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을 통해 희망을 나누는
우리들의 이야기
파주 광탄면에 있는 외화산마을은 긴 세월 이렇다 할 변화없이 흘러가는 대로 흘러왔다.
‘마을을 생기 있고 예쁘게 꾸며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에 관심이라는 씨앗을 뿌리기 시작한 박영미 외화산 마을공동체 추진위원장.
그녀가 뿌린 씨앗은 이내 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을주민과 모두 함께 노력한 덕분에 ‘2021 전국 우수마을 공동체 뽐내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이라는 희망의 꽃을 피워냈다.
산에서 내려다본 마을의 모습이 마치 꽃으로 둘러싸인 것 같다고 하여 지어진 외화산마을. 실제로 입구를 제외한 모든 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농촌 마을로, 이곳엔 80여 명의 주민이 터를 잡고 있다. 아이에서 성인이 된 자식들은 타지로 나간 지 오래, 주민 대부분이 60세 이상인 고령의 마을이다. 그 때문일까. 꽃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마을은 조용하다 못해 생기마저 없어 보였다.
“제가 외화산마을로 시집와서 산 지가 32년 정도 되었어요. 그런데 그 세월 동안 변한 것이 하나도 없어요. 마을 입구에 있는 대전차 방호벽, 더 이상 이용할 아이들이 없어 방치된 놀이터를 보고 있는데 어쩐지 마음이 쓸쓸하더라고요. 각자 농사일을 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과이다 보니 공동체 의식이 없기도 하고, 마을 내 문화생활에 관해서도 관심이 없었죠. ‘마을이 좀 더 예뻐질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늘 했던 것 같아요.”
14여 년 간 새마을운동 부녀지도자로 활동하며 봉사나 공동체 활동에는 자신이 있었던 그는 생각을 행동으로 바로 실천했다. 마을 이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다시 피는 꽃마을 외화산 마을공동체’라는 공동체 사업명을 짓고 주민들과 소통하기 시작한 것. 그녀의 계획에 뜻을 합한 5명의 주민과 함께 운영위원회를 꾸리고 더 살기 좋은 외화산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 마을의 문제점, 꿈꾸는 마을의 모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들이 꿈꾸는 마을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민들 간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고, 자연스럽게 형성된 공동체 의식을 통해 자발적으로 마을 가꾸기에 참여해 밝고 깨끗한 마을을 만드는 것. 그리고 탄소중립이나 환경 문제에 대한 의식 개선으로 파주시에서 가장 모범적인 환경친화적 마을로 변모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운영위원회는 수시로 의견을 나눴다. 그런데 의견을 나누면 나눌수록 막막해졌다. 공동체 의식의 부재, 소통 공간 부족, 마을에 방치된 시설물, 환경 문제 인식 부족 등 해야 할 일과 고쳐야 할 것, 버려야 할 것 등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도무지 답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일단 모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마을의 대문 역할을 하는 오래 방치된 대전차 방호벽을 떠올렸다.
“우리가 공동체 활동을 통해 마을을 바꿔보려 한다고 말해도 어르신들은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마을을 위해 이런 일을 하고 있어요’라고 알릴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방호벽을 예쁘게 꾸미면 마을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먼저 방호벽에 벽화를 그리기 위해 군부대의 동의를 얻고, 방호벽에 겹겹이 쌓인 세월의 때를 벗겨냈다. 근처 콩세유 미술관 정미애 관장의 재능기부로 밑그림을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손수 붓을 들고 채색을 했다. 꼬박 하루 반나절이 걸려 완성한 벽화엔 노란 해바라기가 싱그럽게 피어났다. 마을의 흉물이 마을의 명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이후 마을 방호벽 벽화는 언론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관심을 받으며 마을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벽화로 정체되었던 마을의 분위기가 확 바뀌자 주민들은 더 적극적으로 공동체 활동에 동참했다. 이후, 방호벽 앞 농기계보관창고에 그린 정이품송과 대나무 벽화, 외화산 마을공동체 명판 등이 마을 어르신들의 재능기부로 완성되었다.
“처음에는 별로 관심 없던 주민들도 마을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한 분 한 분 작은 수고로움을 더해주시더라고요. 방호벽 옆으로 꽃밭을 조성할 때에는 90세를 앞둔 어르신들이 허리를 굽혀가며 꽃을 다 심으셨어요. 한평생 농사가 일인 당신에겐 이런 건 일도 아니라면서요. 그때 ‘아, 이 마을이 진짜 변화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실감했어요.”
방호벽과 농기계 보관창고 벽화 그리기 이후 마을 꾸미기엔 속도가 붙었다. 주민들이 사용하지 않던 간이 목조 사우나 시설을 개조하여 버스 정류장 쉼터 겸 도서관을 만들고, 마을에 못 쓰는 나무판자를 모아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만들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각자 잘 할 수 있는 일을 도맡아 하니 본인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늘 시작은 어렵고 고된 법. 하지만 한번 시작된 변화의 물결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방호벽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시작한 물청소는 마을 전체 환경정화 활동으로 이어졌다. 불법 광고물과 잡초를 제거하고, 쓰레기 더미 정리로 이어진 것. 특히 분리수거함을 만든 이후 아무 곳에나 버려지던 쓰레기가 분리수거함에 차곡차곡 쌓였고, 이를 계기로 파주시 재활용 수거 차량이 마을에 주 2회 방문해 쓰레기를 수거하기로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하루에 겨우 3번 오가는 버스로 불편함을 겪었던 어르신들의 교통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천원 택시도 도입됐다.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활동으로 마을 경관은 물론 진짜 살기 좋은 마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엔 괜한 고생을 사서 한다고 하시던 어르신들이 저를 보며 마을이 회춘한 것 같다고 고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힘들 때도 많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여기서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에 힘이 솟아요. 마을 주민 한 분 한 분과 지역 단체 분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듯 앞으로도 공동체 활동을 통해 외화산마을, 나아가 광탄면과 파주시까지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는 활동을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이제 시작이라는 박영미 추진위원장의 말처럼 외화산마을의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마을 어귀에 20년간 방치된 어린이 놀이터를 어르신 쉼터로 바꿀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고, 마을을 화사하게 해줄 꽃도 새로 심을 계획이다. 바라는 것 없이 모두가 함께 잘 살기 위한 모두의 마음과 애정이 마을을 가득 채우고 있는 한 외화산마을은 늘 봄처럼 따뜻할 것이다
대한민국 최북단 파주시에 위치한 경기 파주시새마을회는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바탕으로 4,000여 명의 지도자가 각 17개 읍면동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신경재 시협의회장과 김명자 시부녀회장, 교통봉사대 조두현 파주시지대 대장과 새마을회 모두가 한마음으로 지역사회 발전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헌신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적극적이고 활발한 활동은 이어가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있으나, 올해에는 마을공동체를 통해 새마을운동의 활성화, 그리고 새마을지도자 배가 운동 및 육성에 앞장서고, 무엇보다 탄소중립실천에 발맞춰 아름다운 자연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생명운동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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