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여행
싱그러운 햇살 아래
서산의 봄꽃을 산책하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꽃내음이 전해지는 계절, 봄기운을 느끼기엔 산책만큼 좋은 것이 없다.
봄이 되면 서산에서는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산책로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노란 수선화가 피는 유기방 가옥부터 천년의 미소를 머금은 마애여래삼존상과 가야산, 드넓은 초원이 있는 서산한우목장, 500년의 역사가 흐르는 해미읍성까지.
따스한 햇살 사이로 반짝이는 봄을 만끽하러 서산으로 떠나 보자.
글. 편집실
유기방 가옥은 일제강점기인 1919년에 지어진 백 년이 넘은 고택으로, 충청남도 민속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됐다. 송림이 우거진 낮은 야산을 배후로 남향으로 지어진 이 고택은, 북쪽으로 일자형 안채와 서쪽에 행랑채 그리고 동쪽에 사잇담과 현대식 주택이 위치하여 안마당을 형성하고 있다. 본래 안채 앞에 중문채가 있던 것을 1988년 헐어내고 현재와 같은 누각형 대문채를 세웠다.
고풍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이정문 대감(강신일 分)의 집으로 활용되어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봄철 유기방 가옥은 수천만 송이의 수선화에 둘러싸여 노란 꽃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곳으로 유명하다.
3월 말 수선화축제가 열리면 한옥과 수선화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기려는 관광객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수선화의 은은한 향기를 맡으며, 고택 담장을 걸을 수 있는 산책로도 마련되어 있어 봄 산책길로 손색이 없다.
서산 가야산은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보원사지 등 역사적인 명소와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우선 마애여래삼존불(국보 제84호)은 후백제 시대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이다.
가운데 보존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보살입상과 반가사유상이 배치된 삼존불의 형태를 띠고 있는 마애여래삼존상은 우리나라 마애불 중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불상의 미소가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점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해가 비추는 시간에 따라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온화해 보여 ‘백제의 신비로운 미소’라 불린다. 마애여래삼존상은 과거에는 험준한 절벽에 위치해 접근이 어려웠으나, 현재는 돌계단이 설치되어 누구나 편안하게 ‘백제의 미소’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봄이 되면 가야산은 벚꽃으로 뒤덮여 장관을 연출한다. 그중에서도 개심사는 희귀한 벚꽃으로 유명하다. 옅은 연두색을 띠는 청벚꽃과 솜사탕처럼 풍성한 왕벚꽃은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가야산 문수사는 벚꽃 터널로 유명하다. 산사를 오르내리는 길 양쪽에 심어진 벚꽃이 터널을 이뤄 신비로움까지 자아낸다.
넓게 펼쳐진 초록의 물결을 자랑해 서산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서산한우목장도 서산의 봄을 만끽하기에 좋다. 서산한우목장은 본래 ‘김종필 목장’으로 불렸으며, 현재는 농협경제지주 한우개량사업소로 우량 수소를 생산하는 목장이다.
전체 면적이 11만 1,700m2, 초지 면적만 6만 6,500m2에 달할 정도로 광활하다. 현재 약 3천 마리의 한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해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었던 서산한우목장은 2024년 웰빙 산책로 조성으로 개방되어, 이제는 누구나 광활한 초지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총 2.1km 길이의 데크길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산책로는 야트막한 언덕길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상에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어 땀을 식히면서 주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시원스럽게 펼쳐진 목초지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한우들은 마치 알프스를 연상케 한다. 파란 하늘과 맞닿은 초지가 연출하는 풍경에 청량한 공기까지 함께 해 힐링 장소로 추천할 만하다.
해미읍성은 조선 태종 때 축조되기 시작하여 성종 22년(1491년)에 완성된 성으로, 서해안에 출몰하는 왜구를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충청도 지방의 모든 군사를 지휘하는 충청병영성으로 자리하여, 조선시대 국방의 중요한 요충지 역할을 했다. 해미읍성은 일제강점기 철거됐다가 1970년대부터 시작된 복원 사업을 통해 동헌, 객사, 관아, 전통가옥 등이 제 모습을 되찾았다. 해미읍성은 평야에 지어진 성이라 넓은 규모의 성내가 특징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성곽과 내부를 산책하기에 좋다. 각종 전통가옥은 물론 왜구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된 신기전 화차, 천자총통 등 다양한 무기도 전시돼 있어 역사 공부를 하기에도 좋다.
봄철 해미읍성은 다양한 꽃들이 만발해 아름다운 정원을 연출한다. 이중 철쭉과 유채꽃이 유명한데, 백미는 유채꽃이다. 초록의 잔디와 샛노란 유채꽃이 조화를 이뤄 옛 마을의 정취를 한껏 올려준다. 성벽을 따라 줄지어 피어나는 유채꽃밭을 걸으면 싱그러운 봄기운에 흠뻑 빠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