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을 통해 희망을 나누는
우리들의 이야기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지만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함께 가기 위해선 보폭을 맞춰야 하고, 기꺼이 서로를 도와야 한다.
그렇기에 혼자 가는 것보단 때론 더디고 수고스럽지만, 그 힘은 홀로일 때보다 더 세다.
협의회와 부녀회가 한마음 한뜻으로 새마을정신을 꽃피워 나가는 대관령면 새마을회가 보여주듯이 말이다.
평창군은 대농 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매일 농약병, 포대, 모종판, 대형 물탱크 등 많은 양의 영농폐기물이 발생하는데 이게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이를 처리하려면 마스크와 장갑처럼 보호 장비도 장착해야 할 만큼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또 대형 물탱크는 얼마나 무거운지, 장정 두세 명이 힘을 합쳐야 겨우 들 수 있을 정도다. 이처럼 영농폐기물을 처리하는 일은 산책하며 쓰레기 줍듯 가볍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이곳 평창에는 이 고된 일을 자청하는 이들이 있다. 이기영 협의회장을 필두로 한 대관령면협의회 회원 33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농약병 수거는 아주 까다로운 작업이에요. 용기 안에 남아있는 독극물이 피부에 닿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거든요. 때로는 마스크를 써도 어지러움을 호소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작업이죠. 그렇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에 저희 대관령면협의회에서 틈틈이 농약병을 수거하고 있어요. 위험한 일인 만큼 마스크와 고무장갑을 반드시 착용하고, 50분 동안 수거하면 10분간 휴식을 취하는 등 회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작업하고 있어요.”
대관령면부녀회는 부녀회대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마을을 위해 헌신 중이다. 마을 하천이나 음식물 쓰레기통 청소부터 홀몸 어르신을 위한 반찬 만들기, 이동 목욕 봉사, 헌 옷 수거, 김치와 장 담그기까지. 25명의 회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꺼이 손길을 내어주고 있다. 올해부터는 몇 년간 팬데믹으로 중단되었던 경로잔치도 다시 시작했다. 최철순 부녀회장 말에 따르면 이 모든 일은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부녀회 덕분이다.
“새마을부녀회의 조직력과 업무 능력을 따라올 조직이 없다고 자신해요. 그러다 보니 어렵고 힘든 일도 저희 부녀회에서 도맡고 있어요. 회원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노하우와 조직력으로 어려운 일도 척척 해내고, 묵묵히 봉사해 주신 덕에 저희 지역에서 새마을부녀회 위상이 많이 높아졌죠.”
최근 대관령면협의회는 회원들이 부지런히 영농폐기물을 모아서 판매한 자금과 군에서 나온 보조금을 더해 번듯한 회관을 세웠다. 자재 구입부터 설치까지, 무엇 하나 회원들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다.
“회관은 회원들의 힘으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초반에 목수였던 김길용 지도자님께서 힘을 많이 보태 주셨죠. 아쉽게도 김길용 지도자님은 완성된 회관을 보지 못하셨어요. 공사를 시작한 지 3일 만에 폐암 말기 선고를 받으셨는데, 얼마 못되어 돌아가셨거든요. 처음 입원 소식을 듣고 걱정되는 마음에 전화를 드렸는데 오히려 당신 없이도 회관 공사를 잘 마무리 지으라고 다독이시던 목소리가 기억에 참 많이 남습니다.”
김길용 지도자의 격려는 회원들의 원동력이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회원들이 십시일반 힘을 합친 덕에 공사는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었다.
이렇게 의미 있는 공간인 만큼 대관령면협의회는 회관을 주민들에게 24시간 무상 개방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을 대변하는 공동체 정신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그 덕분에 대관령면새마을 회관은 마을의 공유오피스처럼 사용되고 있다.
마을을 위한 봉사부터 회관 공사까지 크고 작은 일에 함께 호흡을 맞춰온 덕분일까? 대관령면협의회와 부녀회는 남다른 결속력을 자랑한다. 일례로, 올해 부녀회 숙원 사업이었던 조리실 신축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그 뒤에는 이기영 협의회장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부녀회는 홀몸 어르신에게 나눠줄 반찬을 직접 만들어 전하고 있는데, 그간 조리실이 따로 없어 복지관이나 회원들의 집을 전전했다. 이에 조리실의 필요성을 절감한 이기영 협의회장은 평창군수에게 직접 편지를 써 상황을 알리고 자금 조달을 위해 힘을 보탰다.
내 일, 네 일 따지지 않고 서로 힘을 보태다 보니 어느새 두 조직은 환상의 짝꿍으로 거듭났다. 부녀회에서 봉사나 행사를 위한 후원금이 필요하면 협의회가 영농폐기물을 팔아 모은 운영 자금을 아낌없이 후원한다. 협의회 회원들이 ‘부녀회가 없으면 협의회도 없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서로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다.
서로를 향한 감사와 칭찬으로 충만한 대관령면협의회와 부녀회를 보고 있자니 문득 이들의 모습이 새마을정신을 똑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이 함께 바꾸어 나갈 대관령면의 내일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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