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변화를 위한 움직임의 시작
강원 평창군 북서부의 용평면은 인근 지역에 있는 이효석문화마을과 효석문화제, 월정사, 오대산 등 유명 관광지로 가는 길목에 자리해 유동 인구는 많지만, 정작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 활기를 띄지 못하는 곳이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20년 용평면 상인연합회 주도로 장평오일장이 문을 열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정해옥 용평면부녀회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함을 인지하고 마을의 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어느 날 시장을 보니 생각보다 방문객이 적더라고요. 장사가 안되니 시장 상인들도 고민이 많았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장평오일장에 오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결론은 우리가 잘하는 것으로 접근해 보자는 것이었죠. 용평면협의회와 부녀회가 탄소중립 실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쳐왔고, 그중에서도 업사이클링 쪽에 강점이 있으니 이를 접목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2021년 마을공동체를 구성하고 새마을 단체만의 사업이 아닌,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사업이 이뤄지도록 힘을 썼다. 그 결과 용평청년회, 상가번영회, 용평적십자봉사회, 자율방범대, 의용소방대와 주민들이 참여하면서 주민 모두 동참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마을공동체가 만들어진 후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버려진 나무 팔레트와 캔따개를 활용해 장평오일장 상인들에게 간판을 만들어 주는 일. 용평면협의회와 부녀회가 주도해 나무 팔레트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다듬은 후 정성스럽게 캘리그래피로 상점의 이름을 쓰고 꾸몄다. 버려진 나무 팔레트와 캔따개가 100여 개의 예쁜 간판으로 바뀌어 새로운 가치를 입은 것이다. 상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가게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며 좋아했고, 장평오일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예쁜 간판에 호감을 보였다. 이를 통해 용평면협의회와 부녀회는 ‘2022년 강원환경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용평면 유종성 협의회장(가운데)과 정해옥 부녀회장(오른쪽)
주변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는
선도 사례로
마을공동체 덕분에 현재 장평오일장은 평창군에서도 인기 있는 장터가 되었다. 장터에서는 폐목재를 활용한 목공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용평면 협의회와 부녀회가 폐현수막 재활용 사업을 통해 만든 앞치마와 발토시, 폐식용유로 만든 비누 등을 무료로 나누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용평면 귀촌 주민의 재능기부가 이뤄졌고, 아이디어 상품 개발 및 홍보에 주민들이 동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덕분에 방문객에게 용평면이 환경을 생각하는 깨끗한 도시라는 이미지도 전해졌다.
장평오일장이 활성화되면서 플리마켓도 열었다. 각 가정에서 사용하지는 않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물건을 기증받아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고, 수익금으로는 홀몸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구매해 전달했다.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지역의 변화를 경험한 용평면협의회 유종성 회장은 요즘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동네 분들을 만나면 이번 장날에는 어떤 볼거리가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관심이 늘어났다는 게 체감되죠. 직접 장터에 나와 일손을 더해주는 분들도 많이 계셔서 감사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장평오일장에 꼭 한 번 오시길 바랍니다. 체험 프로그램도 즐기고 지역특산품인 감자, 양파, 배추, 산나물도 구경하고 가세요. 5월부터는 산양삼 경매 행사도 열릴 예정입니다.”
이렇게 마을을 변화시킨 진뚜루마을공동체는 지난 ‘2023년 전국 우수 마을공동체 경진대회’에서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아 최우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정해옥 회장은 “진뚜루마을공동체가 우수 사례로서 평창군 내 다른 지역에도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있다”며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평창군 내 8개 읍면 중 우리 용평면 한 곳만 마을공동체 사업을 했어요. 지금은 늘어나 5개 읍면이 마을공동체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뚜루마을공동체를 벤치마킹하겠다는 문의도 많이 들어와요. 그럴 때마다 적극적으로 알려주고 있죠. 정말 뿌듯합니다.”
장평오일장에 마련된 부스
목공 체험에 참여하는 방문객
너와 나, 우리를 위한 새마을운동
진뚜루마을공동체가 우수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용평면협의회와 부녀회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족한 점은 서로 보완하며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 움직였다. 여기에 더해 새마을운동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지도자들의 노력과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정해옥 회장은 지금까지 함께해 온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용평면에는 15개리가 있어요. 평창군에서 두 번째로 작은 규모이지만, 단결력만큼은 최고입니다. 광역회원까지 총 52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데, 한창 바쁜 농번기에도 서로의 빈자리를 메꿔주기 때문에 든든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용평면협의회와 부녀회는 마을공동체 운영뿐만 아니라 지역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적극적으로 나서며 구슬땀을 흘린다. 폐농약병 수거, 하천 정화, 계절반찬 나눔, 김장 나눔, 음식물쓰레기통 청소, 1일 찻집 운영 등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각자의 본업에도 신경 써야 하지만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오는 이유는 새마을운동이 지역공동체뿐만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유종성 회장은 일정이 있을 때 참여하지 못하면 본업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아내를 따라서 시작한 새마을운동인데, 지금은 제가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한 번 시작한 이상 맡은 일에 책임은 다해야 하잖아요. 협의회장이기 때문이 아니라 일반 지도자일 때도 그랬고요. 열심히 한 만큼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특별한 외부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대부분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요한 기금은 회비와 폐농약병 수거, 다시 입을 수 있는 옷 판매, 플리마켓 등으로 직접 마련한다. 규모는 작지만 누구보다 알차게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용평면협의회와 부녀회의 자부심이다.
직접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
앞으로 진뚜루마을공동체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장평오일장에 더 많은 사람이 오게 만들고, 상인들의 참여도 끌어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해옥 회장은 더 열심히 달리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모든 사람에게 ‘장평오일장에 가면 볼거리가 정말 많더라’라는 입소문이 퍼질 때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목표한 바는 어떻게든 해낼 테니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지역과 이웃을 위한 작은 관심에서 시작한 일들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일로 발전했다. 선한 영향력을 더 넓은 곳에 퍼뜨리고, 더 큰 가치를 만들어 가는 진뚜루마을공동체. 이들이 이뤄내는 변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해 보자.
현장에 방문한 평창군협의회 최기철 회장(왼쪽 첫 번째)과 부녀회 전금자 회장(왼쪽 두 번째)