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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 人터뷰 ➋
‘십시일반’

상생의 온기를 전하다
전북 완주군새마을회
지난 6월 15일, 뜨거운 태양 아래 완주군새마을회가
대농마을 감자밭에 모였다.
밭이랑에 쭈그리고 앉아 감자 하나를 주워들 때마다
즐거운 웃음소리가 뒤따른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보람이 가득했던
이날의 현장을 만나 보자.
글. 최해진
사진. 최영대
이웃의 든든한 지원군
6월 중순은 24절기로 보면 망종(芒種)을 지나 하지(夏至)로 가는 길목이다. 하지는 한 해 중 태양이 가장 높게 떠오르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길어 무더위가 본격화되는 시기다. 가뭄에 대비하는 동시에 장마가 오기 전에 감자와 마늘, 보리 같은 밭작물을 수확해야 하기 때문에 농부들이 가장 분주할 때이기도 하다. 문제는 우리나라 농부의 평균 연령이 68세인 데다 40세 이하의 청년 농부는 1%에 불과하다는 것. 농산물 생산이 활발한 완주군 역시 극심한 농촌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완주군새마을회가 감자밭 일손 돕기에 나섰다.
우석대 새마을동아리 회원들
우석대 새마을동아리 회원들
왼쪽부터 이선임 완주군부녀회장, 구생회 완주군새마을회장, 이승용 완주군문고회장
왼쪽부터 이선임 완주군부녀회장,
구생회 완주군새마을회장, 이승용 완주군문고회장
경운기가 이랑을 뒤집자 땅속에 숨어 있던 감자가 쏙쏙 모습을 드러낸다. 봉사자들은 주먹만 한 감자를 주워 흙을 털어내고는 저마다 앞에 놓인 샛노란 플라스틱 상자에 담는다. 20여 명이 함께 작업하다 보니 많게만 보였던 빈 상자들이 금방 채워진다. 구생회 완주군새마을회장은 농사 일이 워낙 힘들다 보니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에겐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도 이렇게 많은 회원이 참석해 일손돕기를 하는 모습에 자부심이 느껴진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오늘 완주군새마을회장단뿐만 아니라 완주군청년새마을연대와 우석대 새마을동아리가 동참했는데, 젊은 친구들이 적극적인 자세로 일손돕기에 임해주고 있어서 기특하고 고마워요. 단체별로 개별 사업을 추진하기도 하지만, 서로 힘을 보탤 수 있는 사업은 지금처럼 함께 활동하도록 독려하고 있어요. 조직 간, 세대 간 어우러져 화합하는 것이 공동체 발전의 기본이니까요.”
농촌일손 돕기 외에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휴경지 경작도 이뤄진다. 읍면에서 자율적으로 심은 배추로 김치를 담가 직접 농사지은 쌀과 함께 취약 계층에 나눠 주고 있다. 또한 완주군에서 생산하는 친환경 농산물의 직거래를 촉진하고 어려운 농가를 돕기 위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2023년에는 완주군 농가에서 양파 2,000kg을 구매해 전주시새마을회를 통해 전주시 내 취약 계층에 전달했다.
한편, 칠곡군새마을회와는 더불어 살아가는 영·호남 지역 공동체를 조성하자는 취지로 협심해 지금까지 소중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두 새마을회는 격년에 한 번씩 서로의 지역으로 초대해 문화 유적지를 답사하고 역점 추진사업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지난해에는 완주군새마을회가 칠곡군을 방문했으며, 올해 7월에 칠곡군새마을회를 완주군으로 초청할 예정이다. 이처럼 지역 간 교류를 통해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완주군새마을회의 진심을 엿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완주군새마을회는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2015년부터 매년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등으로 해외 봉사를 다녀오고 있다. 주로 열약한 학교 시설을 보수하고 이동이 편리하도록 마을 길을 포장한다.
지역 축제의 빛나는 주역
수많은 새마을운동 중 농촌일손 돕기가 가장 힘들다는 구생회 완주군새마을회장의 말에 이선임 부녀회장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완주군 구이면 회장으로 활동한 6년을 포함해 20년간 새마을운동에 헌신한 이선임 회장은 올해 완주군부녀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13개 읍·면 회장님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화합해 선배님들이 닦아 둔 길을 따라 열심히 나아가겠다”는 다짐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밝게 웃으며 감자를 수확하는 완주군새마을회 회원들
밝게 웃으며 감자를 수확하는 완주군새마을회 회원들
땀을 흘리며 감자를 캐는 우석대 새마을동아리 회원들
땀을 흘리며 감자를 캐는 우석대 새마을동아리 회원들
완주군부녀회는 다시 입을 수 있는 옷 모으기와 영농폐기물을 수거해 환경공단에 판매하는 ‘자원 재활용 수집 운동’, 관내 70세 이상 소외계층 어르신들을 모시고 관광을 떠나는 ‘효실천 관광’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완주군 최대 지역 축제인 ‘와일드 앤 로컬푸드 축제’는 완주군부녀회가 심혈을 기울이는 중대 사업이다.
“완주군의 특산물과 지역 재료를 활용해 건강하고 신선한 지역 음식을 조리해 판매하는 로컬밥상 부스를 13개 읍·면 부녀회가 맡아 매년 운영해 오고 있어요. 외부에서 오시는 손님들을 제일 먼저 만나는 곳이 아무래도 먹거리 부스이다 보니 완주군의 전통 식문화와 특색 있는 지역 음식을 알리기 위해 부녀회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죠.”
멀칭한 비닐을 걷어 내는 완주군청년새마을연대 회원들
멀칭한 비닐을 걷어 내는 완주군청년새마을연대 회원들
축제 수익금은 효도 관광, 반찬 나눔 등 여러 활동에 사용된다. 특히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는 소신에 따라 완주군 내 위치한 모든 초중고에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처럼 완주군부녀회는 지역 사회 발전과 주민 간 결속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완주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공동체를 위해 힘을 합친 청년들
그늘 한 점 없는 밭에서 감자를 캐느라 다들 녹초가 될 즈음 새참이 등장했다.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을 먹으며 회원들은 단비 같은 휴식을 취했다. 막간을 이용해 완주군청년새마을연대 회원들은 경운기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으며 정답게 시간을 보냈다. 완주군청년새마을연대 ‘늘봄’은 청년 세대의 새마을운동 참여를 독려하고 차세대 새마을지도자를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5월 결성된 완주군새마을회 산하 조직이다. 올해 3월부터 회장을 맡은 정광우 완주군청년새마을연대 회장은 이날 두 명의 회원과 함께 봉사에 참여했다.
“누나가 완주군새마을회에서 활동하는데, 작년에 같이 봉사를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를 해 왔어요. 그간 누나를 보며 봉사에 대한 마음을 키워왔던 터라 바로 가입했죠. 이렇게 회장까지 맡게 되었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아요. 올해는 완주군새마을회의 활동을 따라다니며 옆에서 보고 배우는 시기로 삼을 생각이에요.”
정광우 회장은 새마을운동에 잔뼈가 굵은 선배 지도자들의 아낌없는 조언을 받으며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올해의 보조 경험을 토대로 내년부터 완주군청년새마을연대의 독자적인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늘 봄이어라’란 뜻을 가진 조직의 이름처럼 밝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갈 완주군청년새마을연대의 앞날을 응원한다.
협동하여 플라스틱 상자를 옮기는 회원들
협동하여 플라스틱 상자를 옮기는 회원들
한편, 우석대학교 새마을동아리 회원 6명은 씩씩하게 돌아다니며 밝은 에너지를 전파했다. 2021년 11월 출범한 우석대 새마을동아리는 양승진 회장(우석대 군사학과 3학년)의 리더십 아래, 지역 특성에 맞는 여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동아리원의 대다수가 강인한 체력을 가진 군사학과 학생인 만큼 낯선 밭일을 하면서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수박을 먹고 나자 하나둘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들더니 주변의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줍기도 했다.
“새마을운동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인연을 많이 맺고 있습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며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있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고 있단 생각에 만족감이 큽니다. 무엇보다 더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함께 봉사에 참여한 동아리 회원들에게 고맙단 인사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세대가 어울려 서로를 격려하며 완주한 이번 농촌 봉사 활동은 훗날 완주군을 더욱 왕성하게 발전시킬 저력이 될 것이다. 오늘 흘린 구슬땀이 완주군을 활기차게 이끌 것이란 확신이 있기에 이들이 만들어 갈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