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울림
어제의 기록에서
내일의 가치를 찾는
새마을운동 자료수집가
손복수 시각디자이너
낡은 서류 더미 속에서 빛나는 보석을 찾아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새마을운동 자료수집가 손복수 작가다.
그의 손에 의해 잊혀졌던 역사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그는 자료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곱씹으며,
새마을운동이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닌,
우리 시대에 여전히 유효한 가치임을 증명한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작은 실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새마을운동기록물에서
가치를 발견하다
차창 넘어로 청도 신도리 주민들의 제방 복구 현장을 보고 있는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 〈박통열차〉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자체로 역사가 된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의 기록은 미래 세대에게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기록을 보고 후대들은 과거를 이해하고,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자신들의 삶을 결정한다. 역사적 문서나 개인적인 기록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손복수 작가가 ‘새마을운동 자료수집가’라 불리며 새마을운동 관련 기록물을 찾아내고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확산하는 데 동분서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로 새마을운동의 가치와 교훈을 후대에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서다. 새마을운동은 단순히 한 시대적 사건이 아니라, 공동체 정신과 자립의 가치를 상기시키는 살아 있는 유산이기 때문이다.
〈국토보존〉 1970년 대통령비서실 발행
손복수 작가는 백화점 판촉디자인부터 시작해 현재는 미래광고기획 대표로 일하고 있는 시각디자이너다. 사업을 운영하면서도 여러 대학에서 7년간 겸임교수와 강사로서 후학을 양성하기도 했다. 사단법인 대구디자인협회 부회장 역임 외 여러 디자인 및 미술 단체에서 몸 담으며 디자인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등 미술계에서는 내로라하는 디자인계의 숨은 주역이다. 이런 그가 ‘새마을운동 자료수집가’, ‘새마을운동 디자이너’ 등으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마을운동 경력이라고 해도 40여 년 전 고등학생 시절 ‘희망새마을청소년회’ 회장으로 활동한 것이 전부다.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새마을운동의 현장에도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늘 새마을운동이 있었다. 2007년은 손복수 작가에게 있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해, 그는 새마을운동 자료 수집에 몰두하며 새로운 인생의 이정표를 세웠다.
“제 고향인 청도군과 다른 지자체가 서로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라며 법적 분쟁까지 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대통령비서실, 내무부 등의 정부 공식 문헌과 행정관료, 새마을지도자의 회고록 등을 통해 청도군이 새마을운동의 발상지임이 법적으로 공식화됐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마을운동 관련 기록물이 턱없이 부족함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보고 들은 것은 많지만 정작 문서화되고 기록된 것이 없었어요.”
2007년 이후, 손복수 작가는 마치 보물을 찾는 탐험가처럼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새마을운동의 흔적을 찾아 헤매었다. 밤낮없이 자료를 뒤지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결국 2만 여 점이 넘는 방대한 양의 기록물을 수집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다.
재능으로 새마을운동기록물의
가치를 높이다
손복수 작가는 사진 한 장, 출판물 한 권, 그리고 일상용품 하나하나까지 소중히 모아 새마을운동의 역사를 촘촘하게 채워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발굴된 김보현 장관(제22대 체신부장관)의 방문 사진은 청도가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역사적 사건을 증명하는 귀중한 자료이다.
손복수 작가가 새마을운동기록물을 찾는 방법은 다양하다. 직접 지역에 방문해 당시 새마을운동에 참여했던 어르신들께 물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기록을 체계적으로 보존하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마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기록물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또 다른 방법은 헌책방이나 온라인 중고시장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오래된 책이겠지만, 잘 살펴보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마을운동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많은 내용 중 새마을운동 관련 내용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사비를 들여서 구입하고, 그것을 단서로 또 다른 자료를 찾아내죠.”
2021년 4월 <새마을운동 새싹을 틔우다> 전
이렇게 모은 자료는 손복수 작가가 청도군청과 함께 여러 권의 새마을운동 관련 자료집을 출판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가 자료 수집과 집필, 편집디자인으로 참여한 출판물은 <새마을운동발상지 청도, 새마을운동 42년 발자취>(2012년), <새마을운동발상지 청도, 새마을운동 화보집>(2013년) 등 네 권이다.
1969년 8월 3일, 청도 신도리 주민들과 대화하는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 〈신거역〉
더 나아가 손복수 작가는 36년간 시각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쌓아온 재능으로 새마을운동의 가치를 문화예술 작품으로도 표현했다. 새마을운동을 미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손 작가는 9회의 개인전과 5회의 기획전을 통해 새마을운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예술과 사회의 소통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그의 작품에는 새마을운동과 고향 청도군에 대한 애정이 녹아 있다. 여러 작품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박통열차〉와 〈신거역〉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신도마을을 보고 새마을운동을 창안했다는 문자 기록은 있지만, 카메라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사진이 없었다.
손복수 작가는 증언과 자료를 바탕으로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하여 새마을운동의 역사를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특히, 2020년 청도군에 기증한 엠블럼은 그의 사회적 기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며, 수집한 기록물과 작품을 공공기관, 박물관, 청도군새마을회에 무상으로 제공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새마을운동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자신만의 새마을운동으로
행안부 장관상을 받다
손복수 작가는 17년간 묵묵히 이어온 새마을운동기록 수집 활동을 인정받아 지난 11월 5일에 열린 2024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이라는 영예로운 상을 수상했다. 새마을운동 관련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이 개인적 활동의 공적으로 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새마을운동 현장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지만, 기록물을 통해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제 나름의 방식으로 새마을운동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마을운동의 기록은 우리의 자산입니다. 이를 소중히 보존하고 후대에 물려주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죠.”
손복수 작가는 아직 디지털화되지 않은 새마을운동기록물의 디지털 아카이빙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장
“기록물을 모아놨다면 이제는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박물관이나 기념관에만 있으면 안 됩니다. 앞으로는 모든 자료의 디지털 아카이빙에도 집중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새마을지도자들에게 응원의 말도 전했다.
“모두가 자신의 능력과 역량대로 새마을운동을 열심히 전개하면 좋겠습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라면 농사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림으로 새마을운동을 이어갈 수 있어요. 이제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고 있는 시대잖아요. 새마을운동도 다양한 변화를 받아들이며 새롭게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기록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다리다. 손복수 작가는 새마을운동기록물의 발굴과 보존을 통해 그 다리를 만들고 새마을운동의 가치를 어제에서 새로운 내일로 이어가고 있다. 이런 그의 열정과 노력이 보여주듯 기록은 단순한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미래를 비추는 등불이 되기도 한다. 손복수 작가가 앞으로도 자신만의 새마을운동을 이어가며 더 많은 이들에게 내일의 희망을 전달해 주기를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