다. 2024년에도 국제협력사업을 지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며, 대전 중구, 경남 거제, 인천 서구, 서울 성동구 등 자매 결연을 맺은 도시들과 농산물 직거래나 일손 이음 봉사활동 같은 도농 간 교류 협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계획도 전했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작은 것도 나누는 ‘1% 기부로 따뜻한 기적을’ 만들어 갈 진천군새마을회의 거침없는 2024년도 활동을 기대해 본다.

(왼쪽부터) 남재호 진천군새마을회장, 이정심 부녀회장, 김진주 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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