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울림

젊은 감각으로 돌아온
새마을노래

한경훈 -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음악학과 교수

노래에는 묘한 힘이 있다. 특히 노래 가사는 단순한 문장을 넘어, 우리의 감정을 움직이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그래서일까,‘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로 시작하는 새마을노래가 흘러나오면 희망찬 미래를 향한 강한 의지와 기대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세월의 흔적 때문일까? 지금 듣기에는 조금 단조롭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새마을노래가 현대적인 감각으로 편곡됐다.

글. 김형일 사진. 한경훈 제공

귀에 익숙한 새마을노래

새마을노래는 우리 국민에게 아주 익숙한 곡이다. 특히 70~80년 대를 지나온 세대라면 ‘모르면 간첩’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귀에 익 다. 새마을노래는 새벽이면 어김없이 커다란 확성기를 통해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졌다. 새마을노래가 시작되면 당연한 듯 아이 들은 눈을 비비고 일어났고, 어른들은 저마다 빗자루나 삽 같은 도 구를 들고 집을 나섰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새마을노래를 들으며 거리를 청소하고, 담장을 고치고, 마을길을 넓히는 등 마을 가꾸기에 열중했다. “우리 힘으로 만드세!”라는 후렴구가 들릴 때 면 저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곤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새마을노래도 변화의 바람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지금 시점에서 새마을노래가 가진 힘은 그때보다 많이 줄 어든 기분이다. 새마을운동으로 우리나라가 잘사는 나라가 되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새마을노래가 세월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업그 레이드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탓도 있다. 낡은 음원과 시대를 반영한 구식 가창 방식은 새마을노래의 생명력을 떨어뜨리는 요인 이었다. 그러나, 원곡이 너무 많이 알려져서일까, 새마을노래를 현 대적인 느낌으로 리메이크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이에 한경훈 교수가 과감하게 나섰다.

한경훈 교수는 음악 편곡 외에도 음악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원곡의 힘과 편곡의 어려움

한경훈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힐 정도로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 는 것으로 유명한 편곡자다. 이름이 알려진 음악밴드에서도 활동했 고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 유명 영상음악과 관련된 여러 프로 젝트에서 작곡과 편곡에 참여했다. 그러나 새마을노래를 새롭게 편 곡하는 일은 그에게 큰 고민거리였다. 원곡이 가지고 있는 강렬한 인상과 역사적 의미를 뛰어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새마을노래는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직접 작곡하고, 작사까지 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로는 매우 신선했던 곡이었고, 실력 있는 합창단 의 합창과 유명 작곡가의 편곡으로 원곡이 가진 힘을 더욱 배가시 켰다. 때문에 한경훈 교수도 원곡이 가진 가치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편곡을 했다. 과거 세대와 현 세대 모두 공감할 수 있도록 원곡의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깨끗한 음질과 현대적인 감각의 악기 편곡, 그리고 시대에 맞는 가창 방식을 통해 새롭게 해석했다.

새마을노래 각 절에 담긴 의미

한 교수는 편곡을 하면서 새마을노래를 통해 세계로 뻗어 나가는 새마을운동의 기상을 표현하고, 새마을정신이 젊은 세대에도 충분 히 어필할 수 있는 곡으로 새단장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모든 세대가 함께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총 4절의 노래마다 각기 다 른 음악적 콘셉트를 주고자 했다.
오케스트라 선율과 트럼펫의 힘찬 소리가 어우러져, 전주부터 세 계로 뻗어나가는 새마을운동의 기상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했다. 풀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웅장함을 더하고, 트럼펫을 활용해 아침 을 깨우는 ‘새벽종’을 떠올릴 수 있도록 했다. 1절에서는 심장을 울 리는 강렬한 베이스 라인을 통해 듣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 하고자 했다. 2절에서는 원곡의 폴카 리듬을 차용해 전통과 익숙 함, 그리고 ‘추억’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3절부터는 힘 있는 느낌 의 드럼 세트를 가미해 ‘젊음’을 표현했고, 4절에서 화려하게 펼쳐 지는 현악기 라인으로 ‘역동성’을 부여해 세계와 미래로 뻗어가는 새마을운동을 들려주었다. 마지막은 여유로운 박자와 함께 여운을 남기는 엔딩으로 마무리되어 감동을 더했다.
이러한 콘셉트 덕분에 새로 편곡된 새마을노래는 모든 세대가 함 께 듣기 좋으면서 추억과 역동성, 젊음을 모두 갖춘 새로운 노래로 편곡됐다. 다양한 세대의 최정상급 음악가들이 참여하여 곡의 완 성도를 높였다.
보컬에는 젊은 전공 가창자들과 조은경, 서근영 등 관록 있는 음악 가들이 참여했으며, 연주 파트에서도 서대광, 우성민 등 특급 연주 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또 후반 작업에는 미국 네쉬빌의 스티브 나 바로(Steve Navarro) 음향감독 등 관록 있는 전문 음악인이 참여 해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완성된 곡은 지난 2024년 6월 드디어 지니와 멜론, 플로 등 음원사이트를 통해 일반 에 공개됐다. 새로운 새마을노래는 젊은 감각으로 새롭게 편곡되 었다는 평가와 함께 웅장한 음악으로 노래가 가진 힘을 한층 배가 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음악의 저변을 넓히는 활동

한경훈 교수는 이러한 편곡작업 외에도 대중문화를 통해 건강한 사회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예술 교육 연구와 더불어, 대중예술 학술단체를 설립하여 학문적 기반을 다지는 데 앞장서고 있다. 경 희대학교에서 교수로 활동하면서 후학 양성에도 열정적이고, 재능 있는 제자들에게 다양한 실무 경험을 제공하며 성장을 지원하 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보기 드문 20인조 이상의 대형 재즈 오케 스트라인 ‘131 오케스트라’ 오페라의 제작자로 활동하며 젊은 연 주자들에게 다양한 음악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한경훈 교 수는 문화정책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K-POP, K-DARMA 등 한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우리만의 콘텐츠 를 만들고, 보호장치를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경훈 교수는 “주어진 길이 힘들고 오래 걸리더라도 열정을 포기 하지 말고 조금씩 앞으로 걸어야 한다”며 후배들과 제자들에게 조 언도 빼놓지 않는다.
한 교수의 이러한 열정과 조언은 55주년이 된 새마을운동과 다르 지 않아 보인다. 세계로 웅비하는 새마을운동. 새마을운동의 기상 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한 교수가 편곡한 새마을노래가 더 많이 울 려 퍼지길 기대해 본다.

새마을노래 2024ver 메이킹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