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종

새마을운동을 통해 희망을 나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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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4호 September/Octo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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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탐독

사라지는 평생직장

여러분에게 직장은 어떤 존재인가.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직장은 삶의 전부였다.
직장에서 해고당하면 자신의 삶도 끝난 것처럼 여겼고 일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아침이면 출근하듯 나와
산으로 공원으로 양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서성이곤 했다. 직장이 직업이 되어 하루아침에 자신의 일상을 지배하던
존재가 손을 놓자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방황하는 것이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는 직장과 고용 분위기를 싹 바꿔 놓았다.
대면으로 해결하던 업무가 비대면으로 가능하게 되자 직장도 근로자도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었다.
초단타의 고용계약이 늘어나고 하나의 직장이 아닌 여러 개의 직장을 가지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재난 상황에 불안함을 느낀 직장인들이 만일에 대비한 사이드 잡을 가지게 되고 이것의 개수를 늘리고 있다.
마치 기업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살아남듯 개인들도 위기상황에서
또 직업다변화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write. 김용훈 시사평론가

긱워커(Gig Worker)

한 직장에 들어가서 정년퇴임까지 일을 하는 것은 과거의 세대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요즘 세대를 대표하는 MZ세대에게 이러한 개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MZ세대에게는 한곳에 매어 있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그들은 직업 외에 부수입을 만들기 위해 한 가지 일을 하지도 않고 한 가지 일을 운명처럼 생각하지도 않는다.
긱워커라는 말은 단기 계약을 맺어 일회성 일을 하는 초단기근로자를 지칭하는 신조어이다. 1920년대 미국의 재즈(Jazz) 공연장에서 연주자를 확보하기 위해 단기계약을 맺어 공연했던 긱(Gig, 연주자)을 가져와 초단기 노동인력에 사용하고 있다. 정보기술, 개발자 등의 비정규 근무자에 한정되어 사용하였으나 최근에는 단기직업군의 확대로 단기계약근로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정규직보다 임시직을 고용하여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긱워커들도 늘어나고 있다. 긱워커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하여 다양한 일을 만나는 것이 수월하다. 이들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을 하고 자신의 삶을 영위한다.

N잡러(N-Jober)

과거에는 한 직장에 평생을 몸담아 일했지만 긱워커 시대에는 ‘N잡러’라는 말이 생길만큼 한 가지 직업만 가지는 사람이 없다. N잡러는 자신의 전공이나 관심분야의 다양한 직장을 가지고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여러 수(N)의 직업(Job)을 가진 사람(er)을 의미한다. 평생 한 직장에 목매지 않고 직장보다는 직업을 중시하며 다양한 직장에서 경제활동을 한다.
이러한 N잡러는 오직 한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취업난에 휩쓸리지 않는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자신의 전공과 재능을 살려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원하는 수익을 만들 수 있다. 본업과 겸하면서 또 취업을 준비하면서 다수의 수익 라인을 만들고 있다. 혹자는 N잡러를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 정규직을 갖지 못하는 루저라고 생각한다. 유별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가 이러한 이미지를 반전시켰다. 사회적 거리두기 및 재택근무가 대세가 되자 사람들은 본업외에 추가적인 소득을 만드는 일에 몰두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불안한 마음과 높아지는 물가로 새로운 소득원이 되는 일에 적극적이 된 것이다. 주52시간제가 되면서 고용에 대한 불안함이 배경이 되었고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직접적인 출퇴근이 아닌 필요시 출근하는 형태가 도입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고용형태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필요한 인력의 단기 고용이 늘어나고 N잡러 열풍에 단타의 일을 원하는 구직자도 늘어나 하나의 일이 아닌 여러 가지 일을 갖는 것이 트렌드가 된 것이다.
N잡러의 존재는 바로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회사에 무조건적인 희생과 복종으로 평생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과 함께 자란 MZ세대인 20·30대는 새로운 기술과 문화적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들은 일과 가정의 균형을 선호하며 소유보다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들은 향후 상당기간 우리 인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어릴 때부터 PC와 핸드폰에 익숙한 이들은 IT플랫폼에서 원하는 분야의 일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있다.

파이어족(FIRE)

파이어족은 30·40대 초반에 경제적 자립을 통해 조기 은퇴를 감행하는 사람들로, 파이어(FIRE)란 '경제적 자립, 조기 퇴직(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첫 글자를 따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40대 초반까지 열심히 벌어서 직장생활을 떠나겠다는 그들은 젊은 나이에 종자돈을 만들어 월급이 아닌 투자나 사업 또는 그 외의 방법으로 직장에 묶이는 것이 아닌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이 100세까지 가능해야 한다. 파이어족 나이가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인데 요즘처럼 급속한 변화의 시대에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시간이 많은 그들은 무사히 안정적인 삶을 살아낼 수 있을까.
과거에는 직장에 입사하는 것은 정년까지 경제생활을 보장받는 일이었다. 기업이나 취업자는 서로 운명공동체처럼 하나로 뭉쳤다. 그러나 요즘의 취업은 취업일 뿐 기업이나 취업자 누구도 미래를 확정하지 못한다. 선망하던 대기업에 입사하더라도 본인이 싫으면 그만두는 것이 다반사이다. 직무나 사내 분위기, 복지 등 은 그 다음 순이다. 이는 기업의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업무성과를 만들지 못하면 가중되는 업무와 진행에서 밀려나기 마련이고 기업도 이들을 잡지 않는다.
작년 잡코리아 리서치의 직장인이 체감하는 정년퇴직의 나이가 평균 51.7세였다. 법정 정년은 60세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체험하는 정년의 나이가 8년 빨랐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49.5세로 대답하여 더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100세의 절반가량을 넘어선 나이에 퇴직하면 그 이후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후 50여 년을 수입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안 될 것이다.

100세 시대의 직장과 직업

100세 시대에는 전문직이나 기능직 상관없이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면 자기계발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개척해야 한다. 경력이 실력이 되지 못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초단기 고용계약이 존재하고 다양한 직장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직장이 아닌 직업이 중심이 되는 사회가 되고 있다는 말이다. 직업은 직장을 포용한다.
직업은 자신의 전공분야가 되고 직장은 이러한 전공분야를 조합하는 다양한 조직이다. 우리나라의 문화는 직업보다 직장을 중시해서 이름이 알려진 대기업을 손꼽고 이곳에 들어가려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런데 막상 선망하는 대기업에 들어가도 기대치와 다른 직무, 팀 분위기 등에 실망하고 곧장 퇴사를 감행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하는 일보다 기업의 이미지로 직장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긴 시간 자신의 일을 즐기고 업그레이드시키려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아하는 직업을 만나면 어떠한 직장이든 자신이 잘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직장이 아닌 다수의 직장을 나의 시간에 맞춰 조정하며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본인들의 전공이나 적성을 무시하고 입사하면 직장생활이 신이날 수 없고 자신의 가능성을 드러내기도 어려울 것이다.
파이어족처럼 젊은 나이에 은퇴에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후가 막막하다. 한국의 2021년 연령대 별 경제활동참여율을 보면 65세 이상 36.3%로 65살 이상의 경제활동참가율이 OCED 국가 중 1위를 차지한다. 노인이 되도록 일을 하지만 빈곤율이 높다. 정부가 노인 빈곤율을 낮추고자 기초연금을 지속 인상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살아가는 것은 매우 힘들다. 작년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83만6천 명이 취업했다. 그런데 공공형 일자리 비중이 70%가 넘는다. 이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아닌 용돈 수준의 월 27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짧은 시간 일을 하는 것으로 지속성도 일의 보람도 찾기 어렵다. 장래인구 추계율에 따라 65세 이상의 인구는 2030년 1,306만 명, 2040년에는 1,724만 명으로 증가하는데 이들은 어떻게 노후를 살아낼 수 있을까. 이를 단번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아직 경제활동능력이 있는 세대에게 극단의 결과를 만나지 않도록 계도하여 미래를 바꿀 수는 있을 것이다. 정부가 노력을 해도 모든 국민이 만족하는 결과를 만들 수 없다. 결국 스스로 준비하는 직업으로 다양한 직장을 만나야 만족도가 높은 삶을 구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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