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을 통해 희망을 나누는
우리들의 이야기
시절이 변하여 혼밥, 혼술, 혼영이 대세가 된 시대다. 무엇이든 혼자하고 독립적인 것이 미덕이라 여겨지고 있는 세상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경험했고 알고 있다.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함께 성장하는 뿌듯함과 기쁨을.
여름 햇살이 따갑던 어느 날, ‘함께의 가치’를 알고, 실천하며 살고 있는 전북 익산시새마을회 회장단을 만났다.
함께여서 힘이 나고 함께여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철 지난 철학이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근면, 자조, 협동 새마을정신 말이다. 과연 이 가치들은 시대가 바뀌었으니 사라져도 되는 것들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어쩌면 이 가치들은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요즘 시대에 더더욱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첫 만남에서부터 익산시새마을회 회장단은 대화 속에서, 활동 속에서, 그들의 삶 속에서 이를 증명해보이고 있었다.
“익산은 특별한 곳이에요. 1읍 14면 14동으로 구성되어 있고 도농 복합도시이기도 하죠. 익산시새마을회는 남성 지도자들이 활동하는 협의회, 여성 지도자들이 활동하는 부녀회, 그리고 새마을문고 세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봉사는 해왔던 분들이 계속 하시는데 최근에는 젊은 분들도 많이 참여하시고 활동도 굉장히 잘 이루어져서 전국적으로도 저희 익산시새마을회가 많이 알려지고 있답니다.”
장오준 회장은 익산시새마을회를 소개한 후 새마을정신에 대한 생각과 익산시새마을회의 활약상을 이렇게 덧붙인다. “새마을운동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잖아요? 세계적으로 새마을운동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거죠. 그 정신이 뭐예요? 바로 근면, 자조, 협동입니다. 이런 정신은 지금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정신이에요.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데 요즘에는 혼밥, 혼술 같은 것이 유행하잖아요? 익산시새마을회는 사라져 가는 공동체정신을 잘 살려서 지구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탄소중립 실천 활동, 이웃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마을 공동체 활동을 열심히 해나가고 있어요.”
구체적인 활약상에 대해 묻자 ‘탄소중립’이라는 말이 제일 먼저 튀어나온다. 2050년 탄소중립국가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마을 공동체에서 하고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구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삶이잖아요? 물론 너무나 거대한 담론이라 개개인이 하는 일이 미약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저희는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고 있답니다. 동네 안길 청소하기, 나무 심기, 꽃길 만들기 등등이죠. 제가 사는 금마면에서는 오래 전부터 ‘우리강 살리기 운동’ 을 진행하고 있어요. 황각마을의 황각천을 살리면 만경강이 살고 이 강물이 흘러 바다로 가면 우리가 살고 있는 전북 서해안을 살린다는 생각으로 말이죠. 중성세제 사용을 줄이고 약초 비누와 약초 샴푸 만들기를 하고 있구요. 금마저수지에는 숯 주머니를 만들어 넣어 물 살리기 운동을 한 번 해보려고 하고 있답니다.” 이시형 협의회장의 말이다.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비누 만들기 활동이 바로 이곳 금마에서 이루어지는구나 싶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익산시새마을회 하동마을은 2019년 새마을운동중앙회로부터 에너지 자립마을 최우수상을 수상한 곳이기도 하다. 다시 보니 회장단의 눈빛에서 환경보호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느껴진다.
강이순 부녀회장에게 부녀회의 활동에 대해 묻자 ‘더불어 사는 마을 공동체’ 이야기가 나온다. “저희는 1천여 명 되는 회원들이 이웃 어르신들을 위해서 다양한 봉사를 하고 있어요. 분기별로 반찬 봉사를 하고 있구요. 더운 여름에는 홀몸 어르신들을 위해 삼계탕을 대접하고 겨울에는 ‘사랑의 김장 나누기’ 사업을 하고 있답니다. 특히 김장은 인기가 많아요. 5,000포기 정도 담그는데도 부족하답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서는 방역활동에도 신경을 썼어요, 예전에는 부녀회원 연령층이 높았는데 요즘에는 젊은 엄마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어서 활성화가 잘 되는 느낌이랍니다.”
“저희는 탄소중립을 위해 마동부녀회와 함께 6세-13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지구사랑 포스터·표어’ 대회를 열고 있어요. 교육이 없는 사업은 오래 갈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환경 캠페인으로 어렸을 때부터 지구를 사랑하는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키우는 거죠. 문고 사업으로는 문학기행도 가고 했는데 요즘에는 뜸해요. 아무래도 코로나 상황이니까요. 대신 청소하기, 플라스틱 화분 만들기, 타일 벽화 붙이기 등 부녀회와 협의회에서 하는 많은 사업들을 더불어 하고 있답니다.” 새마을문고의 국영순 문고회장의 설명이다.
내 일, 네 일 가리지 않고 무슨 일이든 함께 하는 공동체정신이 사업 곳곳에서 지문처럼 느껴진다. 역시 오래 가려면 함께 가라는 명언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익산시새마을회는 ‘타일 벽돌 붙이기’와 ‘비누 만들기’ 등 마을 공동체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는 지역이다. 29개 읍면동이 지역 맞춤형 사업을 특색사업으로 발굴해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 금마저수지와 황각천이 있는 금마면이 ‘물 살리기 운동’ 으로 수질 오염 개선에 효과적인 친환경 비누 만들기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면, 마을길 단장이 필요했던 마동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 보호 운동을 하기 위해 ‘타일 벽화 붙이기’ 사업을 시작한 것이 그 예이다.
마을 공동체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는 이청자 마동부녀회장에게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마동부녀회원들과 함께 무너진 화단에 블록을 쌓고 페인트칠을 했어요. 그곳에 타일 벽화을 만들어 붙이고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화분들로 마을길을 단장하자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어요. 참여한 사람들은 본인이 그린 그림이 붙어 있으니까 더 즐거워하고요. 그렇게 만들어가다 보니 그곳이 이제는 우리 동네 미술관이 되었답니다. 이외에도 마동에서는 도농 협력 사업으로 망성면과 협력관계를 맺고 농산물 직거래를 하고 있답니다.”
농산물 직거래 이야기가 나오자 이런저런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신기하게도 익산시새마을회는 1읍 14면 14동, 때문에 면과 동을 하나로 묶어 협력 사업을 하기가 좋다. 농산물 직거래 장터로부터 시작한 1동 1면 운동은 앞으로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되어 갈 것이다.
모든 것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생명의 고리는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다. 나로부터 출발한 선한 영향력은 이웃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고 결국 돌아와 나를 살린다. 아무리 세태가 변한다 할지라도 더불어 살아가는 삶, 더불어 살아가는 힘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새마을운동 현장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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