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새마을 ②

글. 박종희
사진. 이성근

음성으로 듣는 새벽종
0:00


봄바람에 실어 보내는 탄소중립의 약속,
제주의 땅에 뿌리내리는 새마을 정신

제주특별자치도협의회


3월의 제주 바람은 아직 쌀쌀하다. 그러나 서귀포시 표선면 하천리 들판에 연둣빛 조끼를 걸친 새마을지도자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들판은 사람들의 온기로 서서히 따뜻해졌다. 2026년 3월 10일, 제주도협의회가 주관한 ‘기후위기대응 탄소중립실천운동 나무 심기’ 사업이 열린 것이다. 도지사와 지역 귀빈들이 함께 자리를 빛낸 가운데 새마을지도자 150여 명과 아이들의 작은 손까지 보태어, 이날 제주의 땅에는 애기동백 1,000그루와 수국 300그루가 뿌리를 내렸다.






제주 땅에 심는 초록빛 약속

제주는 아름다운 섬이지만 동시에 환경 압박이 적지 않은 지역이기도 하다.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사이 쓰레기 매립장은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고, 분리수거 인프라도 육지에 비해 취약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여기에 더해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아열대성 병해충 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어, 제주의 생태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앞서 2월 19일에는 제주해녀박물관 일원에 제주 자생 수종인 황근 1,000그루와 동백나무 100그루가 심어졌다. 해안의 생태를 되살리고 탄소를 품을 숲을 가꾸려는 마음이 담긴 선택이었다.
제주도협의회는 이러한 흐름을 마을 현장으로 이어받았다. 탄소중립은 정부나 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라, 마을에서 주민들의 손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협의회의 생각이다. 나무 심기는 그 실천의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방법이었다.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고, 마을의 경관을 바꾸며, 주민들에게 환경에 관한 관심을 심어주는 일. 이것이 협의회가 나무 심기를 탄소중립 실천 운동의 핵심 사업으로 삼은 이유였다.
수종 선정에도 정성이 담겼다. 단순히 빠르게 자라는 나무가 아니라, 제주의 기후와 토양에 맞으면서 마을에 생기를 더할 수 있는 나무를 찾았다. 그렇게 선택된 것이 애기동백과 수국이었다. 애기동백은 제주의 자연환경에 잘 어우러지면서도 꽃이 피는 계절이면 마을 전체를 환하게 밝혀주는 수종이다. 수국은 여름철 무더위 속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으며 주민들에게 청량감을 선사한다. 변봉남 회장은 꽃이 피어날 때 주민들이 마을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동백나무 심기





새마을지도자들이 이끈 결의의 현장

행사 당일, 표선면 하천리 일원은 연둣빛 조끼로 물들었다. 지도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서로 삽을 건네고 묘목을 나눠 들었다. 힘겨운 자리엔 옆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었고, 서툰 손길엔 자연스레 누군가의 도움이 따랐다. 도지사와 지역 귀빈들도 그 뜻에 함께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아우르는 150여 명의 지도자들 그리고 표선면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흙을 팠다. 쌀쌀한 봄바람 속에서도 서로의 온기가 들판을 채웠다.
무엇보다 마음을 따뜻하게 한 것은 아이들의 참여였다. 어른들 곁에서 조그만 손으로 흙을 파고 묘목을 조심스레 잡아주던 아이들의 모습은, 이 행사가 환경 캠페인을 넘어 세대를 잇는 자리이기도 했음을 보여준다. 오늘 심은 나무가 자라는 시간만큼, 마을에 대한 아이들의 기억도 함께 자라날 것이다.






탄소중립 실천의 다섯 가지 방침

제주도협의회의 탄소중립 실천 운동은 나무 심기 한 가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협의회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다섯 가지 실천 방침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첫째는 식목 및 녹지 조성이다. 협의회는 3월 표선면 행사에 이어 서귀포시협의회의 4월 15일 추가 식목 행사, 제주시협의회의 4·3평화공원 식목 행사도 이어간다. 매립지 공한지를 꽃동산으로 만드는 사업도 계속된다. 쓰레기가 쌓이던 자리에 꽃이 피어나는 변화, 그것이 협의회가 꿈꾸는 마을의 모습이다.
둘째는 분리배출 문화 정착이다. 제주 전역 마을별로 운영 중인 재활용품 센터와 연계해 요일별 분리배출 홍보, 환경 감시 활동을 병행한다. 지도자들이 직접 마을을 돌며 분리수거 방법을 안내하고, 잘못된 배출을 현장에서 바로잡는다.
셋째는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이다. 장바구니 나눔 캠페인, 시장 방문 시 장바구니 사용 권장 활동 등을 통해 일상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한다.
넷째는 소하천 정비다. 소하천에 쌓인 쓰레기와 잡초가 빗물에 쓸려 바다로 흘러드는 현상을 막기 위해, 지도자들이 정기적으로 풀베기 작업과 방제 활동을 펼친다. 하천이 오염되면 결국 바다가 오염된다는 생각으로, 사전 방제를 환경 보호의 기본으로 여기며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다섯째는 환경 교육과 세대 연계다.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환경 캠페인을 통해 어릴 때부터 자연과 마을공동체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간다. 고령화된 마을일수록 청년 조직과 분야별 조직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변봉남 회장은 강조했다. 새마을지도자협의회는 젊은 인력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그 에너지가 마을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꾸준히 조직을 다듬어가고 있다.

나무심기에 참여한 어린이





재난에도, 일상에도 마을을 지키는 손

제주도협의회 지도자들의 활동은 환경 사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들은 이웃의 삶을 가까이에서 돌보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급식 봉사로 혼자 힘겨운 이웃의 끼니를 챙기고, 어두워진 골목을 함께 살피며, 어려운 일엔 서로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이들의 일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협의회의 기동력이 빛을 발했다. 마스크가 부족하던 시절 키친타월로 마스크를 손수 만들어 보급하고, 직접 방역 장비를 갖춰 마을 곳곳을 기동성 있게 누볐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먼저 움직이는 것, 그것이 그들의 방식이었다.
제주 43개 읍면동 전체를 아우르는 조직력이 이런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각 읍면동의 동·회장까지 도 행사와 시 행사를 빠짐없이 소화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구조 덕분에, 필요한 곳에 언제든 발 빠르게 함께할 수 있다. 새마을 조끼를 입고 봉사에 나설 때 지도자들도, 주민들도 자부심을 느낀다. 그 자긍심이 자발성의 원천이고, 새마을운동이 수십 년간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이라는 것이 협의회의 믿음이다.

표선면 마을주민들과 함께 수국심기





사람이 마을이고, 마을이 미래다

나무를 심는 것은 결국 사람을 심는 일이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150여 명의 지도자들은 저마다의 마을에서 묵묵히 터를 잡아온 사람들이다. 환경을 지키고, 어려운 이웃을 챙기고, 아이들과 함께 흙을 파는 이 모든 일들이 하나의 뿌리에서 비롯된다. 내가 사는 마을을 내 손으로 가꾸겠다는 마음, 그것이 새마을 정신의 본래 모습이다.
제주도 전역에서 묵묵히 이어져 온 그 마음들이 3월의 표선면 들판에 한데 모였다. 삽을 건네고 손을 잡아주며 함께 심어낸 나무들은 단순한 묘목이 아니다. 마을을 향한 애정과 다음 세대를 향한 다짐이 나무와 함께 새겨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