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새마을 ②

글. 장희주
사진. 홍민기

음성으로 듣는 새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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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어르신을 위한 새마을의 밥심

울산 남구부녀회 & 직장·공장협의회


울산 남구새마을회 새마을가족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활발한 봉사를 이어가며 지역 공동체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꾸준한 활동은 ‘2025년도 전국 시군구 종합평가 우수상’ 수상으로도 이어졌다. 그 중심에는 10년 넘게 한결같이 급식 봉사를 이어온 부녀회와 이를 묵묵히 뒷받침해온 직장·공장협의회의 협력이 있다. 2014년부터 매달 셋째 주 목요일마다 빠짐없이 이어져 온 봉사 현장. 경쾌한 도마 소리가 울리는 이른 아침, 회원들은 오늘도 누구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한다.






한 끼에 담긴 새마을의 온정

오전 9시, 도시가 막 잠에서 깨어나던 시각. 울산 도산노인복지관 3층 급식실 문을 열자, 경쾌한 도마 소리와 구수한 국물냄새가 먼저 마중을 나왔다. 이미 한참 전부터 자리를 잡고 재료를 다듬던 남구부녀회 회원들은 머리에 두건을 단정히 두르고 앞치마 끈을 단단히 조여맨 채 분주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칼날이 지나갈 때마다 무와 사과가 나박나박 썰려 나갔고, 옆에서는 청경채를 다듬어 소쿠리에 차곡차곡 담았다. 대화는 적었지만 손은 한시도 쉬지 않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마다 제자리를 찾아 물 흐르듯 움직이는 모습에서, 오랜 세월 함께 맞춰온 부녀회의 단단한 호흡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날의 메뉴는 미역국과 백미밥, 생선가스, 청경채무침, 배추김치.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드실 수 있도록 정성껏 차려낸 따뜻한 한 상이었다. 큰 솥에서 미역국이 구수하게 끓어오르고 생선가스가 노릇하게 튀겨지는 사이, 직장·공장협의회 회원들이 부녀회 곁에서 든든한 손길을 보탰다. 배식 준비를 차근차근 갖춰나가는 이들의 손을 거쳐 식판 위에 밥과 국, 반찬이 가지런히 놓였고,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맞이할 자리가 정성으로 채워졌다.
점심식사가 시작되는 11시 30분이 되자, 어르신들이 하나둘 급식실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주방 안에서는 부녀회 회원들이 분주히 음식을 담아내고, 홀에서는 직장·공장협의회 회원들이 어르신 한 분 한 분께 숟가락과 젓가락을 쥐여드리며 자리를 안내했다. 식판을 직접 테이블 위까지 날라 드리는 것도 이곳이 오랫동안 지켜온 원칙이다. “천천히 오세요”, “여기 앉으세요” 하는 다정한 목소리가 급식실 안을 포근하게 채우는 가운데, 어르신들이 앉은 테이블 위에는 정성껏 준비된 한 끼가 조용히 놓였다. 단순한 한 끼이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 한결같이 이어온 회원들의 진심이 담겨 있다.

배식준비를 하는 부녀회원들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자리,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풍경

부녀회가 급식 봉사를 시작한 건 아주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지금 우리 이웃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까?’ 그 물음에서 시작됐다. 고민 끝에 찾아낸 답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필요한 것, 바로 ‘식사’였다.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이 따뜻한 한 끼를 제대로 챙겨 드시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사실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왕 시작했으니 오래 가자’는 다짐은 말뿐이 아니었다. 한 달에 한 번, 매달 셋째 주 목요일마다 어김없이 급식실 문을 열어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2023년부터는 직장·공장협의회도 함께 참여하면서 봉사의 모습은 한층 단단해졌다. 부녀회 14개 동, 300여 명의 회원들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조리와 반찬 배분, 마무리 정리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고, 직장·공장 협의회는 배식과 현장 지원을 맡아 힘을 보탠다. 기업인,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 등 각자의 생업이 있음에도 시간을 내어 참여하는 이유는 하나다.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함께하자’라는 공감대다. 그렇게 같은 뜻을 가진 이들이 마음을 모아 손발을 맞추면서 따뜻한 한 끼를 위해 애쓰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보람은 단순하다. 최인순 부녀회장은 “급식 봉사가 힘은 들지만, 어르신들이 ‘잘 먹고 간다’고 하며 웃음을 보여주실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손효택 직장·공장협의회장도 같은 마음이다. 그는 “새마을 같은 단체가 아니면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한 번 참여하신 분들이 어르신들 식사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자기 마음이 치유된다고 하신다. 어르신들이 ‘잘 먹었습니다’ 한마디 해주실 때 큰 보람을 느끼고, 그래서 더더욱 이 봉사를 이어가고 싶다”라고 전했다. 짧은 인사 한마디에 하루의 피로가 사라진다. 게다가 ‘여기 오는 날이 기다려진다’라는 어르신의 한마디는 급식 봉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곳은 단순히 식사를 제공하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가 된다.

따뜻한 한 끼를 위한 재료 준비





늘 그 자리에 있는 든든한 이웃, 울산 남구새마을회

급식 봉사는 부녀회와 직장·공장협의회가 속한 울산 남구새마을회가 이어온 수많은 활동 중 하나다. 2025년 한 해만 돌아봐도 마을 곳곳에 꽃을 심고 쓰레기를 줍는 환경 정화 활동부터 김장 나눔, 삼계탕 봉사 같은 소외계층 지원, 독서 문화 운동과 청년 조직 육성까지 이들의 손길은 지역 사회 구석구석에 닿아 있었다. 그 모든 활동이 오랜 시간 흔들림 없이 이어질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결국 하나다. 예산이나 조직의 힘이기에 앞서,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는 회원들의 자발적인 진심이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왔기 때문이다.

배식봉사 중인 직장·공장협의회원들

앞으로의 바람 또한 소박하지만 구체적이다. 최인순 부녀회장은 직접 담근 고추장을 지역 어르신들께 나누는 것을 다음 목표로 삼았다. 정성이 담긴 먹거리 하나가 어르신들의 밥상을 한결 풍성하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손효택 직장·공장협의회장은 다른 지역의 우수 사례를 울산만의 색깔로 재해석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른 지역의 좋은 경험을 빌려와 우리 지역에 꼭 필요한 맞춤형 활동을 일궈내겠다는 구상이다. 부녀회와 직장·공장협의회가 그리는 미래 방향은 서로 일치한다. 앞으로의 새마을운동은 단순한 봉사를 넘어, 울산 지역의 실질적인 현안을 함께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돌봄 사각지대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더 세밀하게 살피는 역할이 요구되는 시대다. 기존의 나눔을 꾸준히 이어가되 더 많은 세대, 더 다양한 이웃이 동참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 ‘우리끼리의 열정’을 넘어 ‘모두가 함께하는 연대’로 나아가는 것이 울산 남구새마을회가 내딛는 다음 발자국이다.
오늘도 ‘새마을’이라는 이름 아래 묵묵히 이어지는 활동 속에서, 울산 남구새마을회는 지역이 필요로 할 때 언제나 곁에 있는 든든한 이웃으로 남기를 꿈꾼다. 그렇게 이른 아침 시작된 울산 남구새마을회의 오늘도 따뜻한 한 끼를 넘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는 소중한 시간으로 흐르고 있다.






울산 남구새마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