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을 통해 희망을 나누는
우리들의 이야기
일상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적, 사회적 범위를 뜻하는 마을에서 사람들은 정서를 교류하고 관계를 맺는다.
그러므로 좋은 마을이라는 것은 마을 주민 모두의 협동은 물론 내가 아닌 남을 위한 배려가 넘쳐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용산2동 주민들은 폭염엔 물을 나누고 마음이 힘들 땐 꽃을 통해 위로를 전했다.
채소가 여물면 수확해 이웃에게 나눌 반찬을 만들고, 버려진 땅은 모두의 정원으로 만들었다.
그 중심엔 늘 ‘봄날’이 있었다.
코로나19로 모두의 마음이 닫혔을 때도, 아직 추운 겨울임에도 마을이 늘 봄처럼 따듯한 이유다.
눈 한 송이를 굴리고 굴리다 보면 커다란 눈사람이 된다. 처음 꼭꼭 뭉치는 일이 어렵지, 조금 커진 눈덩이는 살짝만 밀어도 알아서 데굴데굴 굴러간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시작이 중요한 이유는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022 우수 마을공동체 경진대회에서 용산2동 마을공동체(대표 강춘희)‘봄날’은 최우수상을 받았다. 핑크빛 봄날처럼 눈부신 성과였지만 그 이면엔 숱한 노력과 회원들 간 협동,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우리 봄날은 2020년 3월에 발대했어요. 당시 새마을부녀회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회원 몇 명이 주축이 되어 바르게살기위원회, 통우회(통장모임) 등 동단체 회원 15명과 함께 시작했죠. 당시만 해도 대구는 코로나19 도시라는 낙인으로 시민 모두가 위축되어 있었어요. 집에만 갇혀 있다시피 한 소외계층의 안타까움을 모른 척할 수 없었죠. 혼자 있는 이들에겐 말 한마디도 큰 힘이 되거든요.”
강춘희 회장은 작은 활동일지라도 우울이나 상실에 빠진 이웃에 겐 분명 큰 힘이 될 것을 알고 있었다. 혼자가 아닌 곁에 누군가 있다는 생각은 긍정의 힘을 샘솟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로 힘닿는 데까지 변치 말고 봉사하자는 마음으로 시작 한 봄날은 2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를 아우르며 어느새 37명으로 늘어났다. 회원들은 서로 어찌나 돈독하고 봉사에 대한 열정이 높은지, 참여하고 싶었는데 조기 마감되었다는 불만 아닌 불만이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너도나도 봉사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것에 반해 봉사 활동이 적었어요. 그래서 제가 자원봉사센터, 복지관을 집 드나들 듯하고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전화 돌리고…. 정말 발로 뛰고 손으로 검색하며 할 수 있는 일들을 모으기 시작했죠. 행복한 고민을 하며 여러 일을 벌이고 있어요.” 강 회장은 인정받자고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큰 상을 받으니 봄날 회원 모두가 자긍심을 갖고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 기쁘다고 전했다.
“자꾸 모여 얼굴도 자주 봐야 서로 간의 정도 쌓이고 이번엔 못하더라도 ‘다음엔 나도 참여해야지’라는 마음이 생기거든요. 감사하게도 회원 모두가 시간과 마음을 들여 하는 봉사에 즐겁게 참여해준 덕분에 코로나19 시절 여러모로 빈 틈새를 저희 봄날이 채울 수 있었어요.”
회원 모두가 내 것을 나누는데 오히려 내가 채워지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집에선 웃을 일이 많지 않은데, 여기선 웃을 일만 있다고 말이다. 그러니 자꾸만 나오고 싶고 하나라도 더 참여하고 싶을 수밖에.
봄날의 봉사는 심리방역 꽃바구니 만들기, 꾸러미 전달과 같은 소외 이웃 돌봄부터 EM 비누, 천연 치약 만들기 탄소중립 실천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지난해엔 빌라촌 공터에 쌓인 폐건축 자재와 쓰레기를 걷어낸 후 흙을 채우고 씨를 뿌려 정원으로 가꿨다. 모두의 골칫거리가 모두의 힐링 공간으로 탈바꿈된 순간이다.
조민정 총무는 “우리는 일방적인 봉사보다 ‘함께’를 강조해요. 단순히 반찬을 만들어서 가져다드릴 수도 있지만 어르신들을 모시고 같이 하면 저희는 나름의 요리 노하우를 배울 수도 있고 어르신은 무료한 하루를 재미있게 보낼 수도 있죠”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활동을 기록하고 공유해 봄날만의 기록유산을 만들어 가고 있다. 활동일지를 읽다 보면 그날의 일과 감정이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어느 회원이 참석했고 누가 간식을 챙겨왔는지, 차량 지원을 누가했는지, 아쉬운 점이나 좋았던 점, 느낀 것을 세세히 적는다. 누군가는 말한다. 간식 가져온 것이 뭐 그리 큰일이라고 적느냐고. 그럴 때마다 조민정 총무는 간식은 별것 아닐 수 있으나 회원들을 위해 챙긴 그 마음은 대단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마음은 회원들 간 돈독한 정은 물론 봄날을 더욱 성장하게 했다.
“우리 회원들은 적게는 1개에서 많게는 5~6개씩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몸이 불편하신 분들 목욕 봉사를 하러 갔는데 옷을 입히고 벗기는 것도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이 있더라고요. 이왕 하는 거 전문적이면 좋겠다 싶어 회원 몇 명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어요. 그러다 심리상담사, 간호조무사, 미술치료사, 사회복지사, 노인인지놀이지도사…. 이렇게 영역을 넓혀 간 거죠. 몇 명이 시작해서 전체로 펴졌어요. 봉사와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저희가 전개하는 탄소중립운동 관련해서 온실가스감축컨설턴트, EM교육 등 환경과 관련된 것도 꾸준히 공부하고 있고요.”
강 회장이 별거 아니라는 듯 이야기하지만, 시간을 내어 공부하고 또 그것을 이뤄내기까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으로, 몸으로 필요하다 느껴 스스로 이뤄낸 결실은 봄날의 풍부한 인적자원이라는 강력한 힘이 되었다. 이를 토대로 회원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마을공동체가 다 좋은 활동을 하고 계시겠지만, 그중에서도 저희가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활동을 세세히 기록한 것과 회원들이 더 많이,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간별·요일별 활동을 구성한 것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강 회장은 이제 용산2동의 봄날이 아닌 옆 동네로, 나아가 대구 전체의 봄날을 꿈꾼다. 당장 봄날처럼 세세한 기록을 작성하거나, 회원들의 직업이나 연령, 시간에 맞게 다양한 활동을 구성하기는 어렵겠지만 그 노하우를 차근차근 전하려 한다.
마침 코로나19도 그 끝이 보인다. 그러니 회원들은 더욱 신이 난다. 더 자유롭게 더 활발하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마을공동체 활동도 2년이 지나며 새싹에서 어엿한 나무가 되었다. 새싹에서 나무가 된 봄날은 이제 인근 다수 마을을 결합해 주제별 사업을 발굴하고 지속적 전개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숲을 향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강춘희 회장은 “우리 핑크빛 봄날이 있는 한 마을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회원들은 꾸준히 자기 계발을 해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 창구 역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다 함께 잘사는 마을이 될 때까지요!”라고 2023년 새 다짐을 전한다.
핑크색 단체복을 입고 마을 곳곳을 누비는 봄날, 더 좋은 마을을 위한 활동은 오늘도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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