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새마을
속으로

글. 김채은
사진. 홍승진



새마을운동에서 배운 협동의 힘
코트디부아르 농촌의 변화를 꿈꾸다

망대 입라힘(Mande Ibrahim)
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학 전공·AI사회연구소 연구원


코트디부아르 출신의 망대 입라힘 연구원은 공동체가 변화하고 회복하는 과정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대학 시절 한국학 프로그램을 통해 새마을운동을 처음 접한 그는 한국으로 건너와 그 관심을 전문적인 연구로 확장해 가고 있다. 한국 생활 5년 차,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새마을운동과 한·아프리카 관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있는 그를 만나 새마을운동의 진정한 가치와 코트디부아르 농촌 개발의 가능성을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새벽종〉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한국에서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가요?
A 안녕하세요. 코트디부아르에서 온 망대 입라힘입니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며, AI사회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신뢰를 쌓고 협력하며 살아가는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새마을운동을 비롯해 한국과 아프리카의 관계, 그리고 아프리카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 안에서 어울리고 정착해 가는 과정을 함께 살펴보고 있습니다. 또한 재한 코트디부아르 유학생 및 졸업생 협회 회장으로도 활동하며, 한국과 코트디부아르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가교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코트디부아르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지금의 연구로 이어졌다고 들었습니다. 당시의 경험은 공동체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A 제가 자란 코트디부아르는 60개가 넘는 민족 집단이 함께 살아가는 나라입니다. 다양한 문화와 언어가 공존한다는 것은 큰 자산이지만, 그만큼 서로 이해하려는 포용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안타깝게도 코트디부아르는 1990년대 후반부터 정치적갈등이 지역과 민족 간 갈등으로 번지며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제가 자란 두에쿠에(Duekoue) 지역도 그 상처가 매우 깊은 곳이었습니다. 가까운 이웃들이 서로를 경계하고 빈곤이 심화되며, 결국 삶의 터전을 잃고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공동체가 무너지는 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느꼈습니다. 그 시간은 제게 “갈라진 공동체가 어떻게 다시 서로를 신뢰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남겼습니다. 이 갈등과 공존의 해법을 현실 속에서 찾고 싶어 자연스럽게 사회학으로 관심을 넓히게 되었습니다.



코트디부아르에서 한국으로, 그리고 새마을운동 연구로 이어진 여정이 궁금합니다.
A 한국에 오기 전, 코트디부아르의 펠릭스 우푸에부아니 대학교에서 황희영 교수님이 운영한 한국학 프로그램을 수강하며 새마을운동을 처음 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한류 열풍이 불기전이라 한국은 지금처럼 친숙한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황 교수님의 수업을 통해 한국 사회와 새마을운동을 배우며, 새마을운동이 단순한 개발 사업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어 이뤄낸 과정이라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주민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뜻을 모으고 행동한 모습은 제가 고민해 온 코트디부아르의 공동체 회복과 농촌의 미래를 생각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관심이 한국 유학으로 이어졌고, 현재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한도현 교수님의 지도 아래 새마을운동을 더욱 깊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새마을운동의 여러 가치 중에서도 ‘협동’을 핵심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새마을운동의 근면·자조·협동 정신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면’이 스스로 달라지겠다는 내면의 의지를 깨우고, ‘자조’가 내 삶을 주체적으로 바꾸겠다는 책임감을 부여한다면, ‘협동’은 그 개인의 마음을 이웃과 마을 전체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협동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같은 일을 함께하는 노동의 공유를 넘어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만드는 힘입니다. 공동의 목표가 생기면 사람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연대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협동은 새마을운동을 성공으로 이끌게 한 바탕이자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필요한 가치입니다.



새마을운동의 경험은 코트디부아르 농촌 개발에 어떤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하시나요?
A 코트디부아르에도 예로부터 가족과 이웃을 중심으로 서로 돕는 전통이 있습니다. 한국의 계모임과 유사한 방식의 상호 부조도 있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가까운 사람들이 힘을 보태는 연대 의식도 깊습니다. 다만, 이러한 연대가 가족이나 가까운 이웃의 범위에만 머무른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저는 한국의 새마을운동이 개인과 가문의 연대 수준에 머물던 힘을 마을 전체의 조직적인 힘으로 확장하는 훌륭한 방법론을 보여주었다고 확신합니다. 코트디부아르에서도 같은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이 농기계나 농업 자재를 공동 관리하고, 카카오나 커피 같은 주요 작물의 생산 과정에서 협력 구조를 체계화한다면 농촌 공동체의 힘은 훨씬 커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전통적인 상호부조의 정신에 새마을운동의 ‘협동’이 더해진다면 코트디부아르 농촌에도 거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앞으로의 연구 계획과 새마을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A 한국의 새마을지도자들에게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훌륭한 리더십이란 주민의 신뢰와 자발적 참여를 이끄는 진정성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이 귀한 배움을 코트디부아르 현지 리더 양성과 농촌개발 현장 사업에 접목해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또한 한국과 코트디부아르, 나아가 아프리카를 잇는 학술적 연구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전국 각지에서 땀 흘리고 계신 새마을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묵묵히 새마을운동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새마을운동의 경험과 지혜가 다음 세대와 세계 여러 나라에 이어지길 바라며, 저 역시 연구자로서 그 가치를 널리 전하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