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새마을속으로②
글. 조영국 협성대학교 교수

혁신적 농촌공동체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와 우려
국제개발협력의 현장에서 ‘새마을운동 ODA사업’은 오랫동안 한국형 지역개발 모델의 대표 사례로 논의돼 왔다. 이제 그 축적된 경험은 ‘혁신적 농촌공동체개발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통합·확대되며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았다. 통합과 확장이라는 이름 아래 새마을운동 ODA는 어떤 방향을 선택하게 될까. 그 변화의 의미를 짚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지점을 알아보자.
혁신적 농촌공동체개발 프로그램의 출범: 새로운 전기를 맞은 새마을운동ODA사업
새마을운동ODA사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그동안 기관별로 추진되었던 KOICA의 농촌개발프로그램과 새마을운동중앙회(행정안전부), 경상북도새마을재단의 새마을운동ODA사업이 2026년부터 혁신적 농촌공동체개발 프로그램으로 통합된 것이다. 여기에 농촌진흥청의 해외 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의 연계까지 이루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분절적 시행에 따른 낮은 개발효과성 문제를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혁신적 농촌공동체개발 프로그램은 전국적 혹은 개별 주 전체와 같은 광역적 지역을 대상으로 수십 개 혹은 그 이상의 시범마을을 개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종전의 농촌공동체개발사업 혹은 새마을운동ODA사업에 비해 사업 기간과 사업비 규모도 커졌다. 또 새마을운동중앙회와 경상북도새마을재단은 주민 및 공무원 연수, 석사학위 연수 등의 역량개발을, 농촌진흥청은 농업기술개발 및
보급을 그리고 KOICA는 구체적 개발프로젝트의 시행을 각각 담당하는 사업구성요소별 역할분담 체제를 채택했다.
새마을운동ODA 관점에서 보면, 전면적으로 확대된(scaleup) 새마을운동ODA 프로그램의 시행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에는 국가당 5개 내외의 적은 시범마을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자생마을 확산과 새마을운동의 국가 정책화를 목표로 했다. 사업 내용과 사업 비전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커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 혁신적 농촌공동체개발 프로그램은 이를 근본적으로 해소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또 KOICA 현지 사무소와 상당한 프로젝트관리 조직(PMC와 PMO)까지 활용할 수 있어 현재보다 훨씬 체계적인 사업관리가 가능해질 수 있는 점도 환영할 만하다.
혁신적 농촌공동체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
오랫동안 KOICA의 농촌개발프로그램과 중앙회의 시범마을조성 사업을 관찰해온 필자가 보기에 혁신적 농촌공동체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자칫 새마을운동ODA사업이 가진 고유의 장점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관련 정책보고서나 실제 사업을 위한 예비조사보고서를 살펴보면, 혁신적 농촌공동체개발 프로그램은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성과관리를 중시하고 다수의 외부 전문가와 공적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KOICA 특유의 사업방식을 여전히 중시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중앙회의 새마을운동ODA 사업의 고유한 특징으로 정해진 사업비를 마을에 지급하고, 사업의 발굴 및 선정, 사업추진, 성과도출 전체를 해당 마을에 거의 전적으로 맡긴다는 점을 꼽는다. 또 미리 복잡하고 정밀한 세부 성과목표(output)를 정해 놓고 그 달성에 매몰되지 않는 목표 개방적 접근을 취할 뿐만 아니라, 가시적 성과도출보다 ‘learning by doing’을 통한 역량 강화를 더
중시한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이른바 진정한 참여적 개발 방식을 추구하는 사업 모델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진정한 참여적 개발 모델은 수혜자가 사업의 전 과정을 주관하고 외부자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변혁적(transformative) 주민참여를 추구하는 개발 모델이다. 변혁적 주민 참여가 보장될 때 비로소 공동체주도(community-driven) 개발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앙회의 새마을운동ODA사업 방식을 두고 다수의 전문가는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지만, 필자는 오히려 진정한 참여적 개발, 공동체 주도
개발모델을 추구하는 사업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마을에 시멘트 수백 포를 배포할 뿐 정부는 아무런 목표나 지침을 내세우지 않았던 최초 새마을운동 원칙도 이 사업방식을 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바람직한 혁신적 농촌공동체개발 프로그램의 추진 방식
혁신적 농촌공동체개발 프로그램이 위에서 언급한 새마을운동 ODA사업 특유의 장점을 잃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참여기관 간 역할분담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먼저 주민교육과 마을 단위 개발활동을 한 기관이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동체개발은 결코 표준화할 수 없는 프로젝트이다. 현장의 추진 사정에 따라 주민 교육의 방향과 내용도 계속 바꿔야 하는 프로젝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교육 담당자와 수혜그룹 사이에 긴밀한 관계 나아가 정서적 유대감이 매우 중요하다. 이 점을 고려하면 시범마을사업 경험이 많고 또 새마을원리가 체화된 인력을 다수 갖춘 새마을운동중앙회가 주민교육과 마을 단위 개발 활동 관리를 함께 담당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대신 KOICA는 광역적 단위의 인프라 개선이나 가치사슬체계 구축 사업을 전담하는 것이 적절하다. 열악한 도로, 불충분한 용수 공급, 낙후된 농업기반 등 구조적 취약 요소가 있을 경우 마을 단위의 개발프로그램만으로 빈곤 문제의 근본적 해소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혁신적 농촌공동체개발 프로그램은 마을 단위의 개발 활동에 앞서 먼저 이러한 구조적 제약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구성요소를 발굴하고 KOICA가 이를 전담하는 역할 분담 방식이 적절하다.
2026년 올해부터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혁신적 농촌공동체개발 프로그램이 시작되지만, 지금이라도 재검토해서 KOICA식의 농촌개발사업 문제점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