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을 통해 희망을 나누는
우리들의 이야기
많은 사람들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하면 봉평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소설 속에 제천이 등장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소설은 주인공 허 생원이 저와 같은 왼손잡이 동이와 함께 그의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제천장으로 향하며 끝을 맺는다.
동이가 진정 허 생원의 아들이었을까 궁금증을 남기면서. 제천으로 향하는 길, 문득이 소설이 떠올랐다.
달밤을 걷는 호젓함만으로도 살아갈 힘을 얻던 장똘뱅이 허 생원의 삶이 얼마나 애달프면서도 낭만적이었는지.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계절, 한낮의 여행일지라도 청명한 하늘이면 족한 것처럼 제천 여행을 즐겨보기로 했다.
제천에 도착하니 제법 선선한 바람이 반겼다. 이 고장은 가을이 한 걸음 더 먼저 찾아오는 곳일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더위가 시절을 알고 물러나고 있는 것이 용하게 느껴졌다.
산뜻한 기분을 안고 향한 장소는 제천하면 떠오르는 명소 의림지다. 의림지로 가는 길목인 창전동 새터마을에 멈춰 섰다. 의림지로 이어지는 ‘삼한의 초록길’이 여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길은 제천시에서 기존의 농로를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친환경 관광길, 탄소 제로 관광지로 조성한 것이다. 막힘없이 뚫린 2km 남짓한 길 양옆에는 이름 모를 꽃과 풀들이 즐비했다. 수목류 55,000그루, 초화류 23만 송이 등 140여 종의 식물이 식재되어있다고 하니, 철마다 옷을 갈아입는 자연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산책로인 것 같았다. 느린 걸음으로 걷다 보니, 알게 모르게 긴장하며 살았던 마음이 차분히 내려놓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참 걷다 보니 길 끝에 있는 근사한 다리에 다다랐다. 2021년 7월에 완공된 ‘에코브릿지’는 감성 야경의 완결판이라고 불린다는데, 한 낮에 올라 팝아트로 꾸며 놓은 다리 위에서 너른 들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에코브릿지를 건너 드디어 의림지에 다다랐다. 의림지는 삼한시대에 축조된 수리시설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 중 하나이다. 상당한 규모의 제방이라 그 크기만으로도 그 옛날이 지역에 큰 권력자가 살았거나, 의림지 자체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설이었음을 알려준다고 한다. 호수 반영마저 아름다운 의림지의 풍경을 천천히 감상하고, 의림지 안의 명물 목조 다리를 건너 용추폭포로 향했다. 폭포 쪽에는 바닥이 유리로 되어있는 유리 전망대가 있었다. 발밑으로 폭포가 떨어지는 모습이 얼마나 아찔한지, 어린아이가 된 듯 즐거워하며 한참을 전망대에서 시간을 보냈다. 용추폭포를 지나 홍류정에 오르니 호수와 푸른 산이 어우러진 산수화 같은 풍경이 드러났다. 가만히 서서 자연이 그린 근사한 작품을 감상했다. 호수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난 뒤, 의림지역사박물관에 들렸다. 지상 1층 지하 1층으로 구성된 박물관에서는 의림지 사계의 옛 모습을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고 의림지의 형성 배경과 축조 방법, 전해지는 설화, 의림지에 서식하는 동식물 등을 엿볼 수 있다. 트릭아트 등의 디지털 기술을 통해 현재와 과거의 의림지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공간도 인상적이었다.
의림지에서 나와 향한 곳은 교동민화마을이었다. 제천 시내권의 유일한 관광지인 교동민화마을은 예로부터 상서로운 기운이 도는 곳으로 알려져 왔다.
교동민화마을의 중심인 육거리에 서니 사방으로 나있는 골목길이 보였다. ‘학업성취길’, ‘소망길’, ‘장생길’, ‘평생길’, ‘장원급제길’, ‘출세길’ 등 골목마다 옛날 서민들이 민화에 담았던 소원을 표현한 이름이 붙어있었다.
남몰래 품은 소원 하나를 생각하며 교동민화마을 골목에 걸음을 내디뎠다. 전통 민화 풍의 그림부터 개성이 돋보이는 그림까지 정겹고 다채로운 벽화와 바닥화가 담벼락마다 길목마다 그려져 있어 지겨울 틈이 없었다.
30분 정도 마을 전체를 둘러보고 다시 육거리에 섰다. 이곳에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방과 책방도 모여 있다. 민화체험, 도자기 체험, 푸드 테라피, 놀이 상담, 리폼 공예체험, 벽화체험, 한방약초와 전통차 체험, 문형 맞춤 공예체험 등이 운영되고 있다. 교동민화마을 홈페이지에서 예약한 후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한 공방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인근에 예쁜 카페들도 있어 그중 한 곳에 들러 시원한 커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다음 여행지로 향했다.
제천에서의 마지막 여행지는 맑은 물과 노송이 어우러진 계곡에 숨어있는 탁사정이었다. 탁사정은 굽이 흐르는 용암천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세워진 정자이다. 원래는 옥호정(玉壺亭)이라는 정자가 있던 자리였는데, 조선 선조 19년 제주 수사로 있던 임응룡이 고향에 돌아올 때 해송 여덟 그루를 가져와 심고 이곳을 팔송이라 칭했다고 한다. 이 일대의 지명이 팔송리인 것도 여기서 유래한다. 후에 임응룡의 아들 임희운이 팔송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또 후대에 허물어진 팔송정을 다시 세워 개항기 당시 의병으로 활동했던 원규상이 탁사정이라 이름하였다고 한다.
기대감을 안고 탁사정 앞 용왕천에 도착했다. 크고 작은 바위가 사방에 널려 있는 계곡과 소규모 폭포가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하고 있자니 어디선가 서늘한 골바람이 불어왔다. 왠지 조선시대 선비가 된 기분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이정표를 따라 탁사정에 올랐다. 생각보다 소박한 정자였지만, 주변은 그렇지 않았다. 병풍처럼 둘러싼 소나무들의 자태가 일품이요, 정자에서 내려다보이는 굽이 흐르는 계곡의 품세 또한 진경이었다. 탁사정에 앉아 소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맑은 바람을 소리로 피부로 느끼며 천천히 숨을 돌렸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아쉬움을 달래며 여행을 갈무리할 시간이었다. 걷는 일정이 많아 고단하기도 했지만,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풍요로운 마음으로 마음껏 사색할 수 있는 여행이었다.
Q _ 충북 제천시새마을회 소개와 대표적인 사업을 소개해주세요.
A _ 제천시새마을회는 이동연 회장을 필두로 협의회, 부녀회, 직장·공장, 문고, 교통봉사대, 대학새마을동아리까지 총 6개의 단체와 전·현직남녀새마을지도자 그리고 은빛봉사대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읍면동순회 탄소중립실천 교육, 새마을탄소공원 조성과 결혼이주여성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밥상나눔,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사랑의 집 고쳐주기, 독서문화 정착(독서문화정착)을 위한 새마을작은도서관 개관, 선진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보행지킴이 활동 등 조직의 특성과 조직력을 살려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Q _ 지구촌새마을운동 활동도 소개해주세요.
A _ 아동들을 위해 마을 놀이터, 학교를 새로 짓고, 책상 교복을 제공하는 등 학교개선 사업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3년 동안 지원사업을 했던 라오스 폰해 초등학교입니다. 2017년도에 처음 방문했을 때 교장선생님과 학생들, 마을주민들의 눈물어린 환대가 기억이 납니다. 아이들과 교실 벽 페인트 칠도 같이 하고 나무도 심으며 서로의 마음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새마을운동이 우리의 손길과 마음이 필요한 곳에 쓰여지고 있음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Q _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_ 시대가 변하면서 새마을운동도 그에 맞는 변화들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에 제천시새마을회와 1만 2천여 명의 새마을지도자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새마을운동의 고유 정신을 살려 앞으로 다방면의 활동을 통해 이웃과 지역을 넘어 세계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단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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