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새마을 ①
글. 윤민지
사진. 손호남

따뜻한 떡국에 담긴 대구의 정(情),
세계를 향한 희망의 온기가 되다
대구광역시새마을회
차가운 새벽 공기를 녹인 떡국 한 그릇의 온기가 대구를 넘어 세계로 향하고 있다. 대구시새마을회는 대구인이란 자부심을 안고 지역 곳곳에 이웃사랑을 전파한다. 또한, 도움이 필요한 세계 여러 국가에 자립의 씨앗을 퍼뜨리면서 희망의 역사를 쓰고 있다. 먼 길을 떠나는 마라토너처럼 대구시새마을회는 ‘함께 잘사는 공동체’를 향해 오늘도 힘차게 달려 나간다.
시민과 함께 달리는 대구시새마을회
지난 2월 22일, ‘2026 대구마라톤’이 열린 대구스타디움은 이른 아침부터 전 세계에서 모여든 마라토너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 찼다. 준비 운동을 하며 달릴 채비를 하는 인파 사이로, 대구시새마을회 회원들이 떡국 나눔 부스를 열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회원들은 마라톤 참가자들이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도록 대회 하루 전부터 채소와 디포리를 듬뿍 넣어 정성껏
국물을 끓이고, 떡국떡을 준비하는 등 음식 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대구시새마을회는 지난 20여 년간 대구마라톤에서 꾸준히 먹거리 나눔을 지속하고 있다. 단순히 음식을 나누는 행사를 넘어, 새마을운동의 핵심인 공동체 정신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먹거리 나눔은 대구의 따뜻한 인심을 전 세계에 알리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
코스를 돌고 들어오는 피니시라인에서 익숙한 얼굴을 만났다. 산업공구 전문기업 크레텍의 회장이자 대구시새마을회를 이끄는 최영수 회장이다. 대구의 기개를 보여주고자 직접 10.9km코스를 완주한 최 회장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대구마라톤은 대구를 대표하는 국제적인 축제입니다. 대구시새마을회도 직접 참여해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제공하며, 대구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고자 했습니다.”
먹거리 나눔 봉사인 만큼 최 회장은 무엇보다 안전과 위생을 철저하게 신경 썼다. 또한, 봉사자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사전 교육과 역할 분담에도 공을 들였다. “음식을 먹은 참가자들이 ‘힘이 난다’, ‘대구는 정말 따뜻한 도시다’라고 말씀해 주세요. 외국인 참가자들도 새마을운동에 관심을 보일 때, 봉사자들은 음식뿐 아니라 대구의 마음을 전했다는 자부심을 갖습니다.”
다가올 8월, 대구는 ‘2026 대구 세계마스터즈 육상경기대회’를 개최하며 육상 도시로 또 한 번 도약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2018년, 심장 수술을 받은 지 반년 만에 주변의 만류를 뒤로하고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대회에 참여했다. 최 회장이 직접 달린 진심이 통했는지, 올해 대회를 대구에서 개최하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세계인들과 함께 뛰면서 생활체육이 곧 행복한 사회의 밑거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행복한 사회란 내 몸과 정신이 건강해서 서로 도울 수 있는 사회입니다. 이는 우리 새마을정신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이번 대회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아프리카 우간다에 심은 자립의 씨앗
대구마라톤대회가 세계적인 대회로 성장한 것처럼 대구시새마을회의 따뜻한 손길은 대구를 넘어 세계로 향한다. 대구마라톤대회가 매년 수많은 시민과 세계 각국의 러너들이 함께 달리는 활력과 연대의 상징이 된 것처럼 대구시새마을회의 글로벌 활동도 지역과 함께 성장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단순히 일시적으로 원조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을 통해 현지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을 가꾸고 자립하도록 돕는다. 미얀마, 캄보디아, 키르기스스탄, 라오스 등 새마을운동을 통해 변화를 일구는 나라도 여럿이다. 최영수 회장은 “새마을운동의 본질은 ‘도와주는 운동’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운동’입니다. 그 가치가 국경을 넘어 전 세계 어디서든 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라며 나눔을 넘어선 동반 성장의 철학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새마을회는 현장과 중앙을 잇는 실행 역할을 한다. 새마을지도자, 시민, 기업, 대학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 지난 3년간 우간다에서 거둔 성과는 눈부시다. 부비마을에 주민 소통의 장인 다목적 새마을 회관을 건립하고, 키얌바지 공동체 학교의 환경 개선 사업을 통해 아이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선물했다. 또한, 곡식 저장 창고, 마을 마켓, 구판장 등을 갖춘 마을 커뮤니티 홀을 건립하면서 경제적 자립을 위한 토대를 만들었다.
최 회장은 “주민들이 변화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서 마을을 가꾸는 모습을 봤다”라면서 해외 사업 현장에서 느꼈던 가슴 벅찬 감동을 잊지 못했다. 특히나 우간다 부비마을의 변화는 기적과도 같았다. 다시 찾은 마을은 위생과 교육 환경은 물론, 주민들의 의식까지 몰라보게 달라져 그야말로 ‘상전벽해’였다. 최 회장은 자립의 의지로 가득 찬 주민들을 보며, 새마을운동 정신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미래까지 환하게 바꾸어 놓는 광경을 목격했다.
“‘새마을운동 하길 잘했다’라는 깊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국내에서는 종종 ‘아직도 새마을운동을 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새마을운동은 여전히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강력한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 위대한 여정에 함께하며 한국인으로서 느꼈던 자부심은 제 가슴 속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긍지입니다.”
대구시새마을회가 펼친 인류애의 현장
대구시새마을회가 우간다에서 이뤄낸 변화는 배명순 아타나시아 수녀와의 운명적 만남에서 시작됐다. 2023년 대구시새마을회는 협력지였던 우간다 부비마을에 방문했다. 배명순 수녀는 최영수 회장과 회원들이 머무른 공항, 호텔까지 찾아와 “주민들의 생각이 바뀌고 자립해야 삶이 달라진다”라며 간곡히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대구광역시의 지원금이 줄어서 대구시새마을회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 회장이 사비를 보탰고, 회원들도 뜻을 모아 우간다 오모로 지역을 협력지로 지정할 수 있었다.
비행기 대기와 환승을 포함해 35시간이 걸리는 대장정 끝에 도착한 오모로에서 목격한 풍경은 감동 그 자체였다. 주민들은 동물과 함께 마시던 오염된 웅덩이 대신 대구시새마을회의 도움으로 만든 깨끗한 자연 정수 우물물을 마시며 기뻐했다.
오모로 마을의 왕로보 지역에 지은 로컬 마켓과 방앗간, 구판장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주민들이 협동해 일궈낸 삶의 터전이었다. 특히 경제라는 개념조차 없던 주민들이 돈을 모으고 장부를 작성하는 ‘새마을금고’를 운영했다. 재봉틀 교실에서 기술을 배우는 모습은 마치 1950년대 한국의 희망찬 재건 현장을 보는 것 같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우간다에 뼈를 묻겠다”라는 배명순 수녀의 숭고한 정신은 대구시새마을회가 나눔을 멈출 수 없는 가장 큰 동력이 되었다.
대구시새마을회의 세계화 사업은 앞으로 더 널리 확장될 계획이다. 2027년까지 우간다 사업을 지속하여 자립 모델을 공고히 하고, 인도네시아에는 처음으로 글로벌 새마을운동을 시작한다. 대구의 정신을 세계 곳곳에 전수하며 탄소중립과 청년 중심의 지속 가능한 공동체 모델을 구축할 것이다. 대구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뻗어가는 희망의 여정, 대구시새마을회는 활기찬 마라토너의 마음으로 한 걸음 더 달려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