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을 통해 희망을 나누는
우리들의 이야기
매일 한 송이씩 피운다고 하여 ‘일일초’라 이름 지어진 꽃이 있다.
이른 아침 햇살을, 청명한 바람을, 그리고 모두의 관심을 양분 삼아 매일 새로운 꽃을 피워 낸 작은 꽃.
이 작은 꽃에서 시작된 변화는 마치 나비의 날갯짓이 큰바람을 일으키듯 먹적골 마을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사시사철 꽃이, 주민들의 웃음이 끊이질 않는 먹적골 마을공동체를 만나 봤다.
마을공동체는 단계에 따라 새싹 마을, 나무 마을, 숲 마을로 나뉜다. 새싹 마을은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마을공동체를 의미한다.
공동체를 구성하여 마을의 특성을 찾고,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전개하는 단계이다. 지난해 실시한 ‘2022 우수 마을공동체 경진대회’에서 2위를 수상한 모두랑 먹적골 마을은 새싹 마을이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마을공동체 사이에서 2위를 차지한 것도 놀라운데 이제 막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마을공동체가 만들어 낸 결실을 보고 있노라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마을 벽화 갤러리 조성, 마을 꽃동산 만들기, 보행자 안전 통행로 조성, 마을떡 잔치, 아이들과 소통 창구 만들기, 탄소 제로 운동, 인사 나눔 캠페인…. 이들이 만들어낸 마을의 변화를 꼽자니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인데, 이 모든 활동이 일부 주민만 참여한 것이 아니라 마을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참여한 것이기에 더 뜻깊다.
“우리 마을공동체는 지난 2021년 3월에 시작됐어요. 처음부터 거창한 것을 계획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고요. 앞에 꽃 보이시죠? 저 꽃 덕분에 마을공동체가 만들어졌어요. 제가 꽃을 엄청나게 좋아해서 사시사철 가게 앞 화단에 꽃을 가꾸는데, 어느 날 사무국장님이 가게 앞만 가꾸지 말고 마을 전체를 가꿔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마을이 예뻐지면 저도 좋으니까 기쁜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마을공동체 행동대장 역할을 하는 김명옥 부천시부녀회장. 그녀와 함께 마을자치회, 통장협의회, 심곡3동새마을회, 상인회, 사회복지보장협의체, 자율방범대, 심곡동 경로당 등 주민 15명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고자 힘을 합쳤다. 마을공동체 이름은 먹적골이라는 마을 이름에 모두 함께 하자라는 뜻으로 모두랑을 붙여 ‘모두랑 먹적골’이라 이름 지었다. 그 뜻에 꼭 맞게 모두랑 먹적골 마을공동체는 비록 새싹 마을이지만 1년 만에 공동체 인원이 2배 넘게 늘었고, 여느 뿌리 깊은 공동체 못지않은 화합을 자랑한다.
주민들은 어떤 방식으로 마을을 가꿔나갈 것인가에 대해 틈날 때마다 의견을 나누고 고민했다.
“가만 앉아 생각하면 아이디어가 나오나요? 매일 아침 일어나면 밤사이 꽃이 잘 있었는지 안부를 살필 겸 마을 한 바퀴를 돌아요.
애정을 갖고 돌다 보니 그간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마을의 개선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죠. 모두가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며 몸소 찾은 문제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찾았어요.”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이 있었으면 좋겠다’, ‘좁은 골목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보행자나 차량 통행에 문제가 있다’, ‘골목 주차장 벽면이 무너질 듯 위험해 보인다’, ‘늘 보는 주민들인데 서로서로 인사를 나누면 좋겠다’, ‘화단을 만들어 꽃을 심으면 골목이 환할 것 같다’ 등 많은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언덕 위에 학교가 있는데, 골목에 주정차 된 차들 때문에 아이들이 등하교 때 위험하기도 하고, 부서진 주차장 담벼락도 위태로워 보였죠. 그래서 이 주차장 주인 어르신께 양해를 구하고 보수공사를 시작했어요. 5월에 작업을 시작했는데 7월이 되어서야 완성된 것 같아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시간만 나면 작업을 했어요, 부서진 벽을 새로 쌓고, 미술학원 원장님,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함께 마을의 사계를 그려 넣었어요.”
유명희 회원이 지난 더운 여름을 떠올렸다. 유난히도 이른 더위가 시작된 봄부터 한여름까지 냉수를 나르고 수건으로 굵은 땀방울을 훔쳐 가며 완성된 벽화 갤러리. 벽화를 완성하고 나니 시청에서 보행자 안전 통행로를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안전 통행로 조성 이후 부족해진 주차공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물식 먹적골 공영주차장도 조성됐다. 주민들은 안전하게 골목을 오가고 길가에 주정차 된 차들이 주차장으로 옮겨지니 골목이 더 환해졌다.
“저는 먹적골 마을공동체 사람들을 ‘바람’이라고 불러요. 나비의 작은 날개 짓은 때론 태풍처럼 큰바람이 되기도 하잖아요? 이들이 시작한 소소한 마을 가꾸기가 지난 세월 해결하지 못한 마을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변곡점이 되었어요. 더 나은 모두의 마을을 만들고 있는 셈이죠.” 강승원 사무국장의 말처럼 먹적골 마을의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봉사자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조건, 그것만 갖춰지면 이루고자 하는 것들의 50%는 성공한 셈이라고 종종 이야기들 한다. 추진력, 예산, 인력, 시간 등 여러 가지 조건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의 힘일 것이다.
박경분 회원은 여러 활동 중에서도 세대를 아우르는 활동으로 인한 긍정적 변화에 대해 전했다.
“요즘 아이들 보기가 쉽지 않은데, 우리 마을엔 아이들이 정말 많아요. 아이들과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싶어 기획한 여러 행사가 있어요. 방과후에 공원에서 놀던 아이들에게 어르신들이 고추장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함께 만든 고추장은 홀몸 어르신에게 전달하기도 했고요. 인사 나눔 캠페인은 물론 공원 갤러리도 함께했고요. 또 플리마켓을 연 적이 있는데, 아이들이 안 쓰는 물건을 팔고 번 돈을 저희에게 줬어요. 홀몸 어르신들을 위한 일에 써달라고요. 아이들의 마음에 기분이 몽글몽글해지더라고요.”
함께 공간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만남이 이어지고, 그 만남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움트게 한다. 그래서일까. 먹적골 마을공동체는 올해 목표로 행사할 때만 잠깐 모이고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원 도서관과 같이 함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어디론가 바삐 움직이는 이들. 어느새 아이들과 함께 골목에 주민들이 나란히 늘어섰다. 손인사 피켓을 흔들며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며 인사 나눔 캠페인을 시작한다. 캠패인을 처음 진행했을 당시 이들을 이상하게 생각하던 이들도, 어색해하던 이들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인사하며 길을 지난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인사하는 사이 마을은 웃음소리로 떠들썩해지고 행복으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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