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ing
글. 김채은
사진. 김상준
세계와 함께 나눈
새마을의 이야기
2026 새마을 외교 그룹(SDG) 제1차 회의
대한민국 농촌의 기적을 이끈 새마을운동의 발자취를 세계와 공유하고, 지속가능한 인류의 번영을 모색하는 새로운 외교 협력의 장이 열렸다. 지난 6월 19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2026 새마을 외교 그룹(SDG) 제1차 회의’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새마을운동중앙회가 주최한 이번 회의는 주한 외교사절과 국내외 관계자, 외국인 유학생 등 52개국 170여 명이 참석해 지구촌 농촌 개발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주한 공관과 함께 연 새마을 외교의 첫걸음
새마을 외교 그룹(SDG, Saemaul Diplomacy Group)은 새마을운동중앙회가 각국 대사관과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출범한 민간 주도 공공외교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한국의 성공적인 새마을운동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각국의 마을과 지역사회에 최적화된 발전 모델을 함께 찾아 나가는데 목적이 있다.
최근 새마을운동글로벌리그(SGL) 회원국이 51개로 확대되는 등 새마을운동을 향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주한 외국 공관과 더 가까이 소통하며, 새마을운동의 핵심 가치가 각국의 현실 속에서 어떻게 뿌리내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
이날 회의에는 23개국 주한 대사를 비롯한 외교사절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 외교부, 농촌진흥청 등 정부 부처, 그리고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김광림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의 개회사로 문을 연 행사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영상 축사로 열기를 더했다. 반 전 총장은 새마을운동이 한국의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전 세계가 필요로 하는 이야기임을 강조하며, SDG의 출범을 축하했다.
한국 농촌을 깨운 원동력, ‘사회적 자본’과 ‘자조 정신’
기조강연자로 나선 김준경 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은 ‘새마을운동: 한국은 어떻게 농촌공동체를 변화시켰는가’를 주제로 새마을운동이 한국 농촌사회에 가져온 변화를 되짚었다. 김 원장은 "한국은 어떻게 전국 마을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 핵심 비결은 성과에 따라 달라지는 지원, 현장 중심의 지도자 교육, 촘촘한 모니터링과 거버넌스였다.
새마을운동이 단순한 물질적 자원 투입을 넘어 주민 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조와 협동의 정신을 심어준 과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때 축적된 공동체의 힘은 훗날 대한민국이 국가적 위기에 직면했을 때마다 이를 극복하는 단단한 버팀목이 되었다.
세계로 뻗어가는 새마을의 내일
오후 세션에는 주한 잠비아 대사관의 브라이트 심바야 서기관이 ‘잠비아 대사관의 가교 역할과 새마을운동 확대를 위한 방향’을 주제로 사례 발표에 나섰다. 잠비아는 2023년부터 치칸카타와 카푸에 2개 지역, 4개 마을에서 새마을 시범사업을 전개해 왔으며, 이는 단순한 생활환경 개선을 넘어 주민 주도의 실질적인 소득증대와 복지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난두바 마을의 간호사 숙소 건립 사업은 그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이다. 보건 인력이 마을에 머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서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이 높아지고, 숙소 임대료를 통해 마을 공동 기금 확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마을회관 건립과 급수시설 확충 사업 역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어내며 생활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발표에서는 이 같은 성과와 더불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철저한 기록관리와 회계 투명성, 현장 점검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사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체계적인 관리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대사 발표 세션에서는 농촌개발, 역량 강화, 거버넌스라는 세 가지 의제를 두고 각국 외교관들의 뜨거운 토론이 펼쳐졌다. 첫 문을 연
에티오피아 대사는 “지속가능한 발전은 재정적 지원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참여와 공유된 가치에서 시작된다”며 새마을정신을 기후 위기 대응 활동으로 확장한 사례를 소개했다. 라오스와 온두라스는 농촌과 도시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인프라 개선, 청년과 여성의 참여, 스마트 농업과 녹색기술의 필요성을 전했다.
두 번째 의제인 ‘역량 강화’ 세션에서 파푸아뉴기니 대사는 제도와 재정이 갖춰져도 결국 핵심은 ‘의식 장벽’을 깨는 것이며, 새로 설립된 파푸아뉴기니 새마을운동 센터를 통해 공무원과 주민의 의식을 개혁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타지키스탄 대사 또한 현재 새마을운동 초청연수를 통해 역량 강화 교육을 받고 있는 자국 지도자들의 소식을 전했다. 마지막 세션에서 스리랑카 대사관 측은 지방 거버넌스와 현장 점검체계 강화를 위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외국인 유학생들은 자국의 미래 지도자로서 새마을운동을 어떻게 흡수하고 적용할지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영남대학교에서 새마을국제개발과 공공정책을 전공 중인 잠비아 출신 토비아스 켐포 씨는 “많은 개발도상국의 전통문화 속에는 이미 지역사회 동원 원칙이 존재한다. 다만 대한민국은 정부와 학계가 지역의 아이디어를 학문적 연구와 기술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가 정책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이 다르다”며 결국 해결의 본질은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의식 개혁’에 있으며, 오늘의 이 플랫폼이 학계와 국제기구로 더 넓게 확장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좌장을 맡은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박종대 교수 역시 청년들이 제시한 실천적 해법에 깊이 공감하며 감사를 표했다. 회의를 마무리하며 새마을운동중앙회 최형재 사무총장은 농촌 개발·역량 강화·거버넌스라는 세 가지 의제를 중심으로 각국의 생생한 경험을 나눈 이번 회의는 SDG의 첫 번째 결실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의는 새마을운동이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국제사회와 나눌 수 있는 가치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주한 외교사절과 전문가, 유학생들이 나눈 대화 속에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세계와 함께 나눈 새마을의 이야기는 이제 더 넓은 협력의 장으로 뻗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