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길

글. 김채은
사진. 한국관광콘텐츠랩



파도 끝에 닿은 섬,
동해의 여름을 만나다
경북 울릉도


망망대해를 건너야 비로소 닿을 수 있는 섬이 있다. 멀어지는 육지를 뒤로하고 동해의 물결이 깊어질수록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은 울릉도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화산이 빚어낸 가파른 절벽과 투명한 물빛,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길에는 오랜 자연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그 바다 너머에는 독도가 있다. 광복의 계절에 만나는 울릉도는 여름 바다의 아름다움과 함께 우리가 오랫동안 지켜온 것들을 조용히 돌아보게 한다.






독도를 지켜낸 역사를 만나는 곳
독도박물관

울릉도 여행에서 독도는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름이다.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약 87km 떨어진 이 섬은 바다 너머 멀리 자리하고 있지만, 그 의미만큼은 언제나 또렷하게 우리 곁에 있다. 독도를 향한 마음이 자연스레 깊어지는 울릉도에서 먼저 들러볼 만한 곳이 있다. 배를 타고 독도로 향하기 전 독도의 역사와 의미를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 울릉읍 도동의 독도 박물관이다.
광복 50주년을 기념해 조성된 독도박물관은 독도와 울릉도, 동해를 둘러싼 기록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국내 유일의 영토박물관으로 독도 관련 고지도와 문헌, 사진 자료를 비롯해 독도의 자연 생태 콘텐츠까지 폭넓게 전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독도의용수비대와 관련한 자료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1950년대 울릉도 주민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독도의 용수비대는 동해 한가운데의 작은 섬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힘을 모았다. 이들은 독도에 머물며 일본 어선과 순시선의 접근을 막았고, 물과 물자가 부족한 환경 속에서도 무기와 필요한 물품을 직접 마련해 우리 땅을 지켜냈다. 독도를 지키려는 노력은 국립경찰에 수비 업무와 장비를 인계하기 전까지도 계속됐다. 광복절이 있는 8월, 박물관에서 마주한 기록들이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다.
박물관을 나와 독도전망대에 오르면 맑은 날 독도를 바라볼 수 있다. 전시실에서 만난 이야기 때문일까. 전망대에서 마주하는 동해는 조금 더 깊고, 그 너머의 섬은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진다. 울릉도 여행이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는 시간을 넘어 독도의 의미를 마음에 새기는 여정이 되는 순간이다.

독도박물관





몽돌 사이로 반짝이는 여름 바다
내수전몽돌해변

뜨거운 여름 햇볕을 피해 이제 울릉도의 시원한 바다로 향할 차례다. 내수전몽돌해변은 모래사장 대신 둥글고 매끄러운 몽돌이 해안을 가득 채운 독특한 해변이다. 파도가 밀려오고 쓸려갈 때마다 몽돌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자르르한 소리는 이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여름의 음악처럼 느껴진다.
이 일대는 닥나무가 많이 자생해 저전포라고도 불렸으나 울릉도 개척민이었던 김내수라는 인물이 화전을 일구고 살았다는 데서 ‘내수전’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여름이면 내수전몽돌해변은 스노클링을 즐기려는 여행객들로 활기를 띤다. 바닷물이 워낙 맑아 수경을 끼고 들여다보면 바닷속 바위와 물고기의 움직임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보인다. 해변 주변에는 해수풀장과 샤워장도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도 편안하게 머물 수 있다.

내수전몽돌해변

울릉도의 바다는 육지의 해수욕장과 달리 날씨와 파도에 민감하다. 바람이 거세거나 파도가 높을 때는 해변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편이 안전하다. 물놀이 후에는 가까운 내수전일출전망대에 올라가 보자. 해안과 산세가 한눈에 펼쳐지는 풍경을 마주하면, 울릉도가 왜 ‘신비의 섬’이라 불리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바다에서 놀고, 바다를 내려다보고, 다시 짭조름한 바닷 바람을 맞으며 걷는 시간. 내수전에서의 하루는 여름 울릉도를 가장 가까이 느끼게 한다.



울릉도 트위스트 원곡 이시스터즈
사랑의 콜센타 TOP6
(임영웅·영탁·이찬원·정동원·장민호·김희재)
이시스터즈의 <울릉도 트위스트>는 1966년 발표 이후 오늘날까지 울릉도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곡으로 사랑받고 있다.
‘사랑의 콜센타’ TOP6의 무대로도 친숙한 이 곡은 울릉도 여행의 설렘을 닮았다.
독도의 역사와 내수전몽돌해변, 나리분지의 푸른 풍경을 지나온 여행은 노래가 끝난 뒤에도 맴도는 선율처럼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화산섬 품 안에 펼쳐진 초록빛 쉼표
나리분지

나리분지
울릉도 전통 가옥 투막집

울릉도 여행에서 나리분지는 전혀 다른 매력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바깥으로는 거친 절벽과 푸른 바다를 보여주는 섬이지만, 안쪽으로 들어서면 초록빛 너른 평지가 펼쳐진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나리분지는 울릉도에 이런 곳이 숨어 있었나 싶을 만큼 낯설고도 반갑다.
울릉도에서 가장 넓은 평지로 꼽히는 나리분지는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칼데라 지형 안에 자리한다. ‘나리’라는 이름은 식량이 귀하던 시절, 사람들이 섬말나리의 뿌리를 캐 먹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방을 둘러싼 산줄기 사이로 밭과 길, 낮은 집들이 평화롭게 이어지는 마을 풍경은 울릉도가 바다 위에 솟은 섬이라는 사실을 잊게 한다. 이곳에서는 명이나물과 삼나물 등 울릉도 특산 산채가 자라며, 둥근 나무를 우물틀 모양으로 쌓아 올려 벽을 이룬 울릉도 전통 가옥 투막집도 만날 수 있다.
나리분지의 매력은 무엇보다 여유로움에 있다. 칼데라 안에 솟은 작은 화산 봉우리 ‘알봉’을 한 바퀴 도는 알봉둘레길은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탐방로다. 짙푸른 녹음이 이어지고 비교적 선선한 공기가 감도는 길은 천천히 걷기 좋다.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복잡했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바쁜 일상을 벗어난 여행자에게 나리분지는 차분한 쉼터가 되어준다.
파도와 절벽, 몽돌과 물빛 그리고 화산섬의 품 안에 자리한 평온한 들판까지. 서로 다른 장면을 따라가다 보면 울릉도는 바다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섬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리분지에서 마주한 초록빛 풍경은 울릉도의 인상을 한층 깊고 풍성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