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새마을 ①
글. 장희주
사진. 전경민

책장을 넘어 마을로 나아가는 도서관
대통령기 제45회 국민독서경진대회 ‘최우수’
서울 성동구 송정동새마을작은도서관
책 읽는 곳을 넘어 문화를 나누는 공간이 되기까지, 송정동새마을작은도서관은 ‘작은’ 도서관이라는 이름 뒤에 결코 작지 않은 역할을 숨기고 있다. 주민들이 문화에 소외되지 않도록 작은도서관은 오늘도 책장을 넘어 한 발 더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책을 빌리는 곳에서, 문화를 이끄는 곳으로
2025년의 한 해가 저물어가던 어느 날, 송정동 공공복합청사 5층에 자리한 서울 성동구 송정동새마을작은도서관에서는 새해를 맞이하는 작은 준비가 한창이었다. 테이블 위에는 연하장을 만들기 위한 카드지와 스티커, 풀과 펜이 놓여 있었고, 한쪽에는 풍선아트를 제작하기 위한 색색의 풍선과 가위가 가지런히 준비돼 있었다.
문고 서울 성동구 송정동분회 회원들은 종이를 오리고 붙이며 받는 이를 향한 마음을 연하장에 차곡차곡 담아냈다. 풍선이 터질까 조심스레 손을 움직이면서도 풍선아트로 둥글게 빚어진 사과 모양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런 풍경은 문고 회원들이 직접 나서 새마을작은도서관을 꾸리고, 마을의 문화와 일상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1999년 설립된 송정동새마을작은도서관은 현재 4,297권의 장서를 갖추고,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마을 도서관이다. 그러나 이곳은 단순히 책을 읽고 빌리는 장소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형 문화시설이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접하기 어려운 주민들이 적어도 ‘동네’에서만큼은 문화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문화를 만나고 경험하는 마을의 생활 거점으로 자리 잡아왔다. 도서관이라는 틀에 머무르기보다 지역 주민 누구나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열린 문화 공간을 지향하는 이유다.
이러한 방향 아래 장연희 문고 송정동분회 회장은 새마을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며 ‘공간의 쓰임’과 ‘주민 참여’ 그리고 ‘프로그램 기획’을 모두 같은 무게의 가치로 두고 있다. 그래서 송정동새마을 작은도서관은 책을 빌리는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북콘서트와 전시, 각종 문화 행사와 모임 등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마을책방과 함께하는 문화운동을 중심으로 북콘서트와 원화전시, 어린이 방학특강, 어린이 독서왕 선발대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책을 매개로 보고, 듣고, 만들고, 함께 참여하는 문화 경험을 넓혀가고 있다.
새마을이 앞장서 만든 문화의 자리
이러한 활동들은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기대되는 역할을 훌쩍 넘어선다. 송정동새마을작은도서관은 책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을 넘어, 주민들의 일상 가까이에서 움직이는 문화 공동체로 기능하고 있다.
문고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송정동새마을작은도서관에 모여 풍선아트를 만들고, 이를 무료로 나누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 4월에는 벚꽃축제에, 11월에는 송정단풍축제(단풍음악회)에 참여하며 마을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탠다. 도서관 옆 중랑천 뚝방길에는 문고 회원들이 직접 고른 시를 패널에 담아 걸어두고 디자인부터 관리와 보수까지 손수 챙긴다. 산책길을 따라 이어지는 짧은 문장들은 그렇게 주민들의 일상 속 풍경이 된다.
송정동새마을작은도서관에서 운영하는 가장 인기 있는 문화 프로그램은 라인댄스 동아리 ‘송정동해피댄스’다. 이 모임에는 외부 강사가 없다. 문고 회원들이 직접 강사가 되어 서로를 따라 배우며 함께 몸을 움직인다. 온라인 영상을 참고해 동작을 익힌 뒤 이를 동아리 회원들과 나누며 자연스럽게 몸으로 익혀간다. 누군가는 운동을 위해, 누군가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다. 중요한 건 춤을 얼마나 잘 추느냐가 아니라 함께 웃고 움직이며 보내는 시간 그 자체다. 정해진 커리큘럼이나 전문 강사는 없지만 그 대신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동아리 인원은 20명 정도인데 평균 연령대가 65세가 넘어요. 그중에서 제가 가장 막내고요. 다들 어르신들이라 어려운 동작보다는 하나 익숙해지면 그다음 동작을 차근차근 붙여가며 반복해서 연습해요. 15분만 해도 땀이 날 정도로 운동량도 꽤 있고요. 뇌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만족도도 높아요. 무엇보다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마을 화합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느끼고요. 지금은 참여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서 대기 인원도 10명이 넘어요.”
이처럼 송정동새마을작은도서관은 책으로 시작해 문화로 확장되고,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사람으로 이어지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무엇보다 이곳에서의 문화는 특별한 이벤트에 머무르지 않고 주민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이러한 꾸준한 노력은 독서 문화의 성과로도 이어졌다. 송정동새마을작은도서관은 최근 ‘대통령기 제45회 국민독서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그 가치를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새마을작은도서관의 강점은 결국 ‘꾸준함’이라고 생각해요. 한 번 하고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8년 넘게 이어온 프로그램들이 많거든요. 시판이나 행복글판 관리부터 풍선아트 제작, 라인댄스 동아리 운영, 어린이 방학 특강까지 이어져 왔죠. 이런 활동들은 대부분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해 자립적으로 운영해 왔어요. 그러다 보니 ‘새마을 정신’이라고 하는 근면, 자조, 협동 같은 가치들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 안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그걸 특별히 의식해서라기보다는 계속해 오다 보니 마을 안에 스며든 거죠. 그래서 이번 수상은 뭔가를 새로 잘해서라기보다 그동안 해오던 일들이 방향을 잘 잡고 있었다는 걸 확인받은 느낌이에요. 도서관 활동이 마을 안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 주민들과 함께해 온 시간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인정받은 것 같아서 더 뜻깊어요.”
공간을 넘어, 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도서관
꾸준한 활동을 통해 수상이라는 성과를 인정받았지만 장연희 회장은 새마을작은도서관의 역할이 도서관 안에만 머무르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곳의 시선은 여전히 책장을 넘어 마을을 향해 있다.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을 넘어, 마을 깊숙이 들어가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새마을문고’가 되고자 하는 이유다.
“도서관 안에서만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넓게 마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민들이 더 건강해지고, 더 행복해지고, 문화생활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도록 앞으로도 우리가 앞에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나가고 싶어요. 마을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죠.”
2026년을 향한 계획도 구체적이다. 우선 독서동아리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회원 모집부터 운영까지 과정을 꼼꼼히 정비해 독서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도서관 옆 뚝방길에 설치된 시판 역시 새로운 디자인으로 제작해 교체·설치할 예정이다.
송정동새마을작은도서관의 가장 큰 힘은 무엇보다 ‘지속하는 힘’에 있다. 일을 겁내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기꺼이 감내해 온 회원들 그리고 묵묵히 곁에서 힘을 보태온 사람들. 그 지속의 원동력에는 언제나 새마을이 함께해 왔다. 앞으로도 송정동새마을작은도서관은 지금처럼 마을과 함께 걸어갈 예정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은 주민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곳. 새마을에서 피어나 마을로 스며든 이 작은 도서관이 앞으로도 동네 사랑방으로 남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