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 쉬는 하천 만들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어느 날 50여 명의 사람들이 무거운 자루를 들고 인천 연수구를 가로질러 흐르는 승기천에 모였다. 자루 속에서 돌처럼 생긴 무엇인가를 하나씩 꺼내 들더니 누가 가장 멀리 던지는지 시합이라도 하듯 물속으로 던진다. 퐁당 소리를 내며 물속에 빠진 것은 바로 EM(유용미생물군)흙공.
인천 연수구새마을회 남녀지도자들은 이날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승기천 살리기’ 사업으로 수질 개선, 악취 제거, 토양 개선에 효과가 있는 EM흙공을 직접 만들고 투척해 깨끗하고 쾌적한 승기천 만들기에 앞장섰다.
승기천에 EM흙공을 던지는 인천 연수구새마을회 지도자들
승기천은 인천 연수구와 남동구 경계를 이루는 하천으로 많은 시민이 찾는 곳이다.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평소에는 도심 속의 휴식 공간으로, 또 계절에 따라서는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처럼 지역 주민의 여가 생활과 밀접한 곳이지만,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생활하수와 산업용수 때문에 오염된 일부 구간에서는 악취와 해충이 극심해 주민의 건강까지 위협할 정도였다. 이에 지자체와 시민단체 등이 승기천의 환경 복구에 나섰고, 현재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다시 오염된 하천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연수구새마을회가 나선 것이다.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김영채 연수구새마을회장이 회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하천이 살아야 사람이 살고 도시가 삽니다. 우리 연수구새마을회가 승기천에 관심과 애정을 갖는다면, 우리 하천은 결코 병들지 않을 거예요.”
이날 준비된 EM흙공은 1,000여 개. 지난 3월 연수구협의회와 부녀회가 새마을회관에 모여 만들고, 숙성 과정을 거친 상태였다. 지역을 살리는 일인 만큼 협의회, 부녀회, 직장·공장, 문고 그리고 청년연대까지 모두 모였다. 승기천 살리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EM흙공 던지기가 끝난 다음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들고 승기천 일대를 다니며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새마을 줍깅데이’도 함께 진행했다.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청소하느라 힘들었지만, 한 마음 한뜻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한 연수구새마을회 남녀지도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지역의 특색과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다
연수구새마을회는 앞으로도 구청과 연계하여 장마철이 되기 전까지 미꾸라지 방류와 수생식물 심기 등으로 승기천 살리기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 승기천을 사이에 둔 남동구새마을회와도 협력해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유지·개선되도록 관심과 애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우리 지역의 자연환경을 내가 지키며 건강한 삶과 미래 세대를 위한 깨끗한 터전 마련은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연수구새마을회는 승기천 살리기뿐만 아니라 ‘아이스팩 다시 사용하기’, ‘나무 심기’, ‘줍깅’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천 중이다. 특히 올해에는 나무 심기에 역량을 집중시켜 약 450그루의 나무를 지역 내 유휴지에 심기로 했다. 이날 모든 활동을 마친 김영채 회장은 다시 한번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화된 승기천의 모습
“탄소중립은 우리가 모두 실천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기온의 변화,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는 결국 원인을 제공한 인간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니까요. 한 그루의 나무, 한 줌의 흙이 소중함을 깨닫고 당장이라도 탄소중립을 실천해야죠.”
우리의 손으로 만드는
연수구의 내일
연수구새마을회가 지역 주요 하천을 정화하고, 이웃을 돕는 이유는 명확하다. 나와 내 이웃이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을 위한 마음을 늘 품고 있는 연수구새마을회 새마을지도자들은 모든 이가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헌신하고 내 고장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올해 새로 취임한 김영채 회장은 새마을운동으로 좋은 변화를 만들겠다며 다짐을 전했다.
김 회장은 “새마을운동이 제 인생의 마지막 봉사이고 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입니다. 오늘 실시한 승기천 살리기를 포함해 앞으로 다양한 사업과 행사를 추진하면서 연수구새마을회의 영향력을 키우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지역 사회의 발전과 복지 향상에 노력하는 협의회도 지역 공동체를 위한 사업을 이어간다. 안광성 협의회장은 최근 따뜻한 공동체 만들기를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말을 이었다.
“어버이날에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잔치를 열어 짜장면 봉사와 나눔을 실천했어요. 새마을운동뿐만 아니라 지도자들의 역량 강화에도 힘쓸 생각입니다.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도 계획 중이죠.”
부녀회는 지난해 큰 규모의 김장사업을 통해 어려운 이웃 2,700세대에 따뜻한 마음이 담긴 김장김치를 전달했다. 탁경옥 부녀회장이 뿌듯했던 기억이 많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승기공원 줍깅활동
“다문화 이주여성 관련 사업도 진행해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새마을운동 본연의 가치를 실현했어요. 탄소중립도 꾸준히 실천했는데, 폐현수막으로 앞치마를 만들어 김장나눔 때 사용하거나, 장바구니를 만들어 고려인 분들에게 나눠드리기도 했죠.”
지난해 연수구새마을회는 정책과제 수행과 따뜻한 공동체 만들기 사업에도 활발히 나서면서 재외동포청 유치라는 큰 성과를 얻었다. 지역 선정 당시 연수구새마을회 남녀지도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섰고, 인천시민들과 함께 재외동포청의 필요성을 알렸다.
재외동포청은 재외동포와 우리나라의 연결을 강화하며 인천 연수구의 국제적, 경제적 위상도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재외동포청 유치를 계기로 연수구 내 거주하는 9,000명 이상의 고려인 동포를 위한 새마을사업도 더 활발하게 수행하기로 했다. 우선 지역 내 고려인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마을투어, 한식 교실, 전통문화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중이다. 이 외에도 홀몸 어르신과 소외이웃을 위한 계절김치 나눔 사업과 해충 박멸을 위한 포충기 지원 사업으로 건강하고 시원한 여름 나기를 돕는다.
이렇듯 연수구새마을회는 각 조직이 화합과 협동으로 사업을 전개하며 새마을운동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더 나아가 연수구새마을회는 CMS 후원회를 조직해 탄탄한 재정 체계를 마련하고 영향력을 더 확장해 나갈 생각이다. 승기천 살리기 사업이 다양한 생태적 가치와 사회문화적 가치를 만들어 가는 것처럼, 연수구새마을회가 지역에 또 어떤 가치를 만들어갈지 눈여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