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종

새마을운동을 통해 희망을 나누는
우리들의 이야기

2023 03·04 제7호

(왼쪽부터) 이영진 소라면협의회장, 박수석 소라면협의회 부회장, 전광조 전동협의회장, 정봉권 중앙동협의회장, 이기전 여수시협의회장, 전진한 중앙동협의회 부회장, 유방열 한려동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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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 사람들Ⅰ

깊은 애정으로 살기 좋은 지금을 만들고
조직력을 더해 더 나은 미래를 이끌다

2022 전국 시도·시군구협의회 종합평가
시군구 최우수 새마을지도자전남여수시협의회

새마을지도자전남여수시협의회는 전국 228개 시도·시군구 협의회를 대상으로 한 종합평가에서
지난 2022년의 성과를 인정받아 시군구 최우수상을 받았다.
전국의 모든 새마을지도자가 봉사에 진심이겠지만, 이들의 활동이 수상으로까지 이어진 데에는
마을에 대한 깊은 애정은 물론 선배들의 오랜 노하우와 후배들이 제안하는 다양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서로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write. 왕보영   photo. 김병구

바다만큼이나 깊은 애정

도시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것은 처음 마주한 풍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먼저 무엇을 봤느냐에 따라 각자 느끼는 도시의 이미지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여수에 발을 내딛자마자 느낀 것은 ‘청량하다’였다. 도시 자체가 주는 이미지도 한몫 했겠지만, 눈앞의 풍경을 비롯해 시민이나 관광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택시 승강장이나 버스정류장 등에 전단지나 지저분한 스티커 하나 없이 깨끗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머무르고 싶은 버스 정류장 만들기 사업은 지난 2012년 시작된 활동입니다. 당시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려서 수많은 관광객이 여수를 찾았거든요. 관광객에게 여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남기기 위해 우리 새마을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다 생각해낸 아이디어였습니다. 관광객이 대중교통을 가장 많이 이용할 텐데, 지저분하면 의자에 앉는 것조차 꺼려지잖아요. 지금까지 이어져 협의회에서는 분기에 한 번, 읍면동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상황에 맞게 진행하고 있고요, 한 번 할 때 2km 정도를 걸으며 버스정류장 10~15개 소를 청소하고 있습니다.”
이기전 여수시협의회장이 특화 사업 중 하나인 머무르고 싶은 버스 정류장 만들기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여수시협의회는 새마을운동의 여러 사업 중에서도 탄소중립에 진심이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마을이 바다와 인접하다 보니 자연에 그만큼 눈길이 가는 까닭이다. 새마을 줍깅데이는 물론 매월 바다 청소를 통해 여수의 바다를 알뜰살뜰 살핀다.
“매월 바다 청결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한번 작업할 때마다 3~5톤 정도에 달하는 쓰레기를 줍고 날라요. 특히 태풍이나 장마 이후엔 더 하죠. 줍는 것보다 주운 쓰레기를 뭍으로 가지고 나오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작년엔 냉장고를 주운 적도 있어요. 이게 왜 바다에 있을까 싶은 물건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습니다.”
이영진 소라면협의회장이 말을 보탰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생물이 살아 숨 쉬는 건강한 하천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새마을지도자 20여 명과 함께 삼일동 상암천에서 미꾸라지 방류와 하천정화활동을 펼쳤으며, 율촌면 연화천 일대에 철쭉 1,200원 그루를 심기도 했다. 또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여수시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제1회 열린 재활용 가능 자원 회수·선별 경진대회에서 새마을협의회 지도자들이 동별로 주도적으로 나서 1등부터 3등까지 휩쓸었다.

여수시새마을회를 이끄는 힘 ‘조직력’

조직력은 넘지 못할 같은 한계를 넘어서게 하고, 때론 위기를 극복하게 하며, 팀을 하나로 만들어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시킨다. 여수시협의회는 27개 읍면동에 40대부터 80대까지 아우르는 약 502명의 지도자가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있어야 젊은 사람들이 지난 세월 켜켜이 쌓인 노하우를 배우고 따라올 수 있어요. 특히 우리는 봉사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잖아요. 회사 같은 경우는 이해관계가 있지만 우리는 봉사를 우선으로 하다 보니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하고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배었어요. 그러다 보니 회원들 간 화합이 좋은 것은 당연하고 단체가 목표한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조직은 그렇게 이끌어 가야 해요,”
이기전 회장은 여수시협의회의 자랑은 단연 ‘조직력’이라며 이같이 말을 덧붙였다.
이러한 탄탄한 조직력 덕분에 평소 타지역의 모범 사례로 손꼽혀 교류를 위한 러브콜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교류에 응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보여주기 위한 교류가 아니라 진짜 배우고 느끼는 교류를 지향하며, 이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책임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2018년부터 교류를 이어온 청도군협의회와 오랜만에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4년째 교류를 이어온 두 단체는 지역을 오가며 우수한 새마을운동 사례를 공유하고 사업 아이디어를 권하는 등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나누고 있다.
또한 지역 새마을부녀회와도 끈끈한 연대를 통해 천일염 사업이나 미역 다시마, 새우젓 판매 등 공동 활동을 전개하여 봉사에 필요한 기금을 마련한다. 이를 통해 소외 이웃들에게 그때그때 꼭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기도 하고, 몸으로 함께 뛰며 마음이 뜨거워지는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이 아닌 미래를 고민하는 새마을운동

유방열 한려동협의회장은 “봉사하다 보면 마음이 즐거워져서 안 늙어요. 젊었을 때 고생 꽤 했지만 얼마나 재밌었는지 몰라요”라며 가보처럼 아끼는 흑백 사진을 꺼내 보였다. 그는 새마을운동의 산증인이나 마찬가지다. 사진엔 젊은 시절 그가 있었다. 새마을운동이 시작될 무렵, 그는 이십 대 건장한 청년이었다. 맨손으로 괭이질하며 마을 안길을 넓히고 결혼 예물을 기부해 다리를 놓는 데 일조했다. 그처럼 과거 이들의 희생과 열정이 없었더라면 현재 우리가 누리는 것들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여수시협의회는 고민이 많다. 어느 곳이나 그렇겠지만 고령화가 문제다. 선배들의 새마을정신을 자연스럽게 이어받을 젊은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도자 확보를 떠나서 현상 유지 자체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모두 입 모아 말한다. 그럼에도 좌절하는 법이 없다. 전광조 전동협의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봉사 활동을 알리고 소통하며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의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새마을운동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알리는 동시에, 존재 이유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서다. 또 지역의 청년 봉사대를 육성하여 그들이 훗날 자연스럽게 새마을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계획 중에 있다.
여수시협의회에서 막내를 자처하고 있다는 중앙동협의회장 정봉권 씨 역시 새마을협의회에 대한 애정과 미래에 대한 걱정이 남다르다.
“새마을운동을 몸으로 경험해보니, 너무 좋더라고요. 저 역시 여러 봉사 단체를 경험했지만 진짜 봉사가 무엇인지 이제야 깨닫고 있어요. 그래서 여러모로 고민이 많습니다. 이렇게 좋은 새마을운동이 없어지면 안 되니까요. 저희 중앙동의 경우, 우리 동만의 특화된 봉사 활동을 기획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매년 고추장이나 김치를 담가 이웃에게 전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것들은 30~40대에겐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트렌드에 부합하면서 모두가 쉽게 접근하고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접근성이 쉬워지면 선배들이 잘 쌓아놓은 업적을 잘 이어받을 수 있는 젊은 지도자들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도자들 누구 하나 대충인 법이 없다. 그들의 애정이 곳곳에 차고 넘친다는 것을 장식장에 빼곡하게 늘어선 각종 트로피와 상장이 증명해준다. 햇빛에 반짝이는 윤슬만큼이나 빛나는 그들의 열정과 관심으로 더 나은 내일로 흘러갈 여수시협의회가 기대된다.

바다 청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수시새마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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