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ing ②

글. 박종희
사진. 김병구




200만 회원의 이름으로
새로운 56년을 열다

새마을운동 56주년, 제16회 새마을의 날 기념식


4월 22일 오후 2시, 새마을운동중앙회 대강당 문이 열렸다. 전국에서 달려온 새마을지도자와 회원단체장들, 행정안전부 차관을 비롯한 정부 인사, 22개국 외국 대사와 외교관, 연수를 위해 찾아온 해외 초청 연수생까지 55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세대도 국적도 달랐지만 새마을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한자리에 모였다.






56년을 걸어온 사람들에게

본식에 앞서 성남미금초등학교 금빛물결합창단 40명이 무대에 올랐다. 2023년 창단 이후 크고 작은 무대를 거쳐온 팀답게, 작은 어깨와 맑은 눈빛이 빚어낸 하모니는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새마을가족의 마음을 가만히 어루만졌다.
축하공연이 끝나자 유공자 시상이 이어졌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또 각 분야에서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이들의 이름이 불렸다. 이어 김광림 중앙회장이 새마을휘장과 새마을기념장을 수여했다.
이날 새마을휘장을 받은 이는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박종대 교수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도현 교수이다. 두 사람 모두 새마을운동의 뿌리를 학문으로 붙들고 그 가치를 세계로 넓혀 온 이들이다. 김광림 회장이 한 사람씩 목에 휘장을 직접 걸어주는 순간 객석에서는 오래도록 박수가 쏟아졌다.
새마을기념장은 30년 이상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새마을지도자들에게 돌아갔다. 이름이 불릴 때마다 강당 안에는 박수가 넘실거렸다. 3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으로 알고 있었다.
2025년도 전국 시도·시군구 종합평가 시상도 이어졌다. 시도 부문에서는 전라남도새마을회가 최우수상을, 시군구 부문에서는 전라남도 무안군새마을회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단체 대표들이 나란히 무대에 서서 상패와 꽃다발을 받아 드는 모습에는 한 해 동안 전국 현장을 묵묵히 떠받쳐 온 조직의 뚝심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200만 회원 에너지 절약 실천 다짐
성남미금초등학교 금빛물결합창단





56년의 뿌리 위에서 새로운 길을 묻다

시상이 모두 마무리되고, 김광림 중앙회장이 기념사를 위해 다시 무대에 섰다. 그의 말은 조용하고 단단했다. “1970년대 대한민국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시절의 시대정신은 오직 하나, ‘잘살아 보자’라는 절박하고도 뜨거운 염원이었습니다. 그 간절함이 근면·자조·협동이라는 새마을정신으로 꽃피어 농촌과 도시를 깨우고 국가 발전의 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올해 아흔여섯이 되신 1세대 하사용 지도자부터 이제 갓 스물을 넘긴 대학생 청년까지, 전 세대가 한자리에 어우러진 오늘의 모습이야말로 새마을운동이 살아 숨 쉬는 대한민국의 동력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흔넷의 연세에도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이 자리에 참석한 김유혁 전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을 직접 소개하며, 초창기 새마을운동을 일궈 낸 선배들의 정신이 오늘에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이어 회장은 저출산·고령화, 지방 소멸, 극심한 개인주의의 확산으로 공동체의 기반마저 흔들리는 현실을 짚었다. 그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열쇠로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 온 ‘관광 새마을운동’을 제시했다. 전국에 촘촘히 뿌리내린 새마을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의 숨은 자원과 이야기를 발굴하고, 이를 관광으로 연결함으로써 사람이 찾아오는 활기찬 마을을 만들어가자는 구상이다. 마을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찾아내고 풀어 가는 과정에서 공동체가 다시 살아나고, 그 변화가 경제와 문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 보자는 뜻이기도 했다.
김광림 중앙회장은 새마을운동이 나아갈 세 가지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K-민주주의 국민 참여를 넓히는 ‘참여형 새마을운동’, 지역 경제를 살리는 ‘현장형 새마을운동’, 농촌진흥청·코이카(KOICA) 등과 협력해 우리의 경험과 가치를 세계와 나누는‘글로벌 새마을운동’이 그것이다. 여기에 AI와 디지털 혁신을 더 하고, 청년이 주도하며 마을기업으로 자립하는 기반을 갖추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꾸준한 실천까지 함께 담아낸다면, 새마을운동은 지나간 유산이 아니라 내일을 여는 가장 힘 있는 실천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으로 전해온 응원

기념사에 이어 짐바브웨 모니카 무츠방와 여성·지역사회·중소기업개발부 장관의 영상 축사가 상영됐다. 짐바브웨는 2026년부터 2031년까지 5개 마을에서 새마을 시범사업을 함께 이어갈 나라다. 화면 너머에서 전해진 목소리에는 새마을정신을 향한 신뢰와 기대가 담겨 있었다. 수십 년 전 한국의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변화가 이제 지구 반대편의 마을을 향해 뻗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새마을운동의 힘을 돌아보게 했다.
잠비아 샤쿨리아 마을에서 온 애그니스 니렌다는 “이번 기념식이 새마을운동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을 더 단단하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탄자니아 간도 마을의 살룸 므위니 주메는 “마을의 변화는 누군가 대신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은 새마을운동이 단순한 국내 풀뿌리 운동을 넘어, 지구촌 빈곤 극복과 지역 개발을 이끄는 세계적인 협력 모델로 자리잡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선포!, 200만의 이름을 화면에 새기다

기념식 마지막 순서는 전국 새마을회원 200만 시대 선포식이었다. 주제는 ‘200만 새마을가족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앞으로 걸어갈 길의 이정표였다. 김광림 중앙회장을 중심으로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새마을지도자중앙협의회장, 새마을지도자중앙부녀회장, 직장·공장새마을운동 중앙협의회장, 새마을문고중앙회장, 최형재 사무총장, 전국대학 새마을연합회장, 전국청년새마을연합회장, 해외 연수생 대표까지 모두가 무대 위에 나란히 섰다. 서명 퍼포먼스를 차례로 마친 뒤 카운트다운 영상이 흐르기 시작했다. 화면 속 숫자가 천천히 200만을 향해 올라가는 동안 강당 안의 숨소리마저 잦아들었다.
“하나, 둘, 셋, 선포!”
버튼이 눌리는 순간 ‘2,000,000’이라는 숫자가 화면을 가득 채웠고 대강당은 함성과 박수로 들썩였다. 불과 얼마 전 회원 수가 117만 명까지 줄어들었던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었다. 포기하지 않고 현장을 지켜온 사람들이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쌓아 올린 살아 있는 증거였다.
선포식이 끝난 뒤 금빛물결합창단 아이들이 다시 무대에 올라 내빈들과 함께 새마을 노래를 제창했다. 초창기 새마을정신을 온몸으로 살아온 지도자들의 목소리와 그 정신을 처음 배워가는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졌다.
그 울림이 대강당을 가득 채우는 동안 새마을이 걸어온 56년과 앞으로 걸어갈 시간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졌다. “여러분의 거룩한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고, 여러분의 멈추지 않는 실천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내일은 반드시 더욱 눈부실 것입니다.” 김광림 회장의 기념사 한 구절이 오래도록 귓가에 남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