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종

새마을운동을 통해 희망을 나누는
우리들의 이야기

2022 4호 September/October

대구 서구새마을회장단(왼쪽부터 김성희 문고회장, 유순복 부녀회장, 김동근 서구새마을회장, 임상근 협의회장, 김만호 직장·공장협의회장)

category
새마을 사람들Ⅰ

즐거움과 자부심으로 이끌어 가는
지속가능한 새마을운동

대구 서구새마을회

2020년, 갑작스럽게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사람과의 접촉이 극도로 조심스러웠던 시국.
대구는 그중에서도 피해가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발생했던 도시이기도 하다.
바로 이런 곳에서 헌혈운동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의미를 가진다.
접촉이 두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앞장서 ‘생명나눔 사랑의 헌혈운동’을 펼쳐 온 사람들.
그리고 그런 운동을 두 달에 한 번씩 변함없는 마음으로 이어오는 사람들.
무엇이 그들을 지속가능한 새마을운동으로 이끌고 있는 것일까?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간 대구 서구새마을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즐겁고 유쾌하고 넘치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write. 신지선   photo. 김병구

생명을 나누고 삶을 나누는 유쾌한 새마을운동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독특한 에너지가 있기 마련이다. 대구 서구새마을회 김동근 회장, 임상근 협의회장, 유순복 부녀회장, 김만호 직공장회장, 김성희 문고회장이 모여 앉은 곳에서 확실히 그들만의 유쾌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시끌벅적,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시간, 김동근 회장의 서구새마을회 소개를 먼저 들어 보았다.
“대구시 8개 구군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새마을회라고 자부합니다. 회원 수도 많고, 활동도 그만큼 많이 하고 있어요.” 더욱 구체적인 활동을 묻는 질문에 김동근 회장은 이렇게 답변을 잇는다. “생명나눔 사랑의 헌혈운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어느 날 TV를 보는데 코로나로 인해 그간 헌혈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군부대나 학교, 단체 등의 헌혈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혈액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당장 서구새마을회 사업으로 헌혈을 시작했죠. 처음에는 코로나 위중증도 많고 거리두기도 심해서 사람들 모으기가 쉽지 않았어요. 비난도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공동체에 도움이 필요할 때 발 벗고 나서는 것이 새마을운동 아니겠어요? 우리 가족들과 함께 일단 헌혈을 시작했죠.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가다 보니 이제 자리가 잡혀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헌혈이 새마을회 사업으로 자리를 잡아감과 동시에 좋은 취지에 동조하는 서구의 다른 단체들도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덕분에 2020년 7월에는 3일 동안 한국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서구체육회와 함께 릴레이 헌혈도 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그 행사는 1회성으로 끝났지만 이후에도 서구새마을회는 두달에 한 번 헌혈차를 이용하여 30~40명 분의 혈액을 수급하고 있다. 또한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작은 기념품도 나눠주며 헌혈 동참 캠페인을 펼쳐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생명을 살리는 운동에 동참하자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생명나눔 사랑의 헌혈운동

지구촌 곳곳으로 뻗어가는 글로벌 새마을운동

그뿐 아니다. 서구새마을회의 새마을운동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캄보디아에서 우물 파주기, 집 고쳐주기, 초등학교 학용품 기부하기 사업을 실시했으며 몽골에 다시 입을 수 있는 옷 기부도 했다. 특히 2017년 캄보디아 지구촌새마을운동은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전했다. “당시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결혼해 이주해온 지도자 2명이 평소 성실하게 생활하며 새마을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 새마을 가족에게 혜택이 갈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으로 팀을 꾸려 깐달을 직접 방문했죠. 28명이라는 많은 인원이 무더운 날씨에 차와 배를 갈아타며 3시간 이상을 이동해야 했지만 마음은 더없이 기뻤어요. 그분들도 어찌나 따뜻하게 환대해 주시는지 정성스러운 음식도 대접해주시고 그 더운 날씨에도 질서 있게 학용품, 구급약품도 받아 가시더라고요. 먼 훗날 이 분들이 대한민국과 새마을운동을 좋은 기억으로 떠올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임상근 협의회장과 유순복 부녀회장의 설명이다.
2017년에서 2018년까지 깐달과 깐뽕참을 찾아 초등학교에 학용품과 구급약품을 전달하고, 8가구 집 고쳐주기, 이미용 활동도 펼쳤다. 무언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이런 활동들이 대한민국과 새마을운동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밖에도 서구새마을회가 내세우고 싶은 활동은 탄소중립을 위한 아이스팩 수거사업이다. 서구새마을회가 전국에서 발빠르게 시작한 아이스팩 수거사업은 현재까지도 월 2회 첫째 주와 셋째주 수요일 17개 동에서 집중 수거하여 재활용하고 있다. 서구새마을회의 활동들이 전국적으로 알려져 2021년 유순복 부녀회장이 대통령 표창과 새마을훈장 노력장을 수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좋은 일을 즐겁게 한 결과가 수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열심히 일할 동력이 되는 선순환이 발생한 것이다.

지속가능한 새마을운동의 원동력은 자부심

대구 서구새마을회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문고 사업에 대해서도 들어보았다. 문고 대구 서구지부는 동 단위까지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조직력의 힘이 사업을 이끌고 있다. 새마을 문고 활동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김성희 문고회장은 기다렸다는 듯 다양한 사업들을 풀어놓는다. 역사꾸러미 교실, 한지수업, 독서감상화대회, 매달 셋째 주 수요일 독서캠페인, 알뜰도서 교환전, 알뜰장터 등의 사업들이 수도 없이 불려 나온다.
김만호 직장·공장협의회장은 장학사업에 대해 설명한다. “직장·공장 회원단체들을 만나면 대부분 본인 사업 이야기를 하게 마련인데 서구새마을회는 그런 단체가 아니에요. 여긴 순수하게 새마을운동을 하는 단체죠. 좋은 일을 하면 기분이 얼마나 좋습니까? 20여 명 되는 회원들이 서로 힘을 합쳐 장학사업 같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활동 참여는 자연스럽게 회원 스스로의 자부심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활동 참여의 원동력이 된다.
“즐겁지 않으면 안 돼요. 제가 즐거워야 우리 회장님들도 즐겁고, 회장님들이 즐거워야 동회장님들이 즐겁고, 동회장님들이 즐거워야 회원들이 즐겁습니다. 새마을운동은 즐거운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서구새마을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이 바로 저희의 자부심으로 연결되죠. 조금 있다가 환경보호운동, ‘줍깅’ 행사를 할 텐데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회원들이 100% 참석할 겁니다. 이건 쉽게 이루어지는 게 아니에요. 내가 이단체에 소속되어 있다는 자부심,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는 새마을운동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뒷받침되어 있기에 가능한 겁니다" 김동근 회장의 깨알같은 자랑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대구 서구새마을회 조직도가 크게 정리되어 붙어 있다. 그 안에 사진과 함께 맡은 직책도 소상히 적혀 있다. 그뿐인가? 이름표가 달린 초록색 조끼도 여기저기서 보인다. 각자에게 맞는 자리를 맡고, 그 자리에 맞는 활동을 열정적으로 수행하고, 거기에서 성취감과 소속감을 느끼게 된 회원들. 바로 이런 것들이 대구 서구새마을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인터뷰 내내 한 번 시작한 사업을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궁금했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유난히 자주 들리던 ‘자부심’이라는 단어가 그 해답이다. 자부심을 가지고 스스로 행동하는 대구 서구 새마을회 회원들을 보니 내내 가슴 뿌듯함이 느껴졌다.

‘줍깅’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대구 서구새마을회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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