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을 통해 희망을 나누는
우리들의 이야기
새마을대상제는 매년 실시되는 정부포상 추천대상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
읍면동 이하 우수 새마을지도자를 발굴하여 시상하는 제도이다.
매일같이 살을 부대끼는 읍면동새마을회는 물론 시군새마을회, 도새마을회에서 인정받아
제1회 경기도새마을대상제에서 명예의 대상을 받은 배재윤 새마을지도자를 만나봤다.
새마을지도자 모두가 그렇듯 누구에게 알리려고 봉사를 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누군가 그 노고를 알아준다는 것은 큰 원동력이 되곤 한다.
처음으로 열린 경기도새마을대상제는 누구나 받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받을 수는 없다. 활동실적이나 평판도, 인지도 등 확인을 위한 현장실사부터 평소 지역 사회에서 덕망과 칭찬이 자자하여 추천 대상자로도 충분히 인정도 받아야 한다. 활동기간, 활동내용, 주변의 추천 등 전방위에서 인정을 받아야 하는 일이다 보니 이 상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값지다.
“대상자로 선정된 것이 기쁘긴 했지만 큰상이라는 생각은 못했던 것 같아요. 아니 상에 경중을 두지 않았던 터라 대상이든 아니든 감사한 마음은 매한가지라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네요. 노인회장님, 주민자치회장님, 마을 부녀회장님 등을 비롯한 주민 분들이 마을에 소문을 내시고 화분을 보내주시며 축하해주시더라고요. 수상 이후 저보다 더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고나니 그제야 실감이 나고 그 마음에 감동받았던 것 같아요.”
그가 새마을지도자로 선임된 것은 지난 2007년 1월의 일이다. 당시 20여 년을 제조업에 몸담고 있었는데, 공장에 화재가 나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했다.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지쳐있었다. 재건하기 보단 이참에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바삐 돌아가던 일상을 멈추고 쉬다 보니 마을이 보였다. 마을 봉사를 하며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레 마을 이장님과 주민들과 자주 만나게 됐는데, 어느 날 그를 새마을지도자로 추천했다.
“처음엔 한사코 거절했어요. 새마을운동은 알았지만 새마을지도자는 생소했거든요. 마을이 좁다 보니 여러 봉사단체가 얽히고 설켜 있어요. 저도 여러 단체에서 봉사를 이어왔는데, 그 중 새마을운동이 활동이 가장 많고 또 회원분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임하는 것 같더라고요. 어느 날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고 싶어서 새마을 지도자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새마을지도자로 선임된 2007년 1월부터 그는 묵묵히 그리고 꾸준하게 새마을정신을 실천해왔다. 그러니 그가 경기도새마을대상제에서 받은 대상은 그동안의 열정과 노력, 봉사에 대한 심심한 위로이자 모두의 응원인 셈이다.
파주읍은 도시보단 농촌에 가까워서 읍에만 국한하자면 다른 자치회나 이장협의회 보다 많이 활성화되어있는 편이다. 예로 읍에서 민원이나 행사 등 협의할 것이 있으면 새마을협의회와 우선 협의할 정도로 모범 단체임을 인정받고 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단연 참여율이 높기 때문이다. 어느 행사이든 바쁜 시간을 쪼개어 26명의 지도자 중 20명 이상이 항상 참여할 정도이다. 서로에게, 나아가 마을에 큰 힘이 되는 이유다.
“행사가 있을 때면 단체 메시지를 보내는 것보다 직접 만나 뵙거나 전화를 하는 편입니다. 저조차도 바쁜데 단체 알림방에 알람이 여러 번 울리면 굉장히 귀찮고 그게 반복되면 관심을 끄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한분 한분에게 행사의 취지와 목적을 설명해요. 그렇게 하면 관심을 가지시고 바쁘더라도 스스로 행사에 참여할 이유와 역할을 찾으시더라고요.”
개개인을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마음과 시간을 써야하는 일이지만, 그 마음과 시간은 몇 배로 돌아오기에 배재윤 새마을지도자는 행사가 있을 때마다 모든 새마을지도자에게 공을 들여 연락한다. 높은 참여율을 자랑하다 보니 파주읍협의회는 늘 바쁘다.
“이번 주에는 감자를 캘 예정이예요. 저희가 가꾸는 밭이 있는데, ‘사랑 나눔 감자 캐기’ 사업의 일환으로 수확한 감자 200여 박스를 파주읍 복지팀을 통해 매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고 있어요. 그 외에 파출소나 경로당 등에도 나누고요. 또 생태계 교란 식물 제거 활동도 진행 중이고, 말라리아 방역활동, 김치 나눔 행사도 하고요. 특히 개성인삼축제나 장단콩 축제 같은 큰 행사가 열리면 부녀회와 함께 부스를 마련해서 파주의 명물을 홍보하고 특산품 판매도 돕고 있습니다.”
차고 넘치는 봉사 활동이지만, 몸으로 할 수 있는 일 외에 경제적인 난관에 부딪힐 때면 늘 아쉬움이 크다는 배재윤 새마을지도자다. 사랑의 집수리 활동을 하다 보면 가진 예산으로는 늘 부족하다. 더 해주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 쓰여 새마을 지도자들이 한 푼 두 푼 모아보지만, 그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꾸준하게 생활할 수 있게 관리해주지 못하는 현실에 못내 속상한 마음이 더 크게 밀려 온다. 이들의 따뜻한 마음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큰돈은 아니지만 사비를 걷어 1명의 학생에게 1년 동안 장학금 후원도 하고 있다. 한해의 후원이 끝날 때면 직접 준비한 선물을 한보따리 전하며 인사도 나눈다. 물질도 물질이지만, 그들의 전하는 마음은 값으로도 매길 수 없다.
새마을운동 하면 공식처럼 ‘근면’, ‘자조’, ‘협동’을 떠올리지만 배재윤 지도자는 여기에 ‘신뢰’와 ‘기다림’을 더한다.
파주시는 말라리아 경보지역이라 방역활동이 꽤 중요한 사업 중 하나다. 과거엔 수기로 방역일지를 작성했는데 요즘엔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실행한 후 방역차로 이동하면 시작과 동시에 모든 활동 내역이 자동으로 기록된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어떤 이에게는 열 번을 교육받아도 매번 새로 듣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새마을지도자들은 각각의 역량이 달라요. 어떤 지도자는 IT 기기 등에 익숙한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지도자는 현장에서 하는 일이라면 그게 뭐든 척척 해내는데,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거든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해내고자 하는 마음은 누가 더 넘치거나 모자랄 것 없이 같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도자 한분 한분을 믿고, 습득할 수 있게 반복하며 알려드리고, 또 그것을 해낼 수 있게 기다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마을지도자 간의 믿음, 그리고 해낼 수 있다는 응원, 그 모든 것을 기다려주는 시간까지. 이 모든 것이 충족될 때 배재윤 새마을지도자의 말처럼 새마을운동이 더 빛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는 1년 365일 새마을운동을 삶에서 떼어내 본적이 없다. 가족들의 불만이 있을 법도 한데, 그 누구보다 가정적인 덕분에 가족들 역시 그의 새마을운동 활동을 늘 지지하고 있다.
“제 입으로 이야기 하긴 조금 부끄럽지만, 저는 가족 위주로 생활하고 있다고 자부해요. 제 마인드가 ‘내 가족에게 잘해야 남한테 잘 한다’이거든요. 가족들과 부족하지 않게 시간을 보내면서 새마을운동 활동을 이어가다 보니 그렇게 부딪힐 일이 없더라고요. 아, 가끔 ‘새마을하고 살아~’라는 농담을 건네긴 하지만요. 하하.”
파주읍새마을협의회는 전국 어디다 내놓아도 흠잡을 곳 없이 많은 지도자가 있고 참여율이 돋보이지만, 그는 오늘이 아닌 내일의 마을을 내다본다.
“저를 비롯해서 파주읍협의회에서 올해 목표로 삼은 것이 있어요. 파주읍은 7개 법정리로 되어있고, 그 안에 32개 마을이 있어요. 그 중 26개 마을에는 새마을지도자가 있는데 나머지 6개 마을에는 새마을지도자가 없습니다. 제가 수년 전부터 협의회장이나 마을 이장님 등에게 만남을 부탁하기도 하고 새마을지도자 추천을 요청 드리기도 했으나 좀처럼 쉽지 않았어요. 올해는 꼭 지도자가 결원된 마을에 새마을지도자를 세워 마을의 활성화는 물론 마을 주민들에게 새마을운동에서 펼치는 여러 활동의 혜택을 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꼭 필요한 혜택을 제 때에 받을 수 있게, 나아가 파주읍의 행복을 위해 1년 365일 고민하는 배재윤 지도자가 있어 파주읍의 희망찬 내일이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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